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농협맛선 1년 출사표] “국내산 작곡 고품질 작사” 농협의 구독경제 변주 먹힐까
[월간 농협맛선 1년 출사표] “국내산 작곡 고품질 작사” 농협의 구독경제 변주 먹힐까
  • 박현욱 기자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4.03.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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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칭 1년 앞두고 12만 충성 회원 확보
국내산 과일 소비층 확장 외연 확대 기여
재구매율 60% 육박···구독자 70% ‘대만족’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경희 씨(33)는 다양한 상품을 구독하고 있다. 식자재나 의류뿐만 아니라 주류, 비타민 등 종류도 다양하다. 바쁜 직장 생활 탓도 있지만, 지방 출장이 잦아 오프라인 쇼핑에 좀처럼 여유가 나질 않아서다. 김 씨는 치열한 쇼핑 세계에서 구독경제에 대해 “여유를 선사한다”고 정의한다. 온라인 쇼핑에만 수 시간 공을 들이는 김 씨에게 구독경제는 ‘쇼핑의 무관심’을 가능케 한 신세계다. 하지만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난 만큼 양질의 구독 서비스를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일거리가 됐다. 그런 그에게 ‘월간 농협맛선’은 “구독경제의 상향 평준화를 이룬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품질의 안전성, 구색의 다양성 등이 돋보여 앞으로 프리미엄 구독경제로의 안착이 기대되는 서비스”라고 강조한다.


프리미엄 농산물 백화점 수준 '업글'

월간 농협맛선은 프리미엄 과일을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에 매월 제공한다는 취지로 농협이 지난해 3월 론칭했다. 농협중앙회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만큼 구독 서비스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국 생산자와 지역농협, 안성 물류센터와 같은 촘촘한 유통망 등 거대 하드웨어를 무기로 구독경제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론칭 1년 만에 12만 충성 회원을 확보하면서 농협 신사업의 성공 모델로 승격을 앞두고 있다.

구독경제의 핵심은 상품 경쟁력이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구독 서비스들이 론칭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신 이유는 품질의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리면서다. 따라서 회원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국을 호령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선 업체는 손에 꼽는다. 

농협에서는 이를 거울삼아 상품 경쟁력에 방점을 찍었다. ‘싼 가격, 백화점 수준의 품질 업그레이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과일 전문 MD조직을 활용해 안정적인 원물 확보는 물론 산지농협의 계약재배, 매취사업을 통해 고품질 원물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 “착한가격 싱싱과일 기대 그 이상” 

품질관리도 농협맛선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MD가 직접 산지 품질관리, 구매, 검품까지 전 과정을 통합 수행하면서 생산·유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소비자의 구매 이후 만족도 등 C/S(Customer Satisfaction)를 통해 지속적인 피드백도 반영한다.

때문에 소비자의 만족 리뷰도 줄을 잇는다. 한 구매자는 “농협맛선 덕분에 착한 가격으로 싱싱한 과일을 골고루 맛볼 수 있어 기대 그 이상”이라면서 “원하는 날짜에 배송돼 편리하고 정기구독으로 예쁜 사은품까지 보내줘 주위에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구매율도 업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초등학생과 같은 자녀가 있는 주부들의 구매율이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이며 이들의 재구매율은 60%에 육박한다. 또한 농협맛선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과일 구독 선물 만족도의 경우 69%가 4~5점(5점만점)을 책정했고, 순 고객 추천지수(NPS)는 33점을 기록했다. 통상 기업의 NPS가 20~30점 내외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점수다. 

염경선 농협경제지주 맛선추진팀 과장은 “결국에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좋은 과일을 먹이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일반 이커머스 평균 재구매율이 15%인 것을 감안하면 재구매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은 상품 자체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중심 ‘명품·신뢰’ 내세워 브랜딩

농협맛선 브랜딩도 앞으로 구독경제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농협은 ‘명품’과 ‘신뢰’라는 키워드로 농협맛선에 가치와 이미지를 부여했다. ‘과일의 좋은 맛을 깐깐하게 선별한다, 매달 만나는 선물 최고의 서비스를 선보이다’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농협 안성물류센터의 품질관리와 상품화 기능을 탑재했다. 가령 농산물 ‘삼진아웃제’ 등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거나 물류센터의 소포장 기능을 활용한 패킹으로 상품 고급화를 진행하는 식이다. 이종 과일 배송의 파손 위험을 최소화하는 패키지 내부 구성, 각 구성 품목에 대한 상품 스토리를 담은 리플릿까지 동봉하면서 국내산 과일의 서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반품 교환 정책도 프리미엄 브랜드 등극을 위한 맞춤형 전략이다. 상품 배송 후 카카오톡과 QR코드를 통해 서비스 만족도를 그 즉시 점검하고 고객이 희망할 경우 제품 파손이나 흠결의 제한없이 연 2회 무료 교환도 가능하다.
 

 

농협맛선 4월 과일구독 상품구성.
농협맛선 4월 과일구독 상품구성.

'유니크'한 국내산 과일·김치로도 외연 확장

참외, 대저짭짤이토마토, 대추방울토마토, 카라향, 블루베리는 기본구성, 비파, 건무화과는 선택구성으로 정했다. 오는 4월 농협맛선의 과일 구성품이다. 월 5만원(또는 3만원)의 가격으로 총 6가지의 과일로 라인업을 짰다. 

이 중 카라향과 비파는 ‘유니크’한 과일을 맛보고 싶어하는 농협맛선의 4월 전략 품목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국내산 과일을 선정해 소비층의 외연을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다. 카라향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 400일이 걸려 ‘사백일향’으로도 불리는 만감류 중 하나며, 비파는 전남 완도가 주산지로 소량 재배돼 구하기 힘든 봄철 제철 과일이다. 

박상훈 농협경제지주 맛선추진팀장은 “온·오프라인에서 호응이 좋은 상품을 MD가 직접 제안하고 소비자가 참여하는 ‘상품선정위원회’를 통해 상품 구성을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라인업을 구성한다”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독특한 과일을 선정해 소비자의 경험을 늘리는 등 국내산 소비시장 외연을 확장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맛선 추진팀은 외연 확장을 위해 김치를 선보이기도 하고 건강식품으로의 구색 확장 계획도 있다. 박상훈 팀장은 “결국 구독서비스의 강점은 소비자의 경험을 늘리는 것”이라면서 “특히 구색이 갖춰졌을 경우 품목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일맛선에 더해 김치맛선의 경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건강식품이나 쌀 등도 구독경제에 탑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공략 포인트 만들 것 25만 회원 포부

안정된 하드웨어와 세심한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월간 농협맛선도 갈 길은 멀다. 우선 과일 구독 서비스 산업 자체의 볼륨이 크지 않아 대규모의 외연 확장이 어려운 데다 마진이 박한 구조 때문에 사업 확장보다는 일부 소비 촉진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가격의 변동성은 농협맛선의 지속 가능성에 취약점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박상훈 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확대를 위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다채로운 소비자 공략 포인트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면서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처럼 자유롭게 선물할 수 있는 과일 기프트카드도 이미 선보인 바 있고, 실버세대를 겨냥할 수 있는 건강식품 론칭, 기업 선물용으로의 포지셔닝 등 마켓 셰어를 확대하기 위한 다각도의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 농축협과 농업인들의 상품을 어떻게 구독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라면서 “올해 25만 회원 확보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구독경제의 블록버스터급으로 평가받는 농협맛선이 앞으로 어떤 전술과 전략으로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