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산림 벌채사업 독일까 약일까① 과도한 벌목 우려에 발목 잡힌 산림 탄소중립 전략 
[뉴스팜리포트] 산림 벌채사업 독일까 약일까① 과도한 벌목 우려에 발목 잡힌 산림 탄소중립 전략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6.16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림청, 영급구조 개선 탄소흡수력 증진 추진
환경단체, 탄소중립 빙자한 벌목정책 규탄
국내 산림 노령화 가속…탄소흡수기능 점차 감소
환경단체, 오래된 나무 탄소흡수력 높다며 반발
목재수확·식재 과정, 경제림서 집중 추진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범국가 차원의 노력이 한창이다. 중앙부처별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사업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산림청 또한 나무를 중심으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을 내놓고, 205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탄소 3400만톤을 줄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주요 탄소흡수원인 나무로 인해 산림청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탄소흡수기능을 높이기 위해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새 나무를 심겠다고 한 게 화근이 됐다. 일부 환경단체에서 멀쩡한 나무를 잘라낸다며 반발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22일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산림청의 산림부문 탄소중립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영급구조 개선, 벌기령 단축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청의 추진전략에 제기된 논란은 영급(수목 나이를 10년 단위로 구분한 등급)구조 개선에서 비롯됐다.

산림청은 추진전략에서 가장 먼저 국내 산림의 탄소흡수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불균형한 산림의 영급구조 개선이 그 내용이다. 국내 산림은 30년생 이상(4~6영급) 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이 전체 산림면적의 72%에 달할 만큼 불균형한 구조를 보이고 있어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산림의 기능과 경영목적에 따라 벌기령(목재수확 시기)을 단축하는 등 조정하고 임도·임업기계 등 산림경영 기반을 확충해 영급구조를 바로잡을 계획을 세웠다. 

노령화된 나무는 베어내고 그 자리에 탄소흡수능력이 비교적 큰 어린나무를 심는 방식으로써, 영급구조 개선으로 젊어진 숲은 연간 생장량이 증가해 더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국내 산림이 노령화되고 있어 탄소흡수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산림청은 2018년 기준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연간 4560만톤으로 국가 총배출량(7억3000만톤)의 6.3%를 상쇄하고 있으나, 70~80년대 치산녹화 시기에 집중적으로 조성한 산림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현재 추세대로라면 2050년 흡수량이 1400만톤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벌목 우려 제기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산림청의 영급구조 개선을 통한 탄소흡수능력 강화 전략을 탄소중립을 빙자한 벌목정책이라며 규탄했다. 기후위기 해소와 탄소중립을 위해 엄청난 벌목이 자행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주장을 내세우며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산림청이 4영급 이상 된 나무를 탄소흡수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베어낸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흡수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2008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100년이 넘은 숲에서 바이오매스 축적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시기는 무려 300년이 넘어가는 숲”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산림청의 전략대로라면 전 국토의 72% 산림을 베어내는 대규모 벌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나무를 베어야 할 때가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노력을 정부가 앞장서서 실행해야 할 때”라며 “인간 산업·경제·소비활동에서 대대적 변화 없이 멀쩡한 나무를 베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정부 계획은 벌목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생물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녹색연합은 지난 4월 성명을 내고 탄소흡수 산림기능은 생물 다양성과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측은 “탄소흡수원을 확충하기 위해 자연림과 2차림 등을 베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단순히 탄소흡수원만 생각할 게 아니라 숲의 공익적 기능 전체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4영급 이상의 나무들은 자연림을 비롯해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등에도 있어 이곳의 나무들마저 벌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모든 노령림 벌목 대상 아냐

산림청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대한 일부 환경단체의 비판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먼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흡수능력이 높다는 환경단체 측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섰다. 

산림과학원 측은 환경단체에서 인용한 2008년 네이처 논문은 탄소흡수량이 아닌 탄소저장량을 보여주는 자료로, 해당 논문에서도 탄소흡수량은 80년 이후 감소하는 것으로 설명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한 그루의 나무는 30년 이후에도 이전보다 높은 생장을 보이며 탄소흡수능력은 증가하지만, 개체목 단위가 아닌 산림을 기준으로 하면 20~30년 이후 탄소흡수량은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박현 산림과학원장은 “우리나라는 30~50년 된 숲이 전체 산림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 등 생태환경에서 50살이 넘는 나무가 열대지방에서처럼 계속 왕성하게 생장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숲의 나이가 30년이 넘으면 생장량, 즉 탄소흡수량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수한 생장을 보이는 큰 나무들이 자라는 숲은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지만, 경제림을 대상으로는 적극적인 산림경영을 통해 점차 생장이 떨어지는 숲의 연령구조를 지속가능한 상태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에서는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해 30년생(4영급) 이상 모든 노령림을 베어낼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립공원, 백두대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은 생물 다양성 보전을 최우선 가치로 해 보호할 계획”이라며 “추진전략에 담긴 나무를 수확하고 심는 정책은 전체 산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경제림에서 집중 추진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30억 그루 나무심기를 위해 과도한 벌채가 수반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도시숲과 산림복원 등에 1억 그루, 북한 황폐지에 3억 그루를 심고 나머지 26억 그루는 국내 산림 중 경제림과 산림 피해지에 식재한다”고 덧붙였다.  

노령림에 대한 벌채는 산림 내 보호지역이 아닌 경제림 중 탄소흡수능력이 저하된 임지로 제한하고, 매년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위험지역만 벌기령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

이외에도 생물 다양성 증진 등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수원함양림, 백두대간과 같은 핵심 생태축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며, 지정면적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