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빙자한 벌목정책 논란…산림청, “사실과 달라”
탄소중립 빙자한 벌목정책 논란…산림청, “사실과 달라”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4.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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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림·산림피해지 위주로 식재 계획
30살 넘은 숲 탄소흡수량 떨어져
산림경영으로 숲 연령구조 개선 필요
산림바이오매스 유통과정서 탄소배출 인정
수입펠릿, 국산 대체해 탄소발자국 줄여야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일각에서 산림청이 발표한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이 산림을 탄소흡수를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볼 뿐, 생물다양성 증진 등 산림의 다양한 공익기능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산림청은 30년간 30억 그루 나무심기 등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에 3400만톤CO2 기여를 목표로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을 지난 1월 20일 발표한 바 있다. 전략(안)에는 나무를 나이에 따라 나누는 영급구조 개선과 도시·섬 지역 조림 확대, 산림바이오매스 산업 육성, 산림보호지역 관리 선진화 등 12개 핵심과제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산림이용과 보전의 조화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

하지만, 정부의 산림 분야 탄소중립 이행 계획에 대한 일부 환경단체와 생태전문가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산림청은 지난 29일 브리핑을 열고 설명에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산림청의 탄소중립을 빙자한 대규모 벌목정책을 비판하며 산림청이 지난 1월에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무분별한 벌목 우려

산림청은 탄소흡수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나이 든 수목을 베고, 나무를 새로 심는 등 산림의 영급(수목의 나이)구조 개선을 위한 계획을 준비했다. 젊어진 숲은 연간 생장량이 증가해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이에 반대입장에 선 이들은 산림청의 계획대로라면 모든 산림의 30년생 이상인 나무가 베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흡수 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8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100년이 넘은 숲에서 바이오매스 축적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시기는 무려 300년이 넘어가는 숲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우리나라는 30~50년 된 숲이 전체 산림면적의 2/3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 등 생태환경에서 50살이 넘는 나무가 열대지방에서처럼 계속 왕성한 생장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숲의 나이가 30년이 넘으면 생장량, 즉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수한 생장을 보이는 큰 나무들이 자라는 숲은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지만, 경제림을 대상으로는 적극적인 산림경영을 통해 점차 생장이 떨어지는 숲의 연령구조를 지속가능한 상태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탄소중립 이행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벌채가 행해진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30억 그루 나무심기를 위해서 과도한 벌채가 수반되는 게 아니라, 도시숲과 산림복원 등에 1억 그루, 북한 황폐지에 3억 그루를 심고 나머지 26억 그루는 국내 산림 중 경제림과 산림 피해지에 식재할 계획이라는 것.

이미라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백두대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국립공원 등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최우선 가치로 해 보호할 계획이며, 이번 추진전략(안)에 제시된 나무를 수확하고 심는 정책은 전체 산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경제림에서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산림 공익기능 뒷전, 벌목한 나무 어디로

주요 환경단체에서는 산림청이 숲을 탄소흡수와 임업수익 기능으로만 보고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산림청은 생물다양성 증진 등 산림의 공익적 가치 증진을 위해 희귀·특산식물 자생지, 수원함양림, 백두대간과 같은 핵심 생태축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정 면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백두대간 보호를 위해 환경부와 함께 2005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후 지정 면적을 확대해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백두대간과 주요 산줄기 정맥 보전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건강한 산림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 추진전략대로 나무를 베어낸 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산림청은 국산 목재의 이용을 늘리는 계획을 추가로 설명했다. 

수확된 원목 중 사용 기간이 긴 제재목의 사용 비율을 높이고, 건축 목구조(CLT)기술 등 첨단 공학목재 가공 기술을 이용해 목조건축을 늘리겠다는 것. 또한 플라스틱 대체재, 목섬유 단열재 개발 등 연구개발로 국산 목재를 더 이용할 수 있게끔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라 국장은 “원목은 제재목으로, 부산물은 보드용이나 펄프용으로, 가지·병해충 피해목 등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는 연료용으로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수확된 나무의 다양한 활용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라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지난 29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최근 주요 환경단체에서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을 비판하는 주장에 대한 산림청 입장을 설명했다. (사진=산림청 제공)

산림바이오매스 친환경 논란

일부 환경단체와 생태전문가들 사이에서 산림바이오매스가 친환경에너지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림바이오매스가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오히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산림청은 나무는 한 번 베어내면 탄소배출로 계상되기 때문에, 연료로 사용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중복계상되지 않으며,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산림바이오매스를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탄소중립연료로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는 그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방치됐던 산림사업 부산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미라 국장은 “운송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수입산 펠릿을 국내산으로 대체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산림바이오매스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앞으로 생산된 연료를 생산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도 구축하고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산림청의 해외 산림사업이 숲을 해친다는 비판이 있었다. 산림청은 현재 추진 중인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사업(REDD+)은 산림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는 활동으로 개도국의 산림을 해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미라 국장은 “이번 환경단체의 지적으로 산림청이 그동안 다양한 전문가 및 관련 기관과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면서 “앞으로 9월까지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경청하고 실질적인 참여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 (사진=산림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