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의무자조금 이제는 내실 기할 때① 자조금조성액 증가 맞춰 예산 증액 뒷받침돼야
[뉴스팜리포트] 의무자조금 이제는 내실 기할 때① 자조금조성액 증가 맞춰 예산 증액 뒷받침돼야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5.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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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고보조금 매칭율 75%대
정부, “예산 확보 위해 노력하겠다”
수출보조금 등 활용해 자조금지원 규모 확대 필요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정부에서는 농산물 품목별 생산자단체에 농수산자조금이라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품목별로 생산자를 조직화해 스스로 농산물 판로확대나 소비촉진, 수급조절, 가격안정 등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농수산자조금은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농수산자조금법)’에 따라 품목별 농수산업자가 내는 금액을 주요 재원으로 해 조성·운용하는 자금을 말한다. 자조금은 의무자조금과 임의자조금으로 나뉘며, 자발적으로 내는 자금을 재원으로 설치된 임의자조금이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의무적으로 내는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된다. 2021년 현재까지 조성된 의무자조금 품목은 인삼, 친환경, 백합, 키위, 배, 파프리카, 사과, 감귤, 콩나물, 참외, 절화, 포도, 마늘, 양파 등 14개 품목이 있다. 

의무자조금이 설치된 품목 단체에서는 생산자들로부터 일정한 기준을 두고 자조금을 거출한다. 가령 배의 경우 생산 농가들로부터 배봉지 1매당 2원씩을 거출하며, 마늘은 1㎡당 5원씩 거두는 방식이다. 단체는 이처럼 각각의 방식으로 모은 자조금을 조성하며, 정부는 이에 맞춰 보조금을 매칭한다.

전국마늘·양파생산자협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지난달 13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의무자조금 약속 파기 농식품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의무자조금 예산을 증액해 제대로 자조금 사업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늘어나는 단체…예산 증액 못 따라가

의무자조금 단체들 사이에서는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조금지원 사업비가 지금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의무자조금 단체는 늘고 있지만, 지원하는 예산 자체는 크게 늘지 않고 있어서다.

농식품부의 자조금지원 예산은 최근 5년간 매년 약 10% 전후로 증액됐으나, 늘어나는 의무자조금 단체 수에 비하면 다소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5년 인삼 품목에서 첫 의무자조금 단체가 설치된 이후 의무자조금 단체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2016년에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이 조성됐고, 2017년에는 백합, 키위, 배, 파프리카, 사과, 감귤, 콩나물 등 7개 품목 의무자조금이 설치됐다. 

그러나 2017년 의무자조금 품목이 대폭 늘어난 것과는 달리 2018년 정부의 자조금지원 예산은 76억3000만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또한, 2019년 관련 예산은 전년보다 약 6.6% 남짓 늘어난 81억3000만원이었다. 2018년에 참외 품목에 의무자조금이 설치되면서 2년간 총 8개 품목이 늘어났지만, 그동안 늘어난 정부 예산은 5억원에 불과했다. 

2020년에는 예산이 전년보다 10억원 증액됐지만, 이중 절반만 의무자조금 단체에 돌아갔다. 나머지 절반은 정부에서 의무자조금의 설치·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기구인 자조금통합지원센터로 투입됐다. 2019년까지 추가로 화훼(절화), 포도 등 2개 품목에서 의무자조금이 설치됐지만, 관련 예산은 크게 늘지 않은 셈이다.

올해 총 14개 의무자조금 단체에서 내놓은 자조금 조성계획 금액은 122억5100만원으로 단체별로 평균 8억75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의 올해 자조금지원 사업 예산은 자조금통합지원센터로 들어가는 10억원을 제외하면 95억800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단체에서 조성한 자조금에 100%만큼 지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올해 예산만 보더라도 정부가 단체에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은 26억원가량 부족하다.

한 의무자조금 단체 관계자는 “의무자조금 단체가 정부방침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지만, 관련 정부 예산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정부에서 단체는 계속 늘리면서 왜 예산은 크게 늘려주지 않는지 의문이다. 현재 예산으로는 1:1 매칭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원칙과 다른 정부 매칭 비율

자조금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 이면에는 정부가 단체에 지원하는 보조금 매칭 비율에 관한 불만도 산적해 있다. 

정부가 의무자조금 단체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은 자조금지원 사업 예산 안에서 1대1 매칭(국비 50, 자부담 50)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가령 단체에서 자조금을 거출해 조성한 금액이 1억원이면, 정부에서 1억원을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조금 지원 매칭비율은 이미 이전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이 1대1 매칭으로 지원되지 않은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품목 단체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보통 60~80%만 배정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단체의 자조금 조성액에 따른 정부 국고보조금 매칭비율은 2019년 74.5%, 2020년 61.8%, 2021년 74.8%다. 이는 정부의 자조금지원 사업이 예산에 대한 충분한 확보 없이 추진되다 보니 1대1 매칭이 지켜지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자조금지원 사업 예산 자체가 부족하니 1대1 매칭이 안 될 수밖에 없다”면서 “상반기 중으로 1차 배정을 하고, 하반기에 유보액 등을 활용해 1~2회 이상 재배정 절차를 거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액만큼은 지원해줘야

“정부에서 최소한 의무자조금 단체에서 거출해 조성한 것만큼은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와 단체 간 1대1 매칭이 되게끔 말이죠.”

한 의무자조금 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자조금지원 사업 예산 증액에 대해 이같이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의무자조금 단체를 계속 늘리려고 하니, 예산도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농산물의 판로 확보나 수급조절 등을 위해 자조금 단체 역할이 강조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자조금 기능을 강화하려는 만큼 관련 예산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소비촉진, 수급조절, 가격안정 등 농업계 주요 현안을 해결하고자 자조금 단체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정부지원 규모가 더욱 커져야 한다”면서 “가령 WTO 농업협정상 농업경영체를 개별적으로 지원해 줄 수 없으니, 이와 관련된 예산을 자조금 단체를 통해 지원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