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먹는 과일
귀신이 먹는 과일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4.03.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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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흔히들 배농사 짓는 농민들이 자조적으로 쓰는 말이다. 일상적 배 소비는 줄고 제사용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같은 제수용 과일이지만 사과는 제사가 아닌 일상에서도 많이 먹는다. 섬유질이 많고 아삭한 맛에 젊은 여성층에서도 자주 먹는다고 한다.

올해 사과값이 역대 최고란다. 농가 입장에서는 경사가 날 일이지만 농가들도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어차피 팔 사과도 별로 없다. 사과보다 가격이 더 오른 건 배다.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사과는 134%, 배는 144% 올랐다. 하지만 아무도 배값은 신경 안 쓴다. 저명하신 일간지 기자님들은 사과값만 올랐다고 쓴다.

귀신은 곡하고 있다. 배값이 비싸니 평소 같으면 많게는 5개, 적어도 3개는 제삿상에 올라왔으나 지난 구정부터는 한 개만 올라온다. 닝기리 귀신만 서럽다.

사과, 배가 지난해 이상기후(기후위기 아님)로 냉해가 심했고 화상병까지 극성을 부렸다. 생산량이 30%까지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딸기도 올겨울 잦은 비와 눈으로 일조량이 부족해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 감귤로 소비가 전환되면서 가격이 뛰는 도미노현상이 재현됐다.

사과, 배값이 뛰는 게 농식품부 잘못인가? 냉해가 농민들이 게을러서 일어난 일인가?? 이번 사과값 폭등으로 대한민국이 배워야 할 교훈은 단 하나다. 국내 농업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어떤 꼴이 발생하는지를. 사과였으니 다행이지 쌀이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역시나 농식품부는 수입과일 할당관세 확대를 들고 나왔다. 바나나, 오렌지를 만톤 확대하고 만다린과 두리안도 수입을 늘린다.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수입이 다다. 솔직히 이해한다.

올해는 추석이 9월 중순으로 예년보다 빠르다. 추석 때 사과 부족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마도 올봄 사과 농가들은 적과를 많이 하지 않고 과실을 많이 달게 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과가 부족하고 중소과가 많을 텐데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귀신이 먹는 과일이 귀한 대접을 받지만,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