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용규 동안동농협 조합장 "쌀전업농 육성, 농업정책 중 유일하게 성공한 정책의 하나"
[인터뷰] 배용규 동안동농협 조합장 "쌀전업농 육성, 농업정책 중 유일하게 성공한 정책의 하나"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8.2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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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과일 전국 초교 1000여곳 납품, 안동사과 인기 톡톡
친환경 농산물 소비촉진, 민·관 모두 홍보 힘써야
배용규 조합장(사진)은 쌀전업농안동시연합회 초대회장을 역임하고 제5대 쌀전업농경북도연합회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3월 동안동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나도 쌀전업농 회원입니다."

기자와 첫 만남에서 쌀전업농 회원임을 강조한 배용규 동안동농협 조합장. 배 조합장은 초대 쌀전업농안동시연합회장을 역임하고 제5대 쌀전업농경북도연합회장을 지내면서 경북 쌀전업농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 조합장은 조합원을 비롯해 직원들과 지역사회 주민을 위해 농산물 수출, 신규 사업 발굴 등 오늘도 밤낮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경북 안동을 대표하는 특산물에는 사과가 있다. ‘안동사과’는 지대가 높아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큰 안동의 지역적 특성으로 색상이 선명하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이러한 안동사과 브랜드의 모태이며, 지난해 안동지역 사과의 45%를 생산한 동안동농협은 조합원 3100여명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농촌형 농협이다.

-안동지역의 농업 현황은 어떠한지.

동안동농협에서 주로 취급하는 사과를 예로 들자면, 올해 사과 농사는 특히 자연재해로 인한 어려움이 많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각종 재해 피해가 계속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냉해 피해가 먼저 큰 타격을 주고 지나갔는데, 얼마 전까지 이어진 긴 장마도 사과 농사에 큰 피해를 줬다. 일단 장마 기간 내내 일조량이 현저하게 부족해 당도나 과실 색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대부분의 과수 농가가 장마 기간 내린 비로 인해 각종 수인성 병해에 쉽게 노출됐다. 이러한 피해는 안동지역뿐만 아니라 올해 국내 대부분의 과수 농가가 겪고 있는 아픔일 것이다.

-동안동농협에서 큰 성과를 낸 사업이 있다고.

동안동농협 가공사업소에서 만들어진 컵과일.

동안동농협에서는 2018년부터 사과를 비롯해 참외, 블루베리 등 9가지 과일을 깎거나 조각내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컵과일(150g) 형태로 제작·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안동지역의 특산물인 안동사과를 통한 컵과일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에 적합했고, 우리 농협의 가공사업소가 농식품부에서 선정하는 과일간식 가공 적격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컵과일은 부산, 대구, 경남·경북, 강원 등 전국 1000여개의 초등학교에 간식용으로 공급됐으며, 지난해 9월부터는 옥수수 전분을 활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은 우리 농협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사과 등 농산물에 대한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산지 가격을 지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밖에도 우리 농협의 주요 농산물인 사과를 대만,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현지 바이어를 만나 수출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올해 봄에도 말레이시아 수출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올해 사업 추진 상황은 어떠한지.

우리 농협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는데, 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컵과일 생산과 공급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했다. 

친환경 농산물의 주요 판로인 학교급식이 중단돼 친환경 농업 분야에서 큰 피해가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간식용으로 공급하는 컵과일도 상당한 피해를 봤다. 지난해 과일간식 사업으로 27억원의 매출 실적을 달성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약 7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농협에서는 개학 연기 등의 문제로 농산물 출하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지난 4월 임직원 대상 컵과일 나눔 행사를 진행했고,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는 등 피해 대책을 찾고 있다.

배용규 조합장(왼쪽 네 번째)과 직원들이 과일간식 지원사업에서 제공되는 컵과일 제품을 들고 있다.

-현재 피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우리 농협에서는 기존의 컵과일을 초등학교 이외에 군부대나 병원 등에 납품했다. 특히 군에는 현재 월 2회 컵과일을 납품하고 있는데, 이 횟수가 월 3회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농협 내 사업장에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채소 샐러드’ 등 전처리 절단 채소의 납품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데, 군부대에서 전처리된 농산물 식재료를 점점 선호하는 추세고, 과일을 비롯한 채소 등 다양한 농산물을 이용한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조합장에 다시 한번 출마한 것도 이러한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친환경 농산물에 특히 피해가 있었는데, 대책이 있다면.

친환경 농산물은 특히 학교급식용 납품이라는 판로가 막히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얼마든지 다른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부뿐만 아니라 유통업체, 생산자 모두가 힘을 합쳐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사업이나 구매쿠폰 지급 등 소비 활성화에 노력하고, 농협 등 유통업체에서는 전국 하나로마트 등 유통채널 및 언택트 채널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상품 개발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단체 등에서도 소비촉진을 위한 캠페인 등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앞으로 조합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재선을 통해 다시 한번 동안동농협의 조합장 자리에 있으면서 되새기는 가장 큰 목표는 역시 조합원의 만족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화가 필요하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재화를 생산하는 직원들의 처우 개선까지 이루고 싶다. 나아가 이 재화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하나의 바람이다. 

인생은 영원함 없이 머물다 가는 것으로 생각하며 인생의 한 토막인 지금도 조합장에 머무는 동안에는 조합원이나 직원들, 내 주위의 누구라도 나로 인해 행복해지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쌀전업농 회원분들께 한 말씀.

우리나라의 역대 농업정책 중 쌀전업농 육성 정책은 유일하게 성공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며, 그 쌀전업농이 현재 우리나라 쌀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민족이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왕조가 여러 차례 바뀌었고, 현재는 시대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이렇게 변화를 거듭했어도 주식은 언제나 쌀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우리 민족의 주식이 밀가루나 고기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 주식을 책임지고 있는 쌀전업농 회원분들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긍지를 갖고 앞으로도 국내 쌀 산업을 위해 더욱 힘내주시길 바란다.

배용규 조합장.
배용규 동안동농협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