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 이후 쌀값 '유지'...혼합판매 철저 단속에 달려
공매 이후 쌀값 '유지'...혼합판매 철저 단속에 달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2.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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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곡 공매 이후 쌀값, 강세 유지 전망 많아
대규모 구곡 수요처 건설·노동현장 줄은 탓
임도정 등 섞어 팔면 쌀값 무너져...단속 강화해야

50년만의 최저 생산량...공매 발표에도 벼값 강세

전년比 벼값 15% 오르고 쌀값 13% 올라...RPC 또 '적자 예감'

산지 벼값, 공매 확정 이전보다 3~4000원 올라 

작년 6만원에서 7만원으로 '껑충'

 

현재로선 'RPC 산물벼 인수도'가 시장 영향 줄 듯

여전히 물량 확보 애 먹는 산지 쌀 유통업체들 

“RPC 매입량 1.0배로 낮추고, 산물벼 값 3개월 분할 상환 허용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가 창고에 넣어둔 정부양곡을 시장에 풀기로 확정했지만 산지 RPC들의 벼 매입 상황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의 구체적인 시기 등 세부적인 방안이 결정되지 않은데다 워낙 신곡 생산량이 적은 영향 때문으로 파악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매장 안에 쌀포대가 진열돼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매장 안에 쌀포대가 진열돼 있다.

22일 농협경제지주 양곡부에 따르면 농협RPC 및 비RPC농협들의 벼 매입 물량은 전년의 90% 수준이다. 수확기(10~12월)의 막바지인 지금 박차를 가한다고 해도 지난해 샀던 163만톤을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 농협은 12월말 예상 매입량을 145만톤 정도로 추정했다.

민간RPC 역시 매입 상황은 이전과 별다를 게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벼값은 지난 11월 20일 정부가 공매 방침을 밝힌 이후 2~3000원 올랐다. 산지 벼값은 공매 확정 이전 6만8~9000원에서 현재 7만1~2000원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공매한다고 하면 벼값이 조금 빠졌는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신곡 수급이 많이 부족한 것을 다들 알기 때문에 가격이 강세일 수밖에 없다”고 산지 상황을 전했다.

산지 쌀값은 15일 기준 80kg 한 가마에 21만7676원으로 5일 가격보다 368원 올랐다. 일반미 기준이며 20kg 포대로는 5만4419원이다. 벼값이 40kg당 평균 6만9000~7만원인 것과 비교할 때 쌀값에 비해 벼값이 비교적 높게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상승했다. 반면 작년 6만1~2000원(농협: 5만9000~6만1000원) 하던 산지 벼값은 약 15% 올랐다.

통계청이 매월 3차례 조사하는 산지 쌀값은 산지 쌀 도매상인 RPC 출고가격이다. 조사 대상엔 고급미인 경기도와 강원도 쌀값이 포함됐기 때문에 통계청 쌀값이 5만4000원이라고 해도 모든 RPC가 그 가격을 받고 쌀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두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는 중저가 시장이므로 RPC들의 실제 출고가격은 4만9000원에서 5만1000원 사이로 봐야 한다. 이를 평균 5만원으로 잡았을 때 산지에서 거래되는 실제 쌀값은 한 가마당 20만원꼴이다. 통계청 발표 가격과 1만7000원가량 적다.

게다가 벼를 찧어 쌀을 얻을 수 있는 양인 도정수율이 예년에서 1% 정도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RPC들의 내년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이 예상된다. 신곡 판매도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여파도 있지만 쌀값 강세로 예전에 20kg 사 놓고 먹던 것을 10kg로 줄여 사 먹는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 이후의 시장상황은 민간 및 농협RPC 모두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먼저 구곡의 대규모 수요처인 건설 및 노동시장이 죽었기 때문에 고품질을 선호하는 가정용쌀이 잘 팔려 쌀값을 꺾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불특정 다수의 양곡 도매상들이 신곡과 구곡을 섞어 팔아 쌀값이 무너질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지를 돌아다니는 도매상들이 초반에 농가가 부르는 대로 값을 주고 신곡을 산 이유가 구곡을 섞어 팔려는 계산 때문일 수 있다”며 “임도정공장, 도매상, 식당 등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공매 이전에 예정된 산물벼 인수도가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농협 관계자는 “쌀값이 안정적으로 가려면 산물벼 인수도 가격이 시세 수준으로 나와줘야 한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물량부족이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 RPC 의무매입 기간을 내년 2월까지로 연장하고 매입량도 매입지원자금의 1.2배로 완화해 줬다. 그러나 벼값 강세로 매입 물량에 비해 돈을 많이 쓰고 쌀 판매가 더뎌 자금 회수에 애를 먹는 RPC들은 내년 1월로 관측되는 산물벼 인수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RPC 관계자는 “올해 같은 경우 생산량 자체가 줄어 의무매입량을 한시적으로 1.0배로 더 낮춰줘야 한다”며 “인수도 벼값을 일시에 주기 어려우니 3개월로 나눠 낼 수 있도록 여유를 줬음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