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쌀 소비 하락] 국민 ‘햇반’ 먹을 때 쌀 소비 줄었다
[기획- 쌀 소비 하락] 국민 ‘햇반’ 먹을 때 쌀 소비 줄었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4.07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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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안 좋다는 이미지, 아침 결식, 서구화 주요인
쌀가공 간편식·대용식 수요가 ‘밥쌀 시장’ 점유도 한몫

냉동밥·즉석죽 등 쌀가공식품 시장 무서운 성장

가공용쌀 사용하니 ‘양곡소비량’ 통계 안 잡혀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 소비가 급감한 것은 서구화된 식생활로 쌀밥 섭취가 줄고 대체식품의 다양화로 밥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고생과 젊은 직장인들의 아침식사 결식, 쌀이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도 쌀밥 섭취를 줄이는 요인이다.

전문가와 농민 등 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밥쌀용과 따로 분류되는 햇반 등 쌀가공식품의 섭취가 크게 늘어 쌀 소비와 판매가 더뎌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쌀 판매와 소비가 여느 해보다 부진하다. 가정 내 소비는 늘었지만 산지 쌀 유통의 구심체인 미곡종합처리장들의 대규모 거래물량이 끊겨 전국 쌀 소비 감소폭을 넓히고 있다.

쌀 유통업계 일각에선 쌀가공용으로 싸게 방출하는 정부양곡 대신 기업들이 농가나 RPC에서 원료곡을 사서 밥 대체식품을 만들어 팔아야 쌀 소비가 촉진될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쌀 소비 안 되니 벼 거래도 없어

1월말부터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여파로 RPC로부터 원료곡을 받던 외식업체와 공공급식업체들이 운영난을 겪고 있다. 자연히 RPC 거래도 뚝 끊겼다. 반면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영향으로 가정 내 소비는 늘었다.

홈플러스 임정균 건식팀장은 “매장 손님은 10~15% 줄었지만 온라인 매출이 50% 늘었다”고 확인했다.

이마트 안명진 양곡담당 부장은 “2월 중순부터 코로나로 인한 사재기가 발생해 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3월 1일 이후로 소비가 다시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4월 1일을 기준으로 소비가 큰 폭으로 다시 늘고 있다. 개학 연기가 가정 내 소비 진작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농협 관계자도 “지역 마트와 상가에 나가는 물량은 전년보다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RPC가 거래하는 공공급식, 외식업체에 나가는 대규모 물량이 줄었기 때문에 벼 거래 물량도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비RPC농협에서 벼를 팔아달라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민간RPC들도 거래가 없으니 벼가 필요없어 안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쌀가공식품이 밥쌀 시장 뺏는 모순 

쌀 소비가 줄어든 원인은 현재로선 코로나19 때문이다. 1인당 소비량이 40년만에 반토막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서구화된 식생활, 아침식사 결식률의 증가, 대체식품의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남의 한 쌀 농가는 “밥 먹으면 살찐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며 “쌀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쌀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두종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감사는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쌀을 덜 먹는 경향은 대체식품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며 “쌀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군을 늘려 자연스럽게 쌀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순이지만 쌀 가공식품의 소비 증가가 쌀 소비를 줄이는 데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2019년 쌀 소비량이 준 원인은 곡물가공식품에 해당하는 선식, 누룽지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식사 대체용 가공식품은 2018년 4만5105톤에서 2019년 5만6007톤으로 24% 증가했다.

임정균 팀장은 “쌀 소비가 줄어드는 원인은 다양한 대체식품 때문”이라며 “주간 쌀 매출이 30억이라고 하면 누룽지가 2억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외 다이어트밀, 영양밀, 즉석죽 등 쌀을 대체할 식품이 많고 또 요즘은 냉동밥이 대세다. 소비자들이 가공식품, 간편식, 대용식을 선호하고 있으며 관련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명진 부장도 “쌀로 만든 가공제품이 많아 굳이 쌀을 먹지 않아도 충분한 식사가 가능하고 편리함, 간편함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로 밀키트 등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구곡.수입쌀도 가공용으로

정부는 비축해둔 정부양곡 구곡을 가공용으로 싸게 방출한다. CJ등 대기업은 햇반을 만들 가공용벼품종 보람찬을 농가와 계약재배로 연간 6만톤을 생산해내고 있다. 해마다 들어오는 의무수입물량(TRQ) 40만8700톤도 가공용으로 쓰인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가공용쌀이 (밥)쌀 소비를 줄이는 원인으로 꼽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2014~2016년 구곡의 가공용으로의 방출을 줄이고 유통 대기업들은 농가나 RPC로부터 원료를 사 가공식품을 만들도록 해야 쌀 소비가 촉진된다”며 “쌀 농가들은 기능성 쌀의 육종과 생산, 그리고 의무자조금 조성으로 쌀에 대한 홍보활동을 벌여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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