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로컬푸드' 먹거리 안전‧지역경제 활력…두 마리 토끼 잡아
'친환경 로컬푸드' 먹거리 안전‧지역경제 활력…두 마리 토끼 잡아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2.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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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로컬푸드 공공급식 확대 토론회'
위생‧영양 개선, 장거리 운송 따른 환경부담도 줄어
분야별 전문가 참여 거버넌스…실정 맞는 목표 규정

시장원리 내세운 먹거리체계 부작용 속출

안전사고, 중소농‧가족농 위축→지역농업 후퇴

친환경쌀 정부수매 추진·정책자금 지원 늘려야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학교급식개선과 친환경로컬푸드 공공급식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aT 주관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학교급식개선과 친환경로컬푸드 공공급식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aT 주관으로 열리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학교급식을 통해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가 지난해 10년 동안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그간 교육현장에서 얘기되던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 급식 체계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부쩍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0년부터 학교급식식재료전자조달시스템(eaT)를 구축하고 급식 식재료 거래의 투명성과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위장업체 부정입찰, 식품위생 위반 적발 건수는 매해 늘어나고 있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신뢰가 추락했다.

급식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대안으로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아 신선한 ‘친환경 로컬푸드’가 부상하고 있다. 지역 생산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해 농가소득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이날 토론회에선 친환경 농산물의 급식 공급기반 마련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아 비교적 신선하고 안전한 친환경 로컬푸드가 학교급식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학교급식개선과 친환경로컬푸드 공공급식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지난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관으로 황주홍 농해수위원장을 비롯한 위성곤 의원, 김현권 의원 등 국회와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주최했다.

이병호 aT 사장은 인사말에서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운 글로벌 먹거리체계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반복되는 식품안전사고, 지역 농업의 후퇴, 중소농.가족농의 위축이 일반화됐고, 이는 곧 지역경제의 쇠퇴로 이어졌다”며 “로컬푸드 공급이 공기업, 학교, 군대, 병원 등 공공급식 전반으로 확대되면 위생.영양 등 급식의 질이 개선되고 지역농업이 할성화되며 장거리 운송에 따른 환경부담이 줄어들고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원장은 “학교 급식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보다 안전한 학교 급식 식재료 공급망 구축을 위한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특히 친환경 로컬푸드 공공급식 확대는 안전한 먹거리 제공과 지역 농촌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행사에선 이빈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대표가 ‘eaT 학교급식 안전망 구축방안’을,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이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조달체계 개선 방안’을 각각 주제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김흥주 원광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최낙현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 이보희 서울시 평생교육국 친환경급식과장, 오형완 aT지속가능농식품전략추진단 실장, 김은지 전국영양교사회 수석부회장, 김오열 충남도광역급식지원센터 사무처장, 황영묵 안양군포의왕공동급식지원센터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국가 예산 지원에 의한 친환경무상급식 확대, 광역 및 기초단위 급식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계약재배 확대와 수매 문제, 공급과정에서 최저가 낙찰방식 폐해를 막기 위한 계약법 개정, 편리 위주 급식 식재료 선택 등 많은 부분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aT 거래실적 2조5천억원

aT는 학교급식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 및 안전성 제고를 위해 2010년부터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운영하고 있다. eaT는 비대면 급식 식재료 구매 계약으로 공급업체 불공정 행위 근절에 중점을 둔 일종의 빅데이터 관리 체계로 전국 88%(1만448개)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시스템 등록 업체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4년 5156개에서 2018년 9554개로 2배가량 늘어났다. 한해 2조 5000억원 규모의 급식 식재료가 eaT를 통해 거래된다.

거래규모와 참여학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도 많다. 불량업체 부실관리로 식품위생 위반 적발 건수가 2014년 65건에서 2017년 158건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으며 학교 식중독 발생 건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식중독 중 학교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학교급식 운영체계에 대한 일대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 8월 ‘지속가능 농식품 전략추진단’을 신설하고 공공급식, 로컬푸드, 친환경농업 활성화 등 푸드플랜 정책 실행방안을 발굴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친환경쌀 수매가 낮게 형성

학교급식용 친환경쌀의 정부 수매 및 정책자금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인천학교급식 친환경쌀 조달체계 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설명하며 이같이 제안했다.

곡류의 경우 장기 저장, 도정이 어렵고 수매자금의 일시불 지급이 어렵기 때문에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직접 수매하지 않는다. 농협 또는 민간RPC를 통해 수매가 이뤄지고 학교급식으로 공급하게 된다. 때문에 도정업체는 학교급식 낙찰가격을 예상해 수매가격을 결정하는데, 대부분 시세보다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수매주체 입장에선 수매대금 일시지급에 따른 이자비용, 입찰구조에 따른 손실 리스크를 수매가격에서 메우려하는 것이다.

친환경생산자단체는 평균 5% 내외 비용을 지급하고 수매자금을 이용하지만 담보부족으로 자금활용에 애로를 겪는 형편이다.

박 사무총장은 “학교급식용 친환경쌀 수매자금 지원을 위한 융자예산을 편성해 생산자단체 또는 도정업체에 정책자금 융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친환경쌀의 안정적인 생산기반 구축을 위해 급식용은 정부수매(공공비축미)를 추진하고 수매 및 판매를 aT가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한 수매대금 일시지급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적 기구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에 의해 설립된 급식지원센터의 경우 공공기관으로서 금액에 상관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토록 지방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급식예산 국가 부담해야

이빈파 전국 학부모회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가가 담당해야 할 급식예산을 지방정부가 떠안고 있는 현실에서 급식의 공공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준정부기관인 aT가 담당하면서 수수료 징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공공급식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eaT 수수료를 정부예산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낙현 농식품부 과장은 “학교 및 공급업체의 eaT 이용수수료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이용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고 판단했다. 또 친환경쌀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해 새로운 수요처 없이 기존 학교급식용으로 사용한다면 시장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친환경쌀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T를 수매기관으로 지정하면 농가 및 행정기관의 혼선과 매입인력 등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친환경쌀 생산자단체 또는 도정업체의 수매 융자자금 지원은 현행 RPC(미곡종합처리장) 벼 매입자금 지원사업,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지원사업 등 융자사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과장은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소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친환경농가.단체, 학부모회, 학교와 지자체 등 학교급식 관계기관 간 유기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생산기금’ 조성

이보희 서울시 과장은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그는 “친환경식재료 안정적 생산기금(가칭)을 제도화한다면 최근 해남 배추 가격폭락과 같이 매번 반복되는 농산물 수급조절 실패에 의한 가격폭락.폭등에도 상관없이 생산자와 학교 모두 안정적으로 식재료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한 식재료 구입시 수의계약 예외조항 허용,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수발주시스템의 전자조달시스템으로 인정 등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형완 aT 전략실장은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오 실장은 “우리나라 공공급식은 선진국에 비해 추진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이해 당사자들 간 이해조정이 쉽지 않아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우선순위와 목표를 규정한 학교급식 정책을 마련하고 해당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각 부문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전국영양교사회 수석부회장은 급식에 친환경농산물 사용시 계약방식 및 지원형태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원형태 또한 예산이든 현물이든 현장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오열 충남도 주무관은 “생산자단체가 직접 친환경쌀을 수매해 전문 RPC에서 도정해 학교로 공급하면 농가 수취가의 적정한 결정뿐 아니라 유통 비용도 절약하게 되며 품질관리도 용이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