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입과일의 역습] 품종 다양화·소비확대 전략으로 국내과일 수급기반 마련
[기획-수입과일의 역습] 품종 다양화·소비확대 전략으로 국내과일 수급기반 마련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6.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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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편의성 높여 신품종 생산 늘려야
정부 농식품 지원사업으로 소비 확충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우리나라는 2004년 한·칠레 FTA 체결 이후 농산물 시장개방이 빨라지면서 과일 수입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오렌지, 바나나 등에 이어 체리, 아보카도 등 수입 품목이 다양해졌다.

수입 과일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서구화, 소비패턴 변화 등에 따라 선호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2018년 소비자패널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입 과일 구매량을 전년보다 늘렸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전체의 34%였고, 늘린 주된 이유는 ‘국산 과일보다 수입 과일의 품목이 다양해서(39%)’로 나타났다.

이에 농경연은 과일 수입 확대와 품목 다양화로 국내 과일이 수입 과일과 소비 경쟁을 피할 수 없고, 향후 추가적인 FTA 협상 등으로 수입 과일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국내 과일의 생산기반 유지와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국내 한 대형할인점에서 다양한 수입 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 한 대형할인점에서 다양한 수입 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 입맛 사로잡기…품종 다양화 관건

농경연은 ‘수입 과일 품목 다양화에 따른 과일·과채 부문 영향 분석과 대응과제’ 연구를 발표하고, 수입 과일의 다양화에 따른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에 맞춰 국내 과일의 재배 품종 확대가 이뤄져 소비자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경연 연구에서 진행한 소비자 조사결과(2019)에 따르면 ‘향후 신품종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라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는 각각 후지, 신고 품종 등 일부에 편중돼 있어 소비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연구기관 등에서는 다양한 품종을 선호하는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사과는 지난 2015년 국내 육성품종보급사업이 시행되면서 신품종 재배가 확대되고 있고, 배의 경우 주로 추석 수요에 맞춰 생산되는 품종인 신고를 대체하기 위해 신화 품종이 개발·보급됐다.

윤종열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소비자의 구매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맛과 당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향후 품종 개발 방향에 있어 맛을 개선하는 품종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신선도, 저장성, 안전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품종 재배 환경 조성 뒷받침돼야

현장에서는 과일류의 다양한 품종이 개발·보급됐지만, 실질적인 재배·유통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가들은 재배 기술 부족, 소득 불안정, 신품종 도입 이후 생산하기까지의 소득 공백 등을 이유로 신품종 재배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과일류는 신품종을 재배하면 안정적인 생산에 이르기까지 2~3년이 소요되는데 그동안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 이에 윤 부연구위원은 “새롭게 개발된 품종 보급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신품종 도입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품종 재배 환경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서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신품종의 품질은 기존에 재배되고 있는 품종과 큰 차이가 없으나 농가 입장에서는 재배 편의성이 떨어져 신품종 재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학원에서는 재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품종 재배시험 기간을 늘리고, 기존 품종과 신품종을 동일 환경에서 시험 재배하는 등 재배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기반 확대 지원 필요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과일 소비기반 확대를 위해 농식품 바우처사업, 과일간식 지원사업 등을 올해 추진할 예정이다.

농식품 바우처사업은 취약계층의 식생활 지원으로 실제 농식품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제도인데, 국내 과일·채소 등만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해 국내 과일의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농식품부는 이달부터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 시범사업’을 개시하고 초등 돌봄교실 이용 학생을 대상으로 고품질 국산 과일을 컵과일 등 신선편이 형태로 제조해 제공한다.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관계자는 “올해는 약 24만명을 대상으로 과일간식 지원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사업 확대를 요구하는 현장 의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