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전업농전남 나주대회 특집①] 박광은 회장 “쌀값 하락했지만 풍년 기쁨 누리길”
[쌀전업농전남 나주대회 특집①] 박광은 회장 “쌀값 하락했지만 풍년 기쁨 누리길”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11.22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값에 유독 민감한 정부.소비자에 서운한 마음
kg당 2000원이면 80kg 한 가마 소비자가 24만원
라면, 밀가루 다 오르고 인건비 30% 올랐는데
쌀값은 더 떨어트리려고 하니 농사지을 기운 안 나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전남 쌀이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박광은 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은 오는 26~27일 나주 중흥파크에서 쌀전업농 회원들과 한마음으로 개최하는 회원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이같이 드러냈다.

이번 회원대회는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해 예년과 달리 축소해서 열리지만 전남 쌀전업농의 큰잔치인 사실만은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행사 개최로 그간 통 보지 못했던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친목과 화합을 다지고 전남 쌀 품질의 향상을 위한 벼 재배기술 공유와 쌀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을 예정이다.

이번 회원대회는 쌀값이 전년보다 많이 하락한 상황에서 개최하는 거라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광은 회장은 “농민도 월급쟁이 생활하듯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됐으면 좋겠다”며 “농민이 마음놓고 농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광은 (사)한국쌀전업농전라남도연합회 회장.
박광은 (사)한국쌀전업농전라남도연합회 회장.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 회원대회를 여는 소감.

26~27일 나주 중흥파크에서 비교적 조촐한 규모로 개최한다. 시군 한 곳당 10명 정도 참석하는 것으로 참여 인원은 200명 정도가 될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난해와 올해 2년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모든 회의와 행사가 비대면으로 개최되다보니 회원들간 자주 못 봐 결속력이 없어지는 면도 있고 해서 이번 회원대회에 나름 기대가 크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예년 규모에 비해 상당히 축소시켜 개최하지만 그래도 회원들이 모여 얼굴을 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농부로써 풍년을 맞은 기분은.

좋으면서도 씁쓸하고, 슬프고 힘들다. 옛날 같으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지 않았는가? 요즘엔 누런 황금들판을 봐도 맘놓고 기뻐할 수가 없다. 물가며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는데 쌀값은 오히려 떨어지는 일이 많고, 올랐다고 해도 생산비를 감안하면 본전치기인 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농사 못 짓겠다고 농민들이 손 들고 나자빠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건비 오르고 석유값 오르고 다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떨어진다는 건 경제학 논리로도 설명이 안 되는 거 아닌가? 라면 오를 때 밀가루 오를 때는 누구 한 사람 입 벙긋 안 하면서 왜 쌀만 갖고 물가를 따지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쌀 다음 주식이나 마찬가지인 라면은 8%나 올랐지 않나. 식품과 공산품은 값이 한 번 올라가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쌀은 해마다 달마다 올라갔다 떨어졌다, 가늠을 할 수 없다. 이건 국가 책임이다. 국민주식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정부가 쌀값에 개입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정부도 정치인도 쌀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모는 일부터 중지해야 한다.

-쌀값은 얼마가 적당한가.

지난해는 흉년이라 쌀값이 모처럼 올랐다. 하지만 농민들은 팔 물량이 없어 쌀값 인상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농민 손에서 벼가 떠나 쌀로 유통돼 소비자에 닿기까지 마진이 붙고 붙어 최종가격이 형성되는 것인데 조금만 오르면 농민이 욕을 먹으니 억울하기도 하다. RPC(미곡종합처리장)와 양곡도매상 등은 지난해 벼 40kg 한 가마당 6만8000원에서 7만원 정도를 주고 사 갔다. 올해 상반기 동안 7만5000원까지 올랐지만 그리 오를 때까지 벼를 갖고 있는 농가가 얼마나 있겠나. 유통업자 손에서 거래되고 있지.

농민이 벼를 팔아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수확기 쌀값이 중요하다. 올해 수확기 쌀값은 지난해에 비해 너무 많이 떨어졌다. 쌀전업농은 수확기 이전부터 kg당 2000원만 보장해 달라고 현수막을 내걸며 정부에 촉구했는데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공공비축미 특등이 7만7000원이었으니 올해 8만원이 무리한 가격은 아니다. 그런데 수확기 코앞에서도 공매를 해 정부양곡을 풀어 시장가격을 낮추어 놨으니 쌀값이 오를 리 없다.

-농사를 즐겁게 지으려면?

뭐니뭐니 해도 쌀값이 좋아야 한다. 80kg 한 가마에 24만원 이상은 받게 해 달라. 물론 24만원은 소비자가격이다. 농민은 원곡을 판매하니까 벼값으로 계산하는데 kg당 2000원이 우리가 요구하는 최저 마지노선이다.

한 달에 세 번 발표하는 통계청 산지쌀값도 착시효과를 불러 일으켜 좋지 않다. 전국 평균값을 발표하는데 경기와 강원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 특히 쌀값이 옛날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남부 지역은 박탈감이 크다. 농협 매입가격이 강원도나 경기지역은 8만원씩 간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 그만큼 받는 곳이 어디 있는가. 두 지역이 평균을 올려놓아 소비자들이 쌀값이 비싸졌다고 오해를 한다. 통계청 평균 쌀값을 지역별로 발표하거나 쌀값의 전국 평준화가 돼야 한다. 그러면 남부 쌀이 북부 쌀로 둔갑하는 원산지 다툼도 없어진다. 다만 이런 일들은 도(道)에서 하고 국가에서 할 일이다. 농민은 그저 마음 놓고 농사만 지어도 되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쌀값이 안 좋으니 청년들 부르지도 못하겠다.

소득 보장이 안 되니까…. 도시 근로자야 연봉이 정해져 있으니 1년 소득이 정해져 있지 않나. 쌀 팔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고정돼 있지 않아 젊은이들 불러 농사지으라고 말도 못한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건 정확한 쌀값을 모른 채 수매 한다는 거다. 일부 금액을 먼저 주고 수확기가 끝난 후에 쌀값을 정해 나머지 금액을 주는 ‘사후정산제’는 농가들 입장에선 손해보는 기분이다. 공공비축미 가격을 수확기 전에 확정했으면 좋겠다. 예전에 우선지급금 환수 사태도 있었지 않나.

공익형 직불제 시행하면서 쌀 생산량이 예상수요량을 3% 이상 초과하면 시장격리 할 수 있게 양곡관리법에 정해 놓았다. 올해도 3% 이상 초과하는 걸로 나왔는데 시장격리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농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시장격리를 하면 한다고 확실히 하고 시기와 물량도 구체적으로 발표했으면 좋겠다.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언제가 좀 낫나.

농사 짓기가 작년보다는 올해가 좀 낫다. 해남은 작년에 비해 10% 정도 수확량이 는 것 같다. RPC에선 지난해보다 8% 정도 더 들어왔다고 한다. 아직 수확기가 안 끝난 상태에서 농협에 산물벼 들어간 물량이 7000톤 정도 된다고 하니까.

힘들어도 흉년은 좀 아니지 않나. 평년작은 해야지. 지난해처럼 흉년인 경우도 농민 입장에선 안 좋다. 풍년이 돼서 제값을 받아야 즐겁지. 그리고 흉년이면 일단 수량이 적어 농가에 소득 면에서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벼농사 규모는 얼마나, 가장 힘들었던 적은?

해남에서 10만평(33ha) 규모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가 가장 어렵다. 쌀값이 떨어져 힘들다. 올해 정부가 공매를 너무 자주 했다. 특히 수확기 앞 8월 공매는 농민들 맥 빠지게 한다. 한창 수확이 기쁨을 누릴 시기에 쌀값을 일부러 확 떨어뜨리면 누가 힘이 나겠는가.

1년이든 10년이든 마음 편히 농사짓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풍년들면 농산물 값이 70~80%씩 하락하고 수입물량에 의해 조정 당하고 날씨에 따라서도 들쭉날쭉 한다. 그나마 계약재배 물량은 그런 위험요소에서 자유로워 농가에 도움이 된다. 지자체나 농협이 계약재배를 대폭 확대해 농가 걱정을 덜어줬으면 좋겠다.

소득이 일정하게 들어와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정부가 농업에 좀더 관심을 갖고 농민이 어떡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 농업이 있어서 국민이 먹고 살 수 있었고 다른 산업도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회원대회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가.

전남 쌀이 좋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전남은 전국에서 농도로 인정받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난 쌀이 좋지 않으면 어디 쌀이 좋겠는가? 그래서 올해 회원대회 주제도 ‘전남 쌀이 대한민국 밥을 짓다’로 정했다. 회원들이 품질만큼은 자부심이 높아 중앙연합회에서 개최한 고품질쌀경진대회에도 도내 각 시군에서 열정적으로 출품했다. 이번 회원대회를 계기로 회원들간 결속을 더욱 다지고 벼 재배기술 공유와 쌀산업 발전을 위한 브랜드쌀 생산 등 여러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해 전남 쌀이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할 것이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