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1월 11일은 가래떡데이①] 11월 11일은 가래떡 주고받으며 ‘농업인’을 생각하자
[기획-11월 11일은 가래떡데이①] 11월 11일은 가래떡 주고받으며 ‘농업인’을 생각하자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0.11.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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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 가래떡부터 건강기능성 강조한 가래떡 인기
일부 지자체 쌀 생산량 많다고 행사 보류‧취소 아쉬워
지속적 홍보 통해 쌀과 농업의 가치 확산 필요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0kg 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양곡 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전년보다 1.8kg 줄어든 59.2kg을 기록했으며, 이는 89년 소비량 121.4kg의 절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를 비롯해 쌀 생산자 단체, 쌀 생산 농가들이 나서 어떻게든 쌀 소비량을 높여야 한다며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량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 및 활성화 정책을 비롯해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고, 그중 하나가 바로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쌀을 이용한 가래떡으로 대체해 ‘가래떡데이’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빼빼하길 바라며 나눈 빼빼로…업계 상술 비난
국내 젊은 이들에겐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굳이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가 아니더라도 11월 11일은 농업인의날이라는 더 크고 명확한 의미의 날이있지만, 요즘 사람들에게는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일 뿐이다.

일반적인 빼빼로 데이는 친구 혹은 연인 등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날이다. 빼빼로데이 풍습은 지난 1983년 롯데제과에서 빼빼로를 처음 출시했는데 당시 영남 지역 소재의 여중생들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빼빼하게 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빼빼로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이 됐고, 이 내용이 언론 기사화, 이후 1997년부터 롯데제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전국적으로 확산된 됐다.

빼빼로데이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빼빼로를 생산 판매하는 업체들은 이 빼빼로데이를 통해 지난 1996년부터 약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얻었으며, 빼빼로데이가 있는 11월을 기준으로 매년 상품 연매출의 60%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빼빼로데이와 같이 특정일에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 바로데이마케팅이다. 현재 국내에는 연간 60여개의 데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업인의 날 기억하기 위해 만든 ‘가래떡데이’ 
소비트렌드의 변화와 데이마케팅의 성공으로 정부와 공공기관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데이마케팅을 통해 지자체 농산물이나 지역 특산품 판매를 진행하는 것인데, 그 한 예가 바로 가래떡데이다.

가래떡데이는 지난 1996년 정부가 우리 농업 및 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취지에서 1996년 제정된 법정기념인인 ’농업인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 주식인 쌀을 활용해 만든 가래떡을 나눠 먹는 ’가래떡의 날‘ 행사를 진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농업인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가래떡의 날‘이지만 국민에게 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1인 쌀 소비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 쌀을 활용해 쌀 소비까지 촉진할 수 있어 11월 11일 전후로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농협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가래떡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래떡데이 초기에는 단순한 형태의 가래떡을 활용한 홍보를 진행한 반면 현재는 단순한 형태의 가래떡뿐만 아니라 떡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활용해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비트렌드 맞춘 가래떡…쌀 소비 촉진 ‘효자’될까
매년 가래떡데이를 진행하고 있는 농정원 관계자는 “초창기 가래떡데이와 현재의 가래떡데이는 떡의 다양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가래떡의 모양에 변화를 준 떡부터 다양한 음식과 함께 할 수 있는 레시피의 공유 등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가래떡데이라는 인식을 바뀔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가래떡데이가 하루 단순하게 국민의 관심을 받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래떡데이와 함께 쌀의 가치를 알리고 매년 낮아지고 있는 소비량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래떡은 쌀뿐 아니라 밀, 귀리 등 곡물을 섞어 만들면 더욱 다양하고 건강기능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농진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쌀은 나이아신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질적으로 우수한 곡물로, 쌀에는 탄수화물(80), 단백질(6.4), 지방(0.4)이 골고루 존재하지만 비타민 B군이 적은 편이라 단백질, 비타민 B, 항산화성분이 많은 밀, 귀리와 함께 먹으면 더 건강하고 맛있는 가래떡을 즐길 수 있다. 

또 밀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80%를 차지하는데 특히 단백질 비율이 10% 이상으로 다른 곡물에 비해 높다. 통밀에는 적은 양이지만 칼슘과 인 성분이 들어있으며 비타민 B1, B2 등의 기능성분도 함유돼 있다. 특히 흑자색의 ‘아리흑’ 품종은 일반 밀보다 건강기능성분인 안토시아닌, 탄닌, 폴리페놀 성분이 많고 항산화 능력도 10배가량 높다. 
귀리는 단백질(11∼14%), 지방(5∼9%), 비타민B군(B1, B2)이 많이 들어있으며, 베타글루칸과 귀리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베난쓰라마이드 등 다양한 면역력 강화 성분을 함유한 건강식품이다. 특히 ‘대양’ 품종은 다른 국내 품종에 비해 크기가 크며 총 식이섬유와 베타글루칸 함량이 많고 항산화 활성이 높다.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단순히 쌀만을 활용한 가래떡이 아니라 건강을 중시하는 현 소비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곡물과 함께하는 가래떡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곡물 가래떡은 살짝 구워 꿀이나 조청을 곁들여 먹을 수 있으며, 떡볶이나 소시지떡(소떡소떡)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할 수도 있어 그 활용성도 무궁무진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쌀 소비뿐만 아니라 쌀 가치 알려야
이런 노력과 달리 아쉬운 부분도 있다. 올해의 경우 긴 장마와 병해충 그리고 연이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좋지 못해 생산 과잉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몇몇 지자체 및 기관에서 가래떡데이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가래떡데이는 쌀 소비 촉진 일환으로 진행됐던 것이며, 매년 쌀이 과잉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올해의 경우 작황이 좋지 않아 오히려 쌀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현재 쌀값도 나쁘지 않은데 굳이 가래떡데이를 진행할 필요하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래떡데이를 단순히 쌀 소비 확산을 위한 하나의 이벤트로 본 것이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가래떡데이는 쌀 소비 촉진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쌀 소비 촉진 이전에 농업인의 날을 알리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였다”면서 “가래떡데이는 빼빼로데이처럼 상업적인 데이마케팅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