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강원에서 제주까지, 명품 감자를 위한 우리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전문가 칼럼] 강원에서 제주까지, 명품 감자를 위한 우리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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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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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홍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

사계절이 있고 계절마다 기온과 습도가 극명히 다른 우리나라에서 일년내내 재배되는 작물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작물은 바로 중남미 안데스산맥에서 유래해 1824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구황작물로 활용되다가 지금은 농업인의 주요한 소득원이 된 감자(Solanum tuberosum L.)이다.

국내 기후환경은 감자 재배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감자가 잘 자라는 조건은 20~23℃ 정도의 비교적 선선한 온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여름에는 35~40℃까지 치솟고, 한겨울에는 영하 28℃까지 떨어지며 최남단인 제주도에서도 최저온도 –10℃를 종종 찍는다. 게다가 봄감자 수확기인 6월 하순부터 고랭지 여름감자 재배와 가을감자 파종이 이어지는 9월 상순까지는 장마, 태풍이 해마다 발생해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감자는 재배기술과 농자재의 발전, 그리고 농업인들의 근면한 노력 덕분에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감자가 자라고 수확되어 일년내내 신선한 햇감자가 식탁 위에 올라오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우리나라 감자 재배환경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용도별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고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보급하여 국내 감자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감자가 처음 들어온 것은 문헌상 조선 순조 때인 1824년으로 감자 품종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일제강점기를 비롯하여 힘든 시절을 거치면서 우리 자체 품종도 없이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육성된 품종을 도입해서 씨감자를 생산하고 재배를 해왔다. 이후 1961년에 씨감자 생산의 최적지였던 평창군 도암면(현 대관령면)에 고령지시험장(현 고령지농업연구소)을 설립하여 국제감자연구소(CIP)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수 자원을 도입해 품종을 개발하는 한편, 우량 씨감자 생산·보급에 힘써왔다.

1970년대 후반 국내 최초의 국내 교배 육성 감자 ‘강원계6호’를 시작으로 ‘조풍(1988)’, ‘추백(1999)’ 등 숙기가 빠르고 생산량이 많은 품종을 개발하여 지금까지도 보급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 자체의 감자품종 육성체계가 정착되면서 현재는 고령지농업연구소뿐만 아니라 강원도농업기술원과 대학, 그리고 민간에서도 감자품종을 개발·보급할 수 있게 되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에 ‘골든볼’, ‘골든에그’, ‘얼리프라이’, ‘은선’, ‘금선’ 등의 신품종 감자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음식을 하기 위해서 생감자 껍질을 벗기면 시간이 지나면서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찬물에 담가두는데, 신품종 ‘골든볼(2020)’은 상온에 오래 두어도 갈변이 잘 안 돼 가정이나 산업체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골든에그’와 ‘얼리프라이’는 감자 모양이 길쭉하여 수입 프렌치프라이 원료를 대체할 수 있으며, ‘은선’과 ‘금선’은 휴면기간이 짧아 봄과 가을 연중 두 번 재배가 가능하면서 감자칩 가공적성과 식미가 우수하다. 

감자 재배에 불리한 환경을 역으로 이용하면 재배기간이 짧으면서 품질은 좋은 품종을 만들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3년부터 시작한 골든씨드프로젝트 연구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 적응성이 우수한 ‘강선’, ‘수선’, ‘수지’ 등과 건조한 중앙아시아에 적합한 ‘아리랑 1호’, ‘아리랑 2호’ 등도 개발하여 현지에 진출한 국내업체들과 협력하여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교배육종 기술을 통해 소비 용도별 감자품종을 개발해 왔으나, 빠르게 변하는 기후환경에 대응하고, 병해충과 생리장해 등 재배 안정성이 우수한 품종 개발에는 아직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전통적인 교배육종을 넘어서 분자마커를 이용한 디지털 육종 체계를 구축하여 고온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강원에서 제주까지 대한민국 전역에서 우리 감자가 안정적으로 재배되고 소비될 수 있도록, 나아가 세계인이 한국 명품 감자의 맛과 매력에 빠져들도록 연구 개발에 힘쓸 것이다. 소비자들께서도 영양 많고 맛 좋은 우리 감자 많이 드셔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