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경제적 위기에 처한 농업인이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전문가 칼럼] 경제적 위기에 처한 농업인이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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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0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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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선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처장

화불단행이라고 했던가. 늘 어려움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있다.

2011년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지원받은 경북의 한 농업인이 기억이 난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부모님의 곁으로 돌아와 소규모로 영농을 시작해 공사의 농지지원사업으로 9ha 규모의 대농이 되었으나, 자연재해로 인한 작황의 어려움과 자녀 학비 등으로 부채만 늘어나는 상황을 피할 방법이 없어 농지은행을 찾은 것이다. 

농업인은 이 사업을 지원받아 3억 5천여만원에 달하는 부채를 모두 상환하고 매년 2천여만원이 넘는 이자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경제적 위기로 한때 ‘농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했다는 농업인이 이 사업으로 다시금 영농의욕과 희망을 품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농지은행이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지원하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영농의 지속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왜 우리가 경제적 위기에 처한 농업인을 지원해야 하는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업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 농업인의 농촌 유입과 육성을 농업,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농업인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통해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이 이탈하지 않고 계속해서 영농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청년농업인의 육성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들 알다시피 농업인이 농지를 담보로 다른 금융상품을 통해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농업인들이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이 사업에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농지은행이 농지 등을 매입하여 농업인의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7-10년간 해당 농지에 계속해서 농사짓는 것이 가능하다. 농업인은 계속 영농을 통해 얻는 소득으로 다시금 농지 환매 자금 마련을 마련할 기회를 얻고 우선적으로 환매권을 보장받는다는 점에 장점이 있다. 

임대 기간에는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는 환매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또한 매도한 농지 등 전부에 대한 농지를 환매하는 것은 물론, 부분환매도 가능하므로 농업인 본인의 재정 상황에 맞게 환매할 수 있다. 

농업인은 환매가격 선택 시 환매 당시 감정평가금액과 환매요율 연 3%를 가산한 금액 중 낮은 금액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지가격의 과도한 상승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농지은행은 농가의 부채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농업인 15억원, 농업법인 20억원까지 상향해 지원대상 폭이 넓어졌다. 또한 환매대금 분할납부 기간을 기존 3년, 3회에서 10년, 10회로 연장해 농가가 부담하는 연간 상환금액을 줄여 더 많은 농업인이 환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토지수용이나 경지정리 혹은 사망이나 질병 등에 의한 불가피한 사유로 환매를 포기한 경우를 제외한 약 87%가 농지를 되찾아 재기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농업인이 왜 이 사업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뒷받침한다. 

농업인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농지은행의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의 지원으로 화불단행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동시에 이 사업을 지원받는 농업인이 우리의 농산업을 지키는 주축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