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흔들리지 않는 경영 체계 구축…조합원 만족 최우선"
[인터뷰] "흔들리지 않는 경영 체계 구축…조합원 만족 최우선"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5.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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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규 동안동농협 조합장 인터뷰
특산물 안동사과 넣은 컵과일 가공
전국 1000여곳 초등학교 간식 납품
군부대·카페·편의점 등 판로 다각화
조합원 소득보장 위한 사업 확장도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배용규 동안동농협 조합장은 지난 3월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다시 한번 당선되면서 3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쌀전업농 출신이기도 한 그는 (사)한국쌀전업농경북도연합회장을 역임하기도 했고, 현재는 1만2000평 규모로 사과 농사를 직접 짓고 있는 농업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농업·농촌 최일선에서 누구보다 농촌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베테랑 조합장이다.

배용규 조합장은 경영 위기에 놓였던 동안동농협을 취임 이후 컵과일 사업 등을 통해 안정 궤도에 올려놓았던 입지적인 인물이다. 안동지역 사과의 70%를 생산하는 사과 주산지 농협의 특성과 역량을 끌어올려 성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음은 배용규 동안동농협 조합장과의 일문일답.

배용규 동안동농협 조합장

-다시 한번 동안동농협 조합장에 당선되셨다.

치열했던 경선 끝에 다시 동안동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조합원인 농업인들의 성장을 위해 농업 최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다.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합원들의 권익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3선에 성공하셨다. 이제까지 별도로 취임식을 하지 않으셨다고.

처음 동안동농협의 조합장이 됐을 땐, 조합의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적자도 꽤 있었다. 한정된 예산을 아끼기 위해 취임식을 열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최근에 드는 생각은 취임식 대신 성공적인 퇴임식을 열겠다는 다짐이다. 조합에서 진행하는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고, 별다른 구설수 없이 모범적인 조합장이 됐을 때 많은 조합원의 격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꼭 이루고자 하는 경영 목표가 있다면.

가장 첫 번째는 조합원 만족이다. 농업인들이자 조합원들이 농업에서 충분한 소득을 내고 잘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특히 조합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조합 자체가 잘 살아야 한다. 튼실한 경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두 번째는 내부 고객의 만족이다. 여기서 내부 고객은 우리 조합에서 일하면서 실질적으로 재화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직원들을 말한다. 직원들이 조합을 성장·발전시키는 데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됐을 때 조합의 사업 추진에 힘을 얻고, 나아가 결국 조합원 만족에도 힘쓸 수 있게 된다.

처음 농협에 왔을 땐,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계속되는 적자와 경영 위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인사이동 시즌이 되면 우리 조합은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었다. 이랬던 우리 조합도 이제는 직원들을 위한 성과급도 적절하게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 사과 시장 상황은 어떤가.

올해 들어 사과 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면서 오르고 있다. 경북 안동이 유명한 사과 주산지이다 보니 사과 재배농가들이 많다. 최근 가격이 올라 농가들도 덩달아 소득을 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생산비가 워낙 올라서 농가들의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다. 점점 힘이 들어 사과 농사를 그만 짓겠다는 농가들도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사과 말고 돈이 되는 다른 작목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특히 과수 농가들은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는 일이 쉽지 않아 고민만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금 잘 형성된 시세가 수확기까지도 이어져서, 올해 생산되는 사과 역시 좋은 가격에, 제값 받고 판매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동안동농협에서도 조합원들이 사과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최근 농촌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농가의 경영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듯하다. 사과 가격이 최근에는 꽤 오르면서 소득을 내고 있지만, 농약·비료 등 자재비가 다 올랐고 특히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농사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고품질의 정형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인공수분 등 중요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때 인력이 상당히 필요한데,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인건비도 올라서 농가에서 근심이 많다. 

우리 조합에서는 공공형 계절근로제 사업에 신청하는 등 농가를 돕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과일 가공 사업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우리 조합은 지난 2018년부터 가공사업소에서 컵과일(150g) 가공·판매를 진행했다. 컵과일은 안동의 특산물인 사과를 비롯해 참외, 블루베리 등 9가지 과일을 한입에 바로 먹을 수 있는 과일 제품이다. 

우리 조합이 정부의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가공사업소에서 만든 컵과일이 부산, 대구, 경남·경북, 강원 등 전국 1000여곳의 초등학교 간식용으로 공급됐다. 이 사업은 조합원들이 땀 흘려 생산한 사과와 다른 과일들의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동시에 산지 가격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우리 과일을 접하고 맛보게 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과일 섭취로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국산 과일을 접하면서 우리 과일에 더욱 친숙해질 수 있어서다. 현장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2022년에는 경북·부산·대구·울산·대전·강원 등에 있는 총 935곳의 초등학교에 컵과일이 납품됐고, 26억34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다만,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의 정부예산이 삭감됐는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해당사업을 농식품바우처사업으로 통합하기 위해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성이 좋았고, 매년 성과도 꾸준히 내면서 성장하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올해부터는 거래처를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국방부 군납사업에 선정돼 대구·부산·경북·경남 지역으로 공급하고 있었고, 전국 엔제리너스 매장과 공항면세점, 풀무원, 마켓컬리, 배달의 민족 등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북도청과 함께 편의점 대표 운영 기업인 코리아세븐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전국 1만4000여개의 세븐일레븐 매장으로 컵과일을 납품하기로 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현재 컵과일을 생산하고 있는 가공사업소를 신축해서 이전할 계획이다. 컵과일 이외에 다른 사업을 이 사업소에서 함께 추진하면서 진행 사업을 다양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다. 

컵과일이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승승장구했으나, 사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면서 판로가 막힐 위기가 생기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의 사업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 이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합뿐 아니라 농가경영의 위험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신축·이전하는 가공사업소에는 컵과일과 함께 절단채소 생산 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거래처와 함께 생산 품목의 다각화를 진행하기 위함이다.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환원 사업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림 그리기 창작 공모전을 올해로 6번째 치르게 됐다. 공모전 첫해에는 현장의 반응이 시큰둥했으나, 점점 행사가 커지면서 현재는 수천점이 접수되는 명실상부한 우리 조합의 대표적인 행사가 됐다. 중간에 교육감 상도 추가되면서 부상으로 상장과 소정의 사은품이 제공되기도 하니 더 인기가 많아졌다.

여기에 조합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조합 매출을 올리기 위한 금융 상품부터 조합원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까지 추진하려고 노력 중이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10년간 외부의 어떠한 위협적인 요소에도 흔들리지 않는 동안동농협을 만들어내고 싶다. 초선때부터 현재 임기까지를 꽉 채우면 약 10년이 된다. 이 시기 동안 동안동농협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어낼 방침이다.

새로운 공판장 운영권을 확보할 계획도 있다. 안동지역 내 다른 농협 직원들이 우리 농협을 제일 먼저 선택해서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만들어 낼 것이다.

농업인들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자부심을 더 크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든 가운데에도 농업이라는 가치를 놓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주시길 바란다. 농협에서도 농업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동행하며 돕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