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9 수매가 예측] 태풍 불었어도 신곡 가격 '하락' 전망
[기획: 2019 수매가 예측] 태풍 불었어도 신곡 가격 '하락' 전망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9.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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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 '타파' 두 차례 태풍, 피해 있지만 집계상 '과잉'
해마다 쌀값 걱정...'先격리 후 방출' 제도화 주장도

전국 쌀전업농 대상 수확기 쌀값 조사

5만5천원~6만7천원까지 지역별 편차 커

평균 6만1~2천원 윤곽…18만원대 ‘방어’

농협, 공익형직불 개편 전 ‘쌀값 유지’ 최선

RPC 전체 100억 적자로 ‘하락’ 피할 수 없어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값의 하락세가 지속된 가운데 수확기 신곡 가격이 작년보다 한참 떨어질 전망이다.

23일 현재 전국 시군 단위 쌀 농가들에 따르면 2019년산 신곡은 조생종이 평균 6만5000원(40kg, 조곡)에 거래됐다. 80kg 한 가마 쌀로 환산하면 19만원이 넘는 값으로 오히려 작년 이맘때보다 높다. 작년 9월 5일자 산지쌀값은 17만8272원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나온 ‘햅쌀’이라 몸값을 높게 쳐주는 조생종인데다 올해 예년보다 추석이 이른 탓에 ‘프리미엄’이 붙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를 신곡 가격 범주에 포함하긴 애매하다. 실제 추석이후 조생종 가격은 6만 초반대에서 5만 중후반대까지 훌쩍 떨어졌다.

본지는 지난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국 8도 시군 쌀전업농가들을 대상으로 수확기 신곡 가격을 조사했다. 각 지역의 농협에 내는 가격을 기준으로 했으며 중만생종이 본격 출하되기 전이므로 현지에서 얘기되는 가격을 가지고 수확기 쌀값을 예측했다.

농가 희망 ‘작년 수준’

수확기 신곡(중만생종) 예상가격 조사결과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전국 평균 6만1~2000원(40kg, 조곡) 정도로 전망된다. 80kg 쌀로 환산하면 18만6000원이 된다. 농협이 사 가는 값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여타 유통업체들까지 고려하면 수확기 평균 산지쌀값은 6만3~4000원대로 추정된다.

예로부터 쌀값이 높은 경기도 지역은 일부 7만원에서 6만7000원까지 거래가격이 형성된 곳도 있지만 6만 초반대가 많았다. 강원도도 ‘철원 오대쌀’ ‘토토미’ 등 브랜드쌀을 제외하고는 경기도와 비슷하다. 충청도 역시 충남 ‘만세보령’ 등 유명 쌀 외에는 대체로 6만2~4000원대가 예측되고 있다.

남부 지방으로 가면 쌀값은 더 떨어진다. 비교적 타 지역에 비해 쌀값이 낮게 형성되는 전라도와 경상도는 5만8~9000원에서 5만5000원까지로 예측했다. 5만1~2000원을 예상한 곳도 있다.

전국적으로 현재 거래되고 있는 신곡은 시기상 조생종으로 주로 고시히까리다. 본지가 조사한 품종은 10월 본격 출하되는 추청, 삼광, 신동진 등 주력 품종을 말한다.

쌀 농가들은 받고 싶은 희망가격에 대해 “최하 작년 수준 이상”이라고 답했지만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산지쌀값과 역계절진폭으로 손실을 떠안은 산지유통업체들이 작년 수준으로 줄 여력이 없을 거라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농협의 평균 매입가는 6만3000원(40kg, 조곡)이었다. 쌀값이 비교적 낮게 형성되는 전북 부안 지역도 6만4000원은 받았었다.

1980년대 추곡 수매현장[출처=경기도 이천시]
1980년대 추곡 수매현장[출처=경기도 이천시]

작년 ‘이벤트성’ 매입, 올해는 어려워

올해 수확기 쌀값은 연초부터 관심사였다. 작년보다 떨어질 것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낙폭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이냐에 초점이 모아졌다.

3월 13일 전국 1120개 농협 조합장을 뽑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결정타였다. 표심을 의식한 현직 조합장들이 농가 희망가격에 맞춰주는 분위기였고 문 정부 최대 치적으로 평가되는 쌀값 회복세를 유지하고자 한 정부의 의지도 한몫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농가소득 5000만원 견인을 위한 쌀값중심의 사업추진 영향이 컸다.

바로 이런 요인들이 역설적이게도 올해 수확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바뀐 새 조합장들은 작년에 이전 조합장이 사둔 쌀의 판매 부담을 떠안고 시작했던 데다 11월 정부의 구곡 5만톤 방출로 출발선부터 여건이 불리했다. 농협중앙회는 역계절진폭으로 인한 농협 전체 손실이 총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6만7천원” 현실은 6만원 미만도

그럼에도 농가들의 눈높이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 2018년 12월 28일 결정된 공공비축미 1등급 가격은 6만7050원이다. 작년에 6만7000원을 받았으니 올해는 7만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 농가의 생각이다.

국내 최대의 쌀농가단체인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김광섭 회장은 지난 8월부터 9월 초순까지 8도 연합회가 순차적으로 개최한 회원대회에서 공공비축미 가격 7만원 달성을 위한 신곡 가격 협상력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공공비축미 7만원이 나오려면 적어도 6만7~8000원에 신곡을 내야 한다”며 회원들이 중지를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통계청이 조사하는 수확기(10~12월) 전국 평균 산지쌀값을 기준으로 결정하게 되며, 중간정산금은 수매할 때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차액은 쌀값이 결정되고 나서 12월말까지 지급한다.

그러나 경기도와 강원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들의 가격 협상력이 크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전체 농가들이 쌀값 형성에 힘을 모을 여지는 적은 형편이다.

정읍 한 농가는 “회의 때마다 중만생종 출하가격을 6만7000원 고수하라고 강조한다”면서도 “현실은 6만원 밑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지역도 작년에 6만4000원을 받고 벼를 냈다.

작년 6만2000원을 받았던 군산에선 올해는 1만원 적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산량 줄어도 5만톤 과잉

쌀값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는 수급상황이다. 8월 즈음부터 날씨가 좋아 생산 과잉을 예상하며 쌀 수요량에서 10만톤 정도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게다가 농협에는 구곡 재고가 8월까지 20만톤이 남은 상황이었다. 이 중 5만톤 정도가 수확기로 넘어가고 여기에 의무수입물량 중 밥쌀 5만톤까지 합하면 약 20만톤 과잉이 예상됐다.

때문에 농협 및 쌀 농가들은 9월 안에 선제적인 수급대책 발표로 시장을 안정시킬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벼가 마지막 여무는 시기에 태풍이 들이닥친 것. 지난 지난 8일 추석을 앞두고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2주간의 가을 장마가 이어진 뒤라 농가의 피해는 더욱 컸다. 충남지역에서만 강한 바람에 벼가 쓰러지는 도복 피해가 1120ha로 잠정 집계됐다.

링링의 피해복구가 끝나기도 전인 22일 제17호 태풍 ‘타파’가 남부 지방을 할퀴었다. 이날 국내 최대 농지면적을 보유한 해남과 함평 등 전라도 지역에선 한 농가의 논 전체가 물에 잠기고 도복되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

박광은 한국쌀전업농해남군연합회장은 “이번 태풍으로 해남 지역에서만 쌀 생산량이 10~20% 줄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집계중인 링링의 피해 상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쓰러져 못 쓰게 된 벼를 제외하고도 여전히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다만 10만톤에서 5만톤으로 초과량이 줄었다. 따라서 시장격리는 필요한 상황이다.

농가들 선제적 격리 요구

농가들은 쌀값이 농가소득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시장격리’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10~12월 수확기 동안 농가들은 농협이나 민간RPC, 양곡도매상 등에게 벼를 판다. 농협 및 민간RPC들은 벼를 사들일 때 농가에 벼값의 일부인 우선지급금을 준다. 그해 수급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가격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 우선지급금이 사실상 시장가격을 고정시킨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즉, 생산량과 수급상황은 수확기를 지나면서 점차 명확해지므로 이후에 쌀이 모자라 시장가격이 올라도 대부분의 농가들은 이미 벼를 거의 다 냈기 때문에 쌀값의 인상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장성의 한 농가는 “먼저 격리를 발표하면 우리 농가들이 RPC에 좀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선제적인 격리가 시장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입장도 있다. 한 산지유통업체 관계자는 “수확기 때 비교적 싼 값에 쌀을 많이 확보해 뒀다가 서서히 올라야 ‘계절진폭’이 발생한다”며 “농가들 입장을 고려한 선에서 쌀값을 정하고 시작해야 유통질서가 잡힌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익형 직불 개편과 함께 쌀값 안정장치로 논의되고 있는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공익형직불제 개편 전에 쌀값이 17, 18만 초반대까지 무너지면 생산자가 개편에 동의할 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않는다”며 “지역 농협들이 수확기 시장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제값을 주고 적정물량을 매입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