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쌀 시장자동격리, 정부 방안은] 쌀 시장격리, 수요량보다 3% 많으면 격리…1% 초과 시 자동격리해야
[기획-쌀 시장자동격리, 정부 방안은] 쌀 시장격리, 수요량보다 3% 많으면 격리…1% 초과 시 자동격리해야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0.06.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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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재고 부족 등으로 가격 상승 시 공매

(한국농업신문=연승우 기자) 지난해 공익직불제로 개편하면서 쌀 수급안정 장치로 시장자동격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쌀값이 하락하면 목표가격의 90%를 보장해주던 변동직불제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농가들의 소득안정을 위해서는 수급안정 장치가 마련돼야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익직불제 개편안에 시장자동격리를 양곡관리법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을 했고 지난해 말 양곡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장격리가 제도화됐다. 

2005년 수매제 폐지 이후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실시한 시장격리는 총 8회였다. 초과생산량의 평균 규모는 28만6000톤으로 생산량 대비 6.3%였고 격리물량은 27만톤으로 초과생산량보다 더 적었다. 

초과생산량을 격리했던 해의 수확기 쌀값은 평년 대비 평균 7.0% 하락했고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일정 하락했을 때 격리를 실시했다. 

시장격리 기준, 3% 초과 또는 5% 초과

시장격리 발동 기준으로는 초과생산량, 단경기와 수확기 가격, 민간 재고량 등 시장 상황을 감안해 초과생산량보다 많은 물량을 격리하도록 양곡관리법에 규정돼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쌀 시장 시뮬레이션 결과 발동기준을 2개의 안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안은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3% 이상일 때와 단경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했을 때 격리하도록 제시했다. 

두 번째 안은 초과생산량이 생산량의 5% 이상, 가격하락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할 때 격리하는 방안이다. 2개의 기준 모두 민간재고가 연속된 공급과잉으로 누적돼 쌀값 안정을 위해 매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격리하도록 했다.

생산량이 초과하지 않아도 다른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 가격하락 기준이 포함됐다. 2010년 생산량의 3% 미만인 3만5000톤이 초과됐지만, 계속된 재고 누적과 역계절진폭 발생으로 수확기 가격이 6.6%까지 하락하는 사례도 있다. 

민간재고 부족으로 가격 상승 시 공매 가능

시장격리 기준과 함께 이번에는 공매의 기준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생산자들의 입장이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공매는 8번이 있었으며 평균 공매물량은 16만톤이었다. 공매는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거나 전년 대비 높게 가격이 형성하는 경우에 주로 실시했다. 

공매 기준은 민간재고 부족 등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발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3순기 연속으로 가격 상승률이 1% 이상 지속될 때 공매하는 방안과 1개월 내 가격 상승률이 3% 이상일 경우 공매를 실시하는 안을 계획 중이다. 

2005년 이후 시장격리 현황

과잉생산 시 미곡 재배면적 조정

미곡 재배면적 조정은 대표적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항목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격리를 하는 조건으로 재배면적 조정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시장격리를 한 다음해에도 재배면적이 줄지 않으면 다시 과잉 생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배면적 조정은 시장격리 다음 연도에 실시하는 방안을 정부는 검토 중이다. 작황 호조로 인한 초과생산과 재배면적으로 인한 과잉생산을 구별해 면적으로 인한 과잉이었을 경우 다음 해에 재배면적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재배면적이 70만ha이고, 생산단수가 10a당 540kg인데 초과생산량 18만톤을 격리했을 경우 과잉요인을 분석해 다음 해에 2만1000ha를 조정하게 된다. 

쌀, 시장자동격리 농가 의견 반영해야

양곡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입법예고됐지만 정부의 안에는 자동격리라는 표현은 없다. 다만, 법률 안에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해 가격이 하락하거나 하락할 우려될 때와 단경기, 수확기에 쌀값이 하락한 경우, 민간재고의 과다로 가격이 하락할 때 쌀을 격리하게 돼 있어 이를 자동격리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양곡관리법 시행령 입법예고에는 격리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 초과생산량, 가격기준 등은 향후 농식품부 고시로 정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고시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농식품부 장관이 일정한 사항을 일반에게 알리기 위한 문서이다. 따라서 농민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농식품부에서 직권으로 정할 수 있다.

물론 고시 내용에 대해 농민단체와 일정 협의를 거치겠지만 의견수렴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이런 절차를 생략해도 된다. 따라서 농민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어도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양곡관리법뿐만 아니라 공익직불제 개편에서도 계속 지적이 있었다. 공익직불제 개편 당시 구체적인 지급단가, 방법 등은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에서 정했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제도라 농가들에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어 농가들은 수요량보다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격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기존과는 달리 자동격리가 선제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쌀값 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하지만 농가들은 발동기준을 최대한 낮추길 바라고 있다.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수요량보다 1%만 초과하게 되면 전량 시장격리를 실시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쌀값이 보장되지 않으면 농가들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희성 위원장은 가격기준에 대해서도 “2018년과 2019년 쌀값을 기준으로 이보다 내려갔을 때 시장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변동직불제 폐지로 인해 쌀값을 보장받을 방안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농업 통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쌀 생산량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정학철 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근본적으로 통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시장격리나 방출 기준이 통계에 대한 신뢰성을 얻고 난 뒤에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학철 위원장은 “통계청에서는 생산량을 예측해서 발표하고 농경연에서 쌀 소비량을 발표하는데, 이 통계치에 맞춰서 일정 기준이 넘어가면 격리를 하게 된다”며 통계에 따라 격리를 했다가 실제 현장에서 물량이 남게 되면 책임을 통계청에서 질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농민단체인 전농은 재배면적 조정제도에 대해 극렬한 반대를 하고 있다. 전농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해 성명을 내고 “재배면적 조정 의무는 쌀 생산조정을 농민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명령에 따라야 하며 위반하게 되면 제재를 받게 돼 있다”며 이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의견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도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최대한 농가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양곡관리법 자동시장격리가 진정한 쌀 수급안정 장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