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기로에 선 농산물 도매시장② 도매시장 ‘해법’ 찾아나선 농식품부
[뉴스팜리포트] 기로에 선 농산물 도매시장② 도매시장 ‘해법’ 찾아나선 농식품부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3.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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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국민 의견수렴 진행중…6월경 대책 수립 
“유통 주체 간 갈등 완화 방안 필요” 의견 대다수
“강서시장을 시장도매인제 전용 시장으로 전환해
농가와 소비자에 주는 이득·성과 검증하자” 제안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1985년 6월 국내 최초 최대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으로 개장한 가락시장은 최근까지 거래제도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도매시장 내 기존 농산물 거래제도인 경매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의 문제로 유통 주체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농산물 도매시장 공익적 역할 재정립’ 심포지엄에서도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두 가지 거래제도에 대한 명확한 찬반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해서 정부는 여전히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두 거래제도를 둘러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이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진주시 농산물도매시장 전경(사진=진주시 제공)
진주시 농산물도매시장 전경(사진=진주시 제공)

경매제 vs 시장도매인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 거래제도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기존 거래제도인 경매제와 새롭게 도입된 시장도매인제가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중도매인의 도매 거래를 허용하고, 상장경매제를 채택한 1994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이 이뤄진 이후, 도매시장 거래제도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사이의 경매제도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경매제는 농안법이 제정되기 이전, 소위 ‘위탁상’에 의해 농산물 가격이 좌지우지됐던 무질서한 농산물 유통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시행됐다. 경매제는 공개적인 경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은 것이 큰 장점이다. 특히 전자경매를 시행하고, 경매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거래가격의 투명성이 보장된다. 과거 상인들에 의해 깜깜이로 가격이 결정되는 문제가 사라진 셈이다.

공정성과 효율성 사이 

농산물 도매시장에 공존하는 두 거래제도는 최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을 이어나가고 있다.

공개경쟁으로 이뤄지는 경매제는 거래가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거래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하는 일부 농민단체와 유통인들은 가락시장에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두 거래제도를 병행할 경우 상장·경매거래가 위축돼 도매시장의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산지유통의 조직화·규모화를 위한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농가의 거래교섭력이 미약해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경매제 중심의 도매시장 거래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일부 농민단체, 유통인들은 기존 경매제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도매시장의 유통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시장도매인제를 경매제와 병행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락시장 일부 관계자들은 경매제의 투명성에 대해 “경매제의 거래 과정은 투명하지 않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오히려 도매시장법인 소속의 경매사가 출하자(생산자) 이익보다는 도매시장법인의 이익을 앞세워 경매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 해남·완도·진도)은 “시장도매인제는 경매 절차 없이 생산자와 시장도매인이 직접 사전 협의로 거래하는 제도로, 경매단계를 건너뛰어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농민-시장도매인 간 출하량 조절로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하는 장점도 있다”며,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공정경쟁 체제 구축해야 

국회입법조사처는 ‘농산물 도매시장 거래제도의 쟁점과 과제(2015)’에서 경매제도와 시장도매인제도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장도매인제가 가락시장에 운용된다면, 두 제도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인적·회계적 분리와 감시조치가 요구되며, 시장도매인제도 확대와 함께 산지 출하의 규모화와 거래교섭력 강화 등을 위한 정책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도매시장의 거래제도가 다양화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현재 강서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장도매인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 제도의 장점이 드러나는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면서 “유통 주체들의 신용정보 공개로 투명성을 높이고, 산지 출하자의 규모화와 거래교섭력 제고 등을 통해 현재 일부 운영되는 시장도매인제의 강점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양적 수치의 성장이 전부는 아니다. 공영도매시장 자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서 “우선 강서시장 전체를 시장도매인제로 운영하는 등의 방법을 적용해가며,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 완화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농식품부 실태조사 나섰지만 신중론 펼쳐 

지난 1월부터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을 대상으로 거래실태 일제점검에 나선 농식품부는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현장에서 찾기 위해 도매시장 제도개선, 시장이용 불편사항 등에 대한 대국민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지난 1월 말까지 접수된 내용에 따르면, 시장도매인제에 대해서는 거래제도 다양화 측면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확대 전 도입 효과에 대한 전문가의 객관적이고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부 접수됐다.

도매시장 거래제도의 다양화를 놓고 각계각층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매시장 운영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는 농식품부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가락시장의 경락 가격은 국내 전체 농산물 가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가령 단돈 100원만 떨어져도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에 시장도매인제와 같은 실험적인 제도를 가락시장에 도입해 운영하는 건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도매인제에서 나타나는 단편적인 문제들과 더불어 경매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시장도매인제는 기존 경매제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무시하고 국내 최대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고민돼야 할 일”이라며,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현재로선 이르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병행하는 방안에 대해 농식품부의 입장이 여전히 신중한 가운데 올 상반기 안으로 마련될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에는 도매시장 거래제도 다양화를 위한 대책이 담기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대책의 최고 목표는 ‘농산물 제값받기’

농식품부는 공영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농업인의 권익을 증진하고, 유통 주체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도매시장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이 과정의 일환으로 지난 1월부터 도매시장 거래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당초 2월 말까지 진행하기로 한 도매시장에 대한 대국민 의견 수렴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해 도매시장 관련 문제점을 철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이정삼 과장은 “도매시장에서는 농업인이 출하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유통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현재 논쟁 중인 거래제도 부분은 도매시장 개설자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제도가 단계적으로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난해 11월 구성한 도매시장 유통개선 협의체에서 꾸준히 도매시장의 운영실태를 진단하고 거래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논의하고 있으며, 오는 6월 말까지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