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 파동이 주는 교훈
[사설] 사과 파동이 주는 교훈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4.03.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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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농업의 역할에 대해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이라고 한다. 먹거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식인 곡물이다. 1970년대 주식인 쌀 자급률 100%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총동원했다.

한국의 쌀농사에 대한 국가적 동원은 일제 강점기에서 유래됐다. 일제는 쌀 수탈을 위해 한국의 한강 아래 지역의 농업을 쌀농사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를 위해 수리시설과 농지를 정비하고 군산항 등도 만들었다.

한우 역시 수탈의 대상이 돼 지금의 갈색 계열만 육성해 사육했다. 이렇게 한국의 농업은 단작화 형태로 재편됐다. 1980년대는 복합영농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정부 시책이었다. 쌀이 아닌 다른 품목, 축종을 재배하도록 권장했다.

1970년대 농업 조수익 가운데서 미맥(쌀과 보리)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71년의 69%에서 76년에는 64%, 82년에는 53%로 아직도 쌀과 보리가 농업 조수익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복합영농을 권장했다. 영농유형을 쌀농사 중심의 반자급적복합영농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축산·원예·특작중심의 상업적 복합영농으로 변화를 추진했다.

한국은 80년대 3저 경기호황으로 소득이 늘면서 과실, 과채 등의 원예산물 소비가 늘었다. 사과의 예를 들면 많은 재배면적을 차지했던 국광과 홍옥에서 국가적으로 부사(후지)로 품종을 갱신했고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 선진 기술을 들여와 눈부시게 발전했다.

1997년 IMF로 인해 과일 소비가 줄면서 사과의 재배면적이 감소했지만 2000년대 이후 사과 소비가 회복되고 면작도 소폭 늘었다. 배는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사과는 반대였다. 그만큼 소비가 있었다고 보면 된다.

2000년대 이후 사과는 다이어트 식단으로 알려지면서 젊은 층에서도 소비가 늘었고 이와 함께 사과 재배면적도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반면 배는 계속 재배면적이 줄고 있다. 사과와 배는 우리가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파동을 계기로 돈을 주고도 사먹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 상황은 농업의 역할 중 안정적 공급이라는 기능이 무너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생산기반이 무너진 게 아니라 이상기후가 원인이라는 점이다. 일시적이기에 올해는 생산량이 회복될 것이다.

이번 사과가 주는 교훈은 안정적 생산기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먹을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고 이상기후와 장기적 기후위기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