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농업회의소 법제화 속도 붙나…농식품부, 국정과제 추진
[뉴스팜리포트] 농업회의소 법제화 속도 붙나…농식품부, 국정과제 추진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5.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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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법 발의로 법제화 논의 재점화
관변화·옥상옥 등 반대 의견 여전
기존 농업인단체 입지 좁아질까 우려
현역 단체와 상호협력 가능성도 제기
정부 간접지원 방식으로 관변화 논란 해소 나서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올해 안에 추진 목표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농업인의 대의기구로서 농업인 권익 대변을 표방하는 농업회의소가 올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정부 시범사업 형태로 지역 단위 농업회의소가 설립·운영돼 왔고, 그동안 여러 차례 농업회의소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민·관의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현장 공감대 부족과 옥상옥 등 논란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정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 농업회의소 법제화가 다시 활발하게 논의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본지에서는 그간 농업회의소를 둘러싼 찬반 논쟁과 정부의 법제화 추진 방향을 살펴봤다.

지역에서 계속 농어업회의소가 출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출범한 경주시농어업회의소 창립기념식.

회의적 시각 여전…일부 신중론

지난해 21대 국회가 들어서면서 ‘농어업회의소법’이 4차례 발의되는 등 농업회의소 법제화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농업계 현장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진행 과정에 제동이 걸렸다.

농업회의소는 농업인과 농업인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농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대의기구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에서 제시하는 이 같은 명분은 현장의 의구심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농업인단체는 중앙 집중적인 농정이 유지되는 한 지역 농업회의소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고, 농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농업회의소 법제화는 결국 농업회의소가 지역에서 관변화, 옥상옥의 문제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현재 지역 농업회의소는 역할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앙정부에서 쥐고 있는 농정을 지역으로 내려보내 어떻게 농정을 분권화시킬 것인지 로드맵을 먼저 내놓고, 이를 농업회의소와 연결하는 게 법제화 추진보다 먼저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정부와 지자체 지원으로 설립·운영되기 시작한 농업회의소는 필요성에 대한 현장의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농업인단체 회장은 “진짜 농업인의 대의기구가 맞는지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농업회의소 운영에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쓰이다 보니 정부의 의견을 대변하는 관변단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줄곧 제기되고 있다. 

또한, 농업회의소가 법적 근거 아래 운영되기 시작하면 현장에 있는 각종 농업인단체의 입지가 좁아지고 기능이 저해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 농정에서 기존 농업인단체를 활용하지 않고 농업회의소를 중심으로 현장 의견이 모일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농업회의소 법제화를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펼치기도 했다. 임병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집행위원장은 “농업회의소 법제화가 정부 입법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추진 과정에 있어서 중앙단위 농업인단체 차원의 회의소 설립을 위한 지원이 마련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다만, 이 같은 추진 과정에 대해 아직 농업인단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해 정부에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못한 상황으로, 신중한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농촌 농업회의소 필요성 커져 

농업회의소 법제화를 반대하는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농업계 관계자는 “농업회의소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운영 중인 지역에서는 법제화에 대한 기대감과 간절함이 있다”면서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농업인단체 조직의 약화 등 농촌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의기구인 농업회의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줄곧 제기돼 온 농업회의소의 관변화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한 듯하다. 방도혁 농식품부 농촌정책과 서기관은 “농업회의소의 관변화, 정치적 중립 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지원은 제외하고 지자체의 경비지원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라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도 업무위탁, 설립·운영 컨설팅, 인적자원 개발, 교육훈련 등 간접지원을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농업회의소 운영 등 예산 지원 부분에서 비롯되는 관변화 논란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또한, 농식품부는 농업회의소로 인해 기존 농업인단체의 기능이 저해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도혁 서기관은 “지역 농업회의소로 인해 지역 단위 농업인단체나 농업인의 역할이 위축된 사례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이미 활동 중인 단체와 농업회의소는 상호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기존 단체 위상은 그대로 유지되고, 오히려 농업회의소와의 협력을 통해 지금보다 더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의지 굳건…변수 될까 주목

농업회의소 법제화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입법 발의하고 있는 농어업회의소법은 이달 말부터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부에서는 조속히 입법 과정이 진행돼 법제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모양새다. 

방 서기관은 “실질적으로 농업회의소가 지역의 농업인과 농업인단체를 중심으로 설립·운영되는 만큼 현장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전 거창군농업회의소의 사무국장을 지내며 약 8년 동안 농업회의소 법제화에 대한 민간 전문가로서 활동한 김훈규 청와대 경제수석실 농해수비서관실 행정관은 “급변하는 농촌 현실 속에서 농업인, 농업인단체 등 현장의 목소리에 법적 근거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구로서 농업회의소가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업회의소 법제화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면서 농업공약 중 핵심공약이다 보니, 정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이번 정부 안에 법제화하려는 의지가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장의 반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신중한 검토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한,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밀어붙이기식 입법 과정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제화 추진 과정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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