[전문가 칼럼] 가격 하락 문제, 재배면적만 줄인다고 해결되지는 않아!
[전문가 칼럼] 가격 하락 문제, 재배면적만 줄인다고 해결되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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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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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재배면적을 줄여야 하고 적정 재배면적이 유지되면 가격 하락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해당 품목의 재배면적이 줄면 당연히 해당 품목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그러면 당연히 가격은 오르는 것일까? 많은 품목에서 수 없이 경험한 바와 같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농협 그리고 일부 농업인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줄이면, 시장가격이 오르게 되고 그렇게 가격이 오르는 만큼, 바로 수입물량이 늘어나며,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은 수입업자가 재배면적 및 생산량 감소에 따른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이다. 그리고 시장가격이 오르는 만큼, 기존 경작자는 재배면적을 늘일 것이고 또 다른 품목을 경작하던 경작자들이 해당 품목을 경작하겠다고 나서는 만큼, 조만간 해당 품목의 가격은 다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격 폭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 가격 이하로 소비자 구매가격이 유지되고 또 일정 가격 이상으로 생산자 출하가격이 유지되도록 해야 하나, 누구나 마음대로 자유롭게 어떤 품목이든 생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 농협, 자조금단체 등 그 어떤 주체도 실제로 적정 출하가격이 유지되도록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국, 가격 하락 문제는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일반 농업인의 출하가격이 어떠하든 관계없이 품질과 소비자 신뢰, 명성을 기반으로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생산자조직을 만들어내야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뉴질랜드 제스프리 키위다. 다른 키위의 가격이 어떠하든 관계없다. 제스프리 키위의 농가 수취가격은 15년 전에 비해 2배가 되었으나 키위 출하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단위 면적 당 생산성이 배가 되어 출하량은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격이 2배가 되었다는 것은 그 품질과 소비자 신뢰, 명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돌아보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 여러 품목이 있지만 유독 키위만 이러한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간의 성과도 대단하지만 앞으로 뉴질랜드 제스프리 키위가 만들어갈 미래가 더 위대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뉴질랜드 키위 자조금단체와 지자체, 정부, 의회 관계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본받을 만한 생산 및 유통 여건과 사업구조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우리 농산물이 가격과 품질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농산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일반적인 시장가격과 관계없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까? 이는 농가단위로 스스로 알아서 생산하고 스스로 알아서 도매시장에 출하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 지역단위 또는 광역단위로 품종과 재배방법, 상품화방법, 유통방법을 통일(4대 통일)하고 전속출하와 품질관리 체계화, 브랜드관리 체계화, 마케팅 체계화를 통해 계획적으로 생산하고 계획적으로 출하할 수 있는 브랜드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해야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누가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시스템은 정부나 지자체만 나서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지자체는 우선 해당 품목 경작자 모두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준수사항을 스스로 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에 따른 의무자조금단체를 구성 및 운영하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무자조금단체는 교육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경작 및 출하신고, 시장 출하규정, 단일 유통조직 지정 등과 같이 해당 품목 경작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해당 품목을 농사짓는 농업인이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의결하고 정부의 승인을 얻어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각국에서 생산 및 유통되는 각각의 농산물이 대한민국 소비지 매장에서 우리 농산물과 경쟁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수입농산물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나라도 그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한 품목이 만들어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