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민총궐기에 부쳐
[사설] 농민총궐기에 부쳐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11.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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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지난 13일 1만여명에 가까운 농민이 여의도에 모였다. 농민들이 모인 이유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알셉)의 잇따른 타결이 일차적이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농업홀대’에 있다.

촛불로 만들어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농업계에서도 무척이나 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첫 번째 인사인 농식품부 장관을 개혁적인 인물보다는 논공행상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장관과 청와대 농업비서관은 임명 8개월 만에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동시에 사퇴했고 두 번째 장관을 임명하는 데까지 5개월의 공백기가 있었다.

두 번째 장관 역시 개혁적 인물보다는 현직 의원이 임명돼 농업계의 반발을 샀다. 이로 인해 농정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대통령 주요 공약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도 야당의 반대로 인해 집권 2년 만에 만들어지면서 ‘농업홀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높아져 갔다. 특히, 2018년 농식품부 예산증가율은 0.4% 밖에 되지 않아 농가들의 불만을 샀다. 이런 과정이 쌓이고 쌓여 농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농정의 틀을 바꾸겠다며 도입한 공익형직불제는 여야 정쟁에 휩싸여 언제 처리될지 모르고 쌀 목표가격 역시 올해 안에 결정도 미지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농산물 가격 하락세는 올봄 양파 등 겨울작물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농가들의 마음은 바닥을 쳤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청와대는 농민들의 피어린 주장을 새겨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 단지 돈 몇푼 쥐어주는 대책아닌 대책이 아니라 선진국의 농민들처럼 맘 편히 농사짓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