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후변화, 식량위기 그리고 농업 ①] 빈발하는 이상기후, 중장기 대응책 마련해야
[기획-기후변화, 식량위기 그리고 농업 ①] 빈발하는 이상기후, 중장기 대응책 마련해야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9.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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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의존 높은 농업…농작물 생산·품질 영향
기후변화 속 식량 생산량 감소, 식량안보로 이어져
기후변화 지속, 2040년 쌀 생산량 13.6% 감소
관계부처 합동 기후변화 종합대책 수립 필요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올해는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봄부터 수난 시대가 열렸다. 지난 4월 이상저온으로 인해 4만3554㏊ 면적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고, 그중 과수만 3만여㏊에 이르는 피해를 보았다.

또한, 지난 6월 시작된 장마는 54일 동안 지속되는 역대급 기록을 세워 2013년 49일의 최장기간 장마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장마가 끝나고 날이 갠 것도 잠시, 이달 초까지 세 차례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고, 전국적으로 벼 도복·침수, 과수 낙과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장마철 농업부문 복구 지원계획을 지난 14일 확정하고 재해복구비 1272억원을 책정해 지원에 나섰다.

농촌진흥청 기후변화 대응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처럼 이상저온, 장마, 태풍 등의 이벤트성 기후변화는 한반도 온도 상승과 같은 기후변화 양상과 달리 예측이 다소 어려워 대응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농업

기상청에서 발표한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보고서(2018)’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이상기후 발생빈도와 강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최고 기온은 연평균 0.12℃씩 상승했으며, 10년마다 열대야 일수는 0.9일씩 증가했고, 최근 10년은 지난 30년보다 폭염일수가 0.9일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열대야, 폭염일수, 여름일수 등 고온 관련 수치와 호우, 가뭄 관련 수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후에 상당히 의존적인 농업분야는 기후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상기후는 농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작물의 생산 및 품질 저하를 일으켜 식량생산에 변화를 주거나 잡초번성 및 월동해충, 외래병해충 확산 등 농업환경 변화를 초래한다. 이 밖에도 작물재배 적지, 가용 농업용수량, 축산물 생산량 등에 변화를 유발할 것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벼 수량의 경우 온난화로 인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고온장해가 벼 생산성을 크게 감소시켜 생산량과 품질 저하를 일으킨다.

또한,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재해의 발생원인은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한파, 폭설, 대설, 주로 봄·가을철에 발생하는 이상 저온, 일조량 부족, 우박, 서리, 그리고 주로 여름철에 발생하는 집중호우, 태풍, 강풍, 폭염, 가뭄 등이 있는데, 발생원인별 발생빈도와 피해규모가 불규칙적이어서 과학적 예측과 사전예방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도 농축산유통국 공무원들과 경북청년봉사단원들은 지난 12일 청도군 운문면 일원에서 태풍 피해로 도복된 벼를 세우는 복구작업을 펼쳤다.

기후변화 속 식량안보 적신호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의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 기후변화는 70% 이상의 지역에 농업생산성 저하를 유발함으로써 세계 식량 생산과 식량안보에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수량이 증가할 수 있으나, 대부분 지역에서 수량 감소가 예측되고, 만약 지구 온도가 4℃ 이상 증가하게 되면 수확량 감소폭은 더 크게 증가해 전 지구상의 식량안보에 큰 위험이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지난해 IPCC에서 승인된 지구온난화가 토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 농작물 피해로 2050년까지 국제 곡물 가격이 최대 23%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구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밀 생산량은 평균 6.0%, 쌀 생산량은 3.2%, 옥수수 생산량은 7.4%, 콩 생산량은 3.1%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의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 주요 곡물 생산량 감소에 따라 큰 피해를 보는 상황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22%를 웃돌고 있고, 70% 이상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식량 가격 인상을 초래해 수입에 의존한 국가의 식량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나라 주식인 벼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진청에서 연대별 쌀 생산 수량 변화와 미래 전망을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쌀 생산성이 2040년대 13.6%, 2060년대 22.2%, 2090년대 40.1%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쌀 자급률이 100%에 육박하더라도 기후변화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는 식량안보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의 생산량 감소를 완화시키기 위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품종 도입 등이 주요 대책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식량작물을 대상으로는 고온 내성이나 도열병 등 내병성 품종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중장기적 기후변화 대응책 모색

기후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기후변화에 맞서 지속가능한 논의를 통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할 중장기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농업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기후 온난화 현상으로 기후 변동성이 커져 폭염, 가뭄, 한파, 집중호우, 태풍과 같은 기상재해 현상이 빈발하고 있으므로 농업분야의 영향 예측, 적응 및 대응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의 증가로 작물의 주요 산지 북상, 재배적지 변화, 병충해 증가 등 농업분야의 영향이 매년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반도 기후요인의 변화 속도가 세계 평균의 2배에 이른다는 기상청의 최근 보고가 있어 변동성이 높아진 이상기후의 예측시스템과 농업관리시스템(병충해 예측, 농업용수 관리 등)의 연계는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라 제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복합기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업재해를 최소화하고 농업현장의 기후변화 적응 속도를 높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3차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21~30년)’과 관계부처 합동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1~25년)’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진청은 내년 예산안을 올해(1조249억원)보다 628억원 증가한 1조877억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과 지역특화농업 연구개발 강화에 1079억원의 재원을 반영했다. 이를 통해 기상재해 선제적 대응, 기후변화 적응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 신소득 유망 아열대작물 실증연구 추진 및 지역특화 농업 R&D 강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