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진흥지역 해제,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격
[사설] 농업진흥지역 해제,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격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4.02.29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업신문 사설) 지난달 21일 울산광역시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제로 열린 13차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농업진흥지역 일부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농지 이용규제 개선을 통해 노동과 자본, 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하여 경제적 가치 창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이 비교 우위에 있는 전략 산업을 추진할 때는 지역별 해제 총량에 구애받지 않도록 자율성을 대폭 보장하는 한편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가 되었던 획일적 해제 기준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또한 스마트팜, 수직 농업은 농업기술 그 자체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첨단농업 발전을 위한 농지규제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또 산단, 택지, 도로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농지의 규제를 풀어 체험시설이나 수직농장 같은 첨단 농업시설 입주와 학교와 병원, 도서관 등 주민 후생시설 건립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농업진흥지역의 3ha 이하 소규모 자투리 농지 2만1000ha 규모를 해제하는 것이 과연 농업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공장과 아파트를 더 짓기 위한 것인지 알 수가없다.

특히 3ha 이하를 자투리 땅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더욱 어이가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가당 경지면적은 1.08ha이다. 우리나라 농가들이 자투리의 30%에 해당하는 면적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농업진흥지역은 과거 절대농지라고 불렀다. 국가에서 농업을 위해 경지정리 등을 통해 정비한 농지이기 때문에 농지로만 사용할 수밖에 없게 규제한 땅이다. 이렇게 세금을 들여 정비한 농지를 이런저런 사유로 자꾸 해제한다면 대한민국의 농업은 설 자리가 없다. 아니 농사지을 땅이 없게 된다.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농사 포기 선언과 다를 바 없다.

농업 발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이 나라 농민들은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도 되기를 바라는데 정부는 농업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소멸해가는 농촌을 회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자리에서 오히려 진흥지역 해제, 수직 농장의 농지 설치 허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격이 되고 말았다. 농지규제를 푸는 것이 진정 농업을 위한 길인지 다시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