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금감원 농협 경영개입 당장 중단" 촉구
농민단체 "금감원 농협 경영개입 당장 중단" 촉구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4.03.2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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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사갈등 빌미로 농협의 지배구조 중점 조사 
정부개입 협동조합 정체성·자율성 훼손 우려 확산
농촌 현장서는 양대 지주 중앙회 직권 강화 목소리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금융감독원이 농협의 금융문제와 인사갈등을 빌미로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겠다며 압박에 나서면서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업 생산력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표로 설립된 농협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도한 정부개입으로 농협의 정체성까지 훼손하고 있다며 농민단체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에 대한 대대적 검사를 진행하는 등 농협의 지배구조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발생한 농협은행의 100억원대 배임사건과 NH투자증권의 대표이사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농협의 재배구조가 잇따른 금융사고와 인사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연관 관계를 찾고 있다.

하지만 농업계에서는 이 같은 금감원의 조사가 농업과 농협의 몰 이해에서 비롯된 정부의 지나친 경영 개입으로 보고 있다. 농민을 위해 설립된 농협이 오히려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신경분리)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오히려 양대 지주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직권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금감원 줄세우기식 농협 경영개입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농협은 농민 조합원의 출자를 통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금융기업으로 관련 수익은 마땅히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면서 대대적 조사에 착수한 금감원에 대해 날을 세웠다.

성명서에 따르면 단위 조합의 연합체 격인 농협중앙회는 각 단위 조합의 신용⸱경제사업 운영을 지도⸱감독하고 자금지원이나 지급결제지원 등 역할을 해 왔지만 2012년 신경분리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며, 상호금융과 교육지원을 제외한 금융⸱경제사업 부문이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이관돼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경제지주의 경우 농업 생산⸱가공⸱유통 지원을 통해 농가의 실익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데 반해 금융지주의 경우 그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꾸준히 제기 중"이라면서 "농촌 현장에서는 오히려 양대지주에 대한 중앙회의 직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이러한 농심(農心)을 외면하지 말고, 줄세우기식 농협 경영개입을 당장 중단하기 바라며 아울러 중앙회를 필두로 범농협은 농촌 현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생산자 협동조합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8~2022년에는 농가 부채 평균 규모가 직전 5개년(2013~2017년 2711만 원) 대비 853만 원 증가한 3564만 원에 달할 정도로 농가경영 불안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국회 농해수위, 농민단체 등은 금융지주사 및 자회사가 농협 명칭 사용을 대가로 농민에 지원하는 농업지원비 인상을 추진했으나, 조직적인 반대로 무산되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