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곡 혼입 웬만해선 못 찾는다
신.구곡 혼입 웬만해선 못 찾는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1.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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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C 등 산지 유통업계, 신곡가격 하락 우려
일반 양곡상, 정미소 등 단속망 촘촘히 짜야

수확기 산지 돌아다니며 웃돈 주고 벼 산 양곡상들

"신.구곡 안 섞으면 이윤 낼 수 없어, 중점 조사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가 구곡 방출을 시작한 가운데 신곡 가격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선 가격 유지와 하락 가능성을 전망하는 상반된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산지 쌀 유통업계에 따르면 14일 입찰한 2018년산 구곡 4만톤은 3만1000톤이 낙찰됐다. 유찰된 9000톤은 18~20일 신청이 들어오는대로 정가에 판매한다.

정부는 설 명절 전 쌀 수급안정을 위해 산물벼 인수도와 구곡 공매를 실시했다. 구곡 4만톤 방출과 함께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정부를 대신해 공공비축용으로 매입한 산물벼 8만1700톤 중 7만6000톤을 인도하고 설 이후인 2월 18일 2019년산 6만톤을 입찰해 총 18만톤가량을 방출한다.

농협 관계자는 “조기 산물벼 인수도와 설 전 구곡 공매는 벼를 빨리 팔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며 “벼만 파는 비RPC농협과 3~5월까지 저장능력이 있는 대농들이 벼값 인상에 대한 기대를 접게 하기 위한 조치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곡은 생산량이 수요량을 턱없이 밑돌아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구곡 방출과 함께 낙찰업체들의 연산혼입, 양곡표시제도 위반 등을 집중단속한다고 밝혔다. 1월 5일 5만4565원(20kg 쌀)을 기록한 신곡 가격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려면 구곡과 신곡을 섞는 연산혼입 방지가 관건이다.

공매와 쌀 품질을 관리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단속방법은 우선 섞이지 않게 하는 사전관리에 중점을 둔다.

낙찰업체의 공매곡 입고부터 소진까지 전 유통과정을 샅샅이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8년산 100kg을 받았다면 도정수율 70% 기준으로 쌀 70kg이 판매됐는지를 조사한다. A업체에서 B업체로, 또 C업체로 공매곡이 팔린 과정에서도 입고량, 출고량이 같은지 따져보고 최종 유통업체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됐을 때의 출고량과 판매가격을 조사한다.

조사과정에서 의심이 가는 경우에는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를 하는 신선도 검정으로 신.구곡 혼입 여부를 판단한다. 공매지침을 어긴 업체는 2년 동안 입찰이 제한되며 양곡관리법 위반으로 수 백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연산혼입이 금지된 2015년 7월 이후 5년 동안 적발 건수는 모두 5건. 이 기간 공매를 시행한 적은 2018년 한 차례뿐으로 공매곡 혼입이 적발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적발건수가 미미한 것은 연산혼입 사례가 없다기보다 연산혼입을 밝혀내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관원 퇴직인사 이모씨는 “받은 벼 양을 수율 따져 쌀이 어디로 유통됐나를 보고 어디서 가져와 얼마에 팔았느냐를 본다”며 “전량 수거해 검사하면 모를까 야합하면 찾을 길이 없다. 입.출고 서류는 조작해 맞춰놓고 판매가격도 나중에 일부 금액을 되돌려주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고 말했다.

산지에선 연산혼입쌀의 시중 유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RPC는 적발시 30~50억원의 정부 지원자금을 일시에 갚아야 하는 등 생계를 접을 정도의 처벌을 받기 때문에 요주의 대상이 아니다. 산지를 돌아다니며 벼를 사는 양곡도매상, 정미소 등에서 신.구곡 혼입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확기에 RPC들은 쌀값 하락을 염려해 7만2000원 이상으로는 벼를 못 샀다”며 “일반 양곡상들이 이보다 1~2000원 더 주고 벼를 사들인 것은 섞을 생각으로 샀다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신곡 가격이 하락하면 농가와 RPC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정부는 한시적인 인력증원을 통해서라도 연산혼입 단속에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