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가격 올라도 웃지 못하는 마늘 농가
경매가격 올라도 웃지 못하는 마늘 농가
  • 연승우, 김흥중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1.07.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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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당 상품 경락가 4800원대
"생산비 제하면 남는 것 없어"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김흥중 기자) 올해 첫 건마늘 경매가 열리는 지난 1일 경남 창녕의 이방농협 농산물공판장은 예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평소 같으면 공판장이 마늘로 가득 차야 하는데, 올해는 절반 수준이다.

“올해 작황이 좋지 못해 수확량이 줄기도 했지만, 오늘은 올해 마늘 가격이 어떨지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아 출하 물량이 적은 듯하다” 창녕에서 벼농사와 마늘농사를 함께 짓고 있는 이주호 (사)한국쌀전업농창녕군연합회장은 이날 출하 물량이 적은 공판장 안을 가리키며 이같이 설명했다.

오전 11시, 경매가 시작되자 장 내는 술렁였다. 경락단가가 표시된 전광판에 연이어 4000원(1㎏) 이상의 가격이 표시됐기 때문이다. 이날 이방농협 공판장의 대서마늘 1㎏ 상품 평균 가격은 4700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2800원대와 비교하면 66% 이상 오른 수준이다.

지난 1일 경남 창녕 이방농협 공판장에서 열린 올해 첫 마늘경매에 참여한 농가들이 마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가격을 살피러 온 한 마늘 재배 농민은 “지난해보다는 마늘 가격이 꽤 올라 그나마 다행”이라며, “올해 재고도 없고, 재배면적도 준 데다가 날씨도 안 좋아 수확량도 감소했으니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현지에서는 마늘 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눈치였다. 재배 면적이 줄어 생산량 자체도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수확기는 잦은 비와 인력난에 제대로 마늘을 캘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서는 올해 마늘 생산량을 전년 대비 13.9%, 평년 대비 5.3% 감소한 31만3000톤으로 전망했다. 면적은 전년 대비 7.3%, 평년 대비 9.4% 감소한 2만3528㏊로 추정했다.

마늘 가격은 올랐지만, 농가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생산비를 제하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올해 마늘 재배 농가는 평년보다 배로 힘든 수확기를 보내야 했다.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 비가 자주 와 수확이 지연되면서 인건비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랐다.

공판장에서 만난 마늘 농가 임성관(61) 씨는 “올해 마늘 수확은 참 힘들었다. 평소 10일 정도면 끝낼 일인데, 비가 자주 내려 20일이나 걸렸다. 평소보다 비싼 값 주고 부른 인력들을 두 배나 오래 썼으니 인건비가 갑절로 든 셈”이라며, “주변에선 지금 마늘 가격이 좋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다. 1㎏당 5000원 이상은 돼야 타산이 맞다”고 토로했다.

이주호 회장은 “작황이 좋지 않고, 인건비 등 생산비가 많이 투입돼 지금 가격이 무조건 좋다고만은 볼 수 없다. 경매 첫날 4000원 후반대를 기록했으니, 앞으로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산지에서 마늘 가격의 강세가 예상되자 정부는 소비자 물가를 고려해 수입 논의부터 하는 모양새다. 이에 현장에서는 가격 하락 등 시장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