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최재관 전 청와대 농업비서관]산업적 농업에서 사람 중심 농촌으로 변화 필요
[특별인터뷰-최재관 전 청와대 농업비서관]산업적 농업에서 사람 중심 농촌으로 변화 필요
  •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9.10.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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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농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방점 찍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농정 철학을 바꾸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지만, 오히려 농업을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촛불의 기대가 컸던 만큼 진보진영에서의 비판은 그만큼 더 썼을 것이다. ‘농업 홀대’에 대해 그리고, 직불제, 농특위 등 농업 현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농업분야를 보좌했던 최재관 전 청와대 농업비서관을 만나 심층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와대 농업비서관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최재관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관은 1급으로 고위공무원단에 속한다”며 “청와대는 모든 정보가 올라와서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곳이고 비서관들은 자기 분야의 정보 등을 검토하고 농민들의 의견과 주장을 농식품부에 전달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담= 연승우 편집국장, 정리= 이도현 기자>

- 문재인 정부에 대해 농업 홀대라는 표현을 쓴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청와대 농업비서관은 경제수석실 산하에 있다. 경제수석은 대부분 기획재정부 출신이 맡고 있어 경제적 관점이 다른 부분이 많다. 비서관으로 직접 경험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농업에 관심이 많다. 농업 홀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중의 하나가 농업분야 예산이다. 올해, 내년에도 예산이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2017년 예산에는 변동직불금 최대치가 들어가 있었고 올해에는 변동직불금이 줄었기 때문에 예산이 깎인 듯한 착시가 일어난다.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대통령이 직접 예산안 편성을 지적했다. 대통령께서 농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채워주고 보태주고 이야기를 하셔 반영이 된 부분이 있다. 정부가 밖에서는 하나로 보이지만, 안에서는 다양한 견해차가 있다. 농업비서관은 어려운 농업 현실과 농민의 입장을 견지하고, 경제수석실은 최저임금 상승 등 소상공인과 기업인의 말을 대변하는 게 당연하다. 청와대에 오기 전에는 정부 비판을 많이 했고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농업계의 목소리를 관철하기 위해 타협도 하고 때로는 의견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재관 전 청와대 농업비서관.
최재관 전 청와대 농업비서관.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쟁점이 됐다. 사람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이 아닌가?

스마트팜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농업계의 요구라기보다 산업분야의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스마트팜 기술과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기업체에서 접근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기업계의 요구가 농업에 반영된 거라 할 수 있다. 산업적 관점에서 추진된 것이기에 농업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따라서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인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팜을 대기업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하고 품목과 참여자에 대한 제한을 두었고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 자체를 축소시켰다. 

농업계에서 필요한 것은 스마트팜이 아니라 스마트농업이다.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한 온도, 습도, 일조량 등 기후조건부터 비료, 농약 사용량 등의 최적화된 생육 데이터를 집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농작물 생육을 위한 최적한된 데이터를 이용해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농업인들도 더 많은 생육 정보를 얻고 스마트한 농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도 생산단계에서부터 작물별 정식현황을 알 수 있고, 얼마나 수확했는지, 농협의 창고에 재고 물량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공익형 직불제는 어떤 식으로 개편되는가.

당초 청와대에서는 직불제를 기본 공익형과 가산형으로 구분해 개편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한 번에 많은 변화를 주게 되면 반발도 심하고 예산 문제도 있어 기본 공익형 직불제 개편만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논이나 밭과 관계없이 면적별로 구간을 구분해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소농직불금 지급기준 1ha 설정하고 1ha 이하의 재배 농가에 같은 직불금을 주려 했지만, 예산의 한계가 있어 0.5ha로 최소 면적을 낮췄다.
논이 밭보다 공익적 기능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논이 밭보다 직불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논보다 밭에 노동력이 약 8배 많이 소모되며 밭농사를 짓는 대다수가 소농이고 고령농들이다. 따라서 고령농, 소농에게 좀 더 많은 지원을 하기 위해 논과 밭의 직불금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가산형 직불도 추진된다. 예를 들면 화학비료를 적게 쓰면 직불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경관보전을 위한 활동을 하면 그만큼 추가로 직불금이 지급된다. 경기도 여주에서 시범사업으로 축산액비를 사용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축산액비를 사용해 화학비료 사용량을 감소하고 강으로 유출되는 질소도 줄이는 것이 목표다. 화학비료 대신 축산액비를 사용하는 농가에는 여주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한다. 가산형 직불제와 같은 개념이다. 여주시에서는 강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한강 수계관리기금을 이용해 지급하고 있다. 농가는 농약과 비료를 줄이는 활동에 대해 직불금을 받고, 친환경으로 생산된 쌀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 농가와 소비자, 국민 등 모두에게 이익이다. 앞으로 농업도 생산성을 늘려 값을 더 받는 방향보다는 가치 있는 생산물을 통해 인정받는 농업으로 향할 것이다. 

-농특위가 2년의 산통을 거쳐 출범했다. 농특위에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까?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즉 농특위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게 돼 있고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농정의 틀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앞으로 농특위는 지역 농정위원회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핵심일 것이다. 충남의 3농혁신, 전북의 삼락농정, 경남 농어업특별위원회가 모두 농특위와 같은 개념이다. 농특위가 대통령 직속이라면 3농혁신, 삼락농정 등은 도지사 직속 농정위원회다. 농특위가 이 같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지역 농정위원회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함께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최재관 전 농어업비서관이 지난 7일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분과위원으로 위촉됐다. 

로컬푸드 통한 공공급식 확대 필요
농가소득 월200만원 이상 지원돼야
해외 농업회의소, 구성원은 공무원

-농특위와 농업회의소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청와대에서는 직불제 방식의 전환을 농업분야의 가장 큰 과제로 보고 있다. 공약대로 사람 중심의 농정으로 직불제를 개편하는 것이 단순히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농식품부 등 농업계 행정조직은 효율성 중심의 산업적 농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직불제가 개편되면 행정조직도 바꾸어야 한다. 이게 쉽지가 않다. 

직불제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하게 되면 농식품부는 지금 진행하는 사업을 대폭 줄여야 한다. 현재 농식품부 공무원당 사업을 2개씩 담당하고 있는데 단순 계산으로 농식품부 직원을 500명으로 본다면 1000개 가까운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보면 된다. 직불제 중심으로 개편되면 농식품부의 역할은 직불금 관리 업무와 이행 점검으로 전환되리라 생각한다.

유럽도 많은 공무원이 지역 농업청에서 직불금 관리, 이행 점검 등의 업무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농업회의소는 오해가 많다. 유럽에서 농업회의소는 지역 행정조직이다. 구성원이 공무원이다. 농정이 사업 중심에서 직불제 중심으로 바뀌게 되면 집행, 이행 점검이 중심 틀이 된다. 농업회의소를 통해 지역에서 점검되고 신규 농민들을 키워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농업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다. 다만 의사 결정에 농민단체들이 참여한다. 중앙에서는 사업 기획량을 중심으로, 지역은 농가를 지도하는 역량을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본다. 농업회의소와 농특위의 역할도 유럽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농업비서관을 사퇴한 후 지역활동에 적극적이다. 지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 농촌의 핵심은 무엇일까. 부채, 노동력, 기술 이런 것들이 아니다 소멸이다. 이것이 지역의 가장 절실한 문제다. 농촌 인구감소로 면사무소도 없어지는 판이다.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람들을 살게 만드는 등 지역을 유지하는 가치는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이런 가치는 도지사와 지역 시장·군수가 더 잘 알고 있다. 지역을 유지하는 정책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이는 곧 지방 분권과도 이어진다. 대통령도 지방 분권을 강조하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예산 비중을 8대2에서 6대4까지 바꾼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에 투입되던 예산이 농업이라는 산업에서 농촌이라는 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소멸하는 농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한 농업으로는 더 이상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없다. 산업이 아닌 농촌, 지역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바로 사람 중심의 농정이다. 농정의 틀을 생산, 효율 등 산업 중심에 농촌, 지역, 농민의 삶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며 농민운동도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지난 11일 여주시의회의 농민수당 부결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실시했다.

- 앞으로 농업과 농촌 정책의 방향성은?

개인적으로 농촌에 거주하는 농민의 소득이 월 200만원 이상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가만의 소득으로는 어렵고 정부가 이를 직불금으로 지원해야 한다. 직불금으로 50만원, 로컬푸드로 100만원, 연금으로 50만원 지원해주면 농촌에서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농가가 월 200만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앞으로 농촌은 직불제와 푸드플랜(로컬푸드)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농업은 생산, 소비, 가공, 유통을 계획하고 시장에 맡겨진다. 푸드플랜은 소비가 첫단추다.

더불어 최대한 지역 내 순환이 가능한 부분을 파악해 해결하는 것이다. 이에 공공급식으로 확대하는 것이 농업의 중심고리라는 생각이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군대에서도 군인수가 축소되면서 국내산 친환경 급식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식량 자급률도 높여야 한다.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는 농업으로 가야 한다. 국산 밀과 콩을 공공 급식에 넣어야 한다.

밀의 경우 소규모 가공회사가 없다. 과거 밀 방앗간이 쌀 방앗간만큼 있었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수입 밀 중심 체계로 규모화가 진행되며 밀 방앗간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학교 급식부터라도 국내산으로 바꿔야 한다. 경축순환농업 실현도 필요하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말라고만 해서는 실현되지 않는다. 상응하는 지원을 통해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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