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냉해에 이어 집중폭우까지 ‘재해’에 무너진 농촌
봄철 냉해에 이어 집중폭우까지 ‘재해’에 무너진 농촌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0.08.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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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속한 복구·자연재해 근본대책 촉구 목소리 높아져
농식품부, 긴급방제‧소독 등 응급복구, 재정‧금융지원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봄철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와 코로나19로 친환경농산물 수요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 집중 폭우까지 더해지면서 농촌은 재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폭우는 장마가 길어지면서 복구까지 더디고 재해를 입은 농작물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3일 기준 27,932ha 규모의 농경지가 침수‧유실 또는 매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벼 2만2304ha가 전체의 80% 수준으로 가장 크며, 이번 호우로 인해 전체 벼 재배면적 73만ha의 3%가 침수했다.

밭작물 1802ha, 채소류 1638ha, 인삼 등 특작698ha 등의 품목도 피해를 입었고, 침수지역은 퇴수가 완료된 상황이다. 축사 침수로 인해 한우 400여두, 돼지 6천여두, 가금 183만수 규모의 가축 폐사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조속한 복구와 함께 자연재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농업인단체연합(상임대표 고문삼)은 최근 성명을 내고 농가들이 집중폭우와 봄철 냉해 등으로 한해 농사를 망치고 있어 정부와 국회는 피해 지역에 대해 조속히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제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피해 지역 주민의 생계안정과 피해복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인단체연합은 성명에서 농촌 지역은 소하천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폭우가 내리면 상습적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전국의 소하천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산하기관 임직원 600여명이 지난 12일 피해가 심한 42개 지역에서 토사정리, 배수로 정비, 낙과 피해정리를 돕고 있다.
농식품부 산하기관 임직원 600여명이 지난 12일 피해가 심한 42개 지역에서 토사정리, 배수로 정비, 낙과 피해정리를 돕고 있다.

특히, 피해 현장에서 농어업재해복구비 지원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지만, 지원 단가는 낮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보상 기준 조정과 더불어 단가를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피해 농가 긴급 금융지원 ▲피해 지역 농산물 생산비 보장 ▲가축 피해 보상 현실화 방안 마련 ▲인삼 등 다년생 작물 특별 지원 대책 마련 ▲피해 농업시설 복구를 위한 농자재 지원 ▲농경지·농축산 시설 복구를 위한 인력·장비 지원 ▲피해 농가 주택 복구 지원 ▲병해충 긴급방제 시행 ▲피해 농기계 무상 수리 시행 등을 강력 촉구했다.

한편, 피해 농가에는 농약대‧대파대‧생계비 등 재해 복구비가 지급된다. 농식품부는 행정안전부와 협력하여 조속한 피해조사와 복구계획 확정함으로써 하루라도 빨리 복구비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과 농업인안전재해보험에 가입한 농업인에는 손해평가를 신속하게 해 보험금을 차질없이 지급하고 호우로 인한 농촌지역의 주거시설 피해복구 지원을 위해 농촌주택개량자금(1천동 수준)을 필요한 지역에 추가 배정하여 주택 개보수에 필요한 융자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지난 10일부터 지자체, 농협 등이 보유한 광역방제기, 드론 등 장비를 총동원해 병해충 방제 중이다. 벼 도열병 등 병해충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른 조치이다.

영세‧고령농 등 자가방제가 어려운 농가와 피해 규모가 큰 지역부터 우선으로 방제를 할 계획이며, 농약 할인공급과 생육 관리에 필요한 기술지도를 농촌진흥청에서 병행한다고 밝혔다.

김현수 장관이 지난 13일 충남 아산 소재 벼 종자 채종포를 찾아 생육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현수 장관이 지난 13일 충남 아산 소재 벼 종자 채종포를 찾아 생육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와 축사 주변 토사 제거와 정비, 가축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가용자원을 총력 투입한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현장인력 지원을 위해 농협, 농어촌공사 등 범농업 관련기관과 함께 지난 12일부터 수해복구현장 일손돕기를 하고 있다.

축산분야에서는 지자체와 협력, 가축방역관 944명과 공수의 866명을 축산 피해 농가에 파견해 가축 임상예찰과 긴급 동물의료지원을 한다.

농식품부는 이번 장마기간 북한 접경지역 집중호우가 이어짐에 따라 방역차량 1014대를 동원해 접경지역의 하천‧도로‧농장진입로에 대한 대대적인 소독을 하고, 침수 피해 지역을 포함한 전국농장의 일제소독을 추진하는 한편, 지난 6월 발령된 ASF 위험주의보를 계속 유지하고 양돈농가에 대한 전화, 문자 예찰을 지속할 방침이다.

또한, 농가의 신속한 경영복귀를 돕기 위해 6개 농기계 제조업체가 참여해 지난 13일부터 전국적으로 트랙터‧콤바인 등 피해 농기계 수리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수 장관은 지난 13일 충남 아산시 가을배추 육묘장을 방문·격려하고 인근 벼 병해충 방제 현장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예년보다 길어진 장마에 집중호우가 더해져 시설채소 등 수확기를 맞은 농작물 피해가 크다”며 “방제 장비를 총동원해 장마 후 고온다습한 기상여건에 따른 병해충 피해 방지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