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수확 막바지 ‘인력난’ 심각
마늘 수확 막바지 ‘인력난’ 심각
  • 연승우·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6.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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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2배 오른 인건비
마늘밭 갈아엎는 농가 속출
농민의길, “정부 대책 마련 촉구”
수확한 마늘이 마늘망에 담겨 있다.

(한국농업신문=연승우·김흥중 기자) 마늘 수확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수확을 앞둔 농가들은 근심이 가득하다. 최근까지 잦은 비로 수확 작업은 더디고 날이 좋아도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천정부지로 오른 인건비 탓에 겨우 인력을 구해 마늘을 캐내도 농가가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6000평가량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경북 의성의 A씨는 올해 마늘 수확을 1000평도 하지 않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인건비를 주고 마늘을 캐자니 기껏 수확해도 본전도 못 찾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요즘 농촌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작업이 어려울 정도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크게 줄었다. 비슷한 시기에 몰리는 농작업 특성상 농가에서는 그나마 있는 인력마저도 서로 모셔가기 바쁘다.

설상가상으로 인건비마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는 9만원 정도면 하루 일당으로 충분했지만, 최근에는 15만원이 대부분이고 최대 20만원까지도 올랐다는 게 현장 농민들의 설명이다.

A씨는 “지금 거의 시간당 2만원 정도 일당을 줘야 외국인 근로자를 내 밭으로 데려올 수 있다. 이 인건비를 감당하고 마늘을 캐낼 자신이 없다. 수확 포기하라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다른 마늘 주산지인 경남 창녕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경남 창녕의 이주호 씨(한국쌀전업농창녕군연합회장)는 해마다 마늘을 재배하지만, 올해처럼 마늘 농사가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곡소리가 나오는 데에는 날씨도 한몫했다. 수확 작업이 한창일 때 달갑지 않은 비가 자주 내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겨우겨우 일할 사람을 데려와도 비가 오면 (수확) 작업을 못 한다. 수확기에 3~4일마다 궂은 비가 내리니 작업은 더디고, 수확이 지연돼 마늘 품위도 나빠지고 있다”면서 “비가 오니 기계 작업도 어렵다. 비가 오기 전 무리해서 일꾼을 데려온 농가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상황이 이러자 농업 현장에서는 코로나19의 여파와 겹쳐 더욱 심해진 농촌 인력난에 대해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갈아 엎기 직전의 마늘 밭.

농민의길은 지난 1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촌 인력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농민의길은 마늘, 양파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일당 12만원에 시작한 인건비가 하루하루 올라가더니 현재는 시급 2만원이 넘는 16만원에서 17만원까지 올라있는 상황이라며 시급 2만원 이상의 인건비를 주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실제로 경북 의성의 한 마늘재배농가는 결국 마늘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기껏 구한 인력들이 일당을 더 높게 준다는 농가로 모두 가버리면서 문제가 커졌다. 수확을 위한 준비작업이 끝난 상태에서 수확하지 못하고 이후 비가 오면 마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수확을 포기했다.

이에 농민의길은 수확기 인력이 부족한 틈을 타 인건비를 올리며 횡포를 부리는 인력사무소들에 대해 정부당국과 지자체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체계를 통해 가능한 인력을 동원해 일손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국인 고용을 늘리기 위한 시스템 구축 등 대안을 마련해 단기적인 처방으로 인력부족 문제를 생산농민에게만 지우는 것이 아닌 국가의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