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시대, 쌀 소비가 변한다] “이왕이면 맛 좋은 걸로”…코로나가 바꾼 쌀 소비트렌드
[신년 특집-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시대, 쌀 소비가 변한다] “이왕이면 맛 좋은 걸로”…코로나가 바꾼 쌀 소비트렌드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1.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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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가정 내 쌀 구입량 증가
쌀 선택 기준 ‘맛·품질·가격’, 포장단위 주로 20㎏ 
식량안보 중요성 커져…수입쌀 취식 가구 3% 불과
‘즉석밥’ 대세, 현미밥 등 건강 챙긴 제품 인기
다양한 종류의 쌀이 매장에 진열돼 있다.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코로나19는 마스크를 쓰지 않던 일상을 까마득히 잊게 할 만큼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외식 소비가 줄면서 가정 내 식사가 늘고, 배달 음식이 여느 때보다 호황을 맞았으며, 특히나 면역력과 관련된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식생활이 달라졌다.

집에서 해결하는 끼니가 늘면서 간단하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 즉석밥 등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 방역수칙에 의해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하다 보니 온라인 식료품 구매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국민 주식인 쌀도 코로나가 발병하기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며 소비됐다. 쌀의 맛과 품질을 먼저 따져가며 구입하는가 하면, 백미 구입 포장단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지만, 즉석밥 등 가공밥은 식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식생활 변화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 상황은 온라인을 통한 식품 구입 행태에 불을 지폈다. 이전부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구매 비중은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더 크게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지난해 개최한 ‘2021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의 가구 내 식품소비행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1회 이상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입한다는 가구 비중은 2017년 1.8%에서 2018년 3.5%, 2019년 4.9%, 2020년 11.7%, 2021년 15.7%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부터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구에서는 온라인으로 주로 가공식품이나 물을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지난해에는 곡류, 과일, 채소, 육류, 계란류 같은 신선식품의 구입 비중이 늘어났다. 곡류의 경우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25.4% 수준에서 2020년 29.9%, 2021년 37.3%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식생활 행태와 인식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가정 내 식사 횟수가 3.65점(5점)으로 증가했다는 비중이 가장 컸다. 코로나 이후 관심도 변화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도가 3.5점으로 가장 높았다.

김상효 농경연 박사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정 내 소비, 배달음식, 테이크아웃, 방문 음식점 순으로 소비를 늘릴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직접 조리해 먹는 식사와 배달, 테이크아웃을 이용하는 식사 등 집에서 하는 식생활이 유지되고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쌀 20㎏ 단위 포장 주로 구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가정 내 쌀 소비량이 순간 증가하기도 했다. 

농경연에서는 2020년 1~10월까지의 소비지 유통업체의 쌀 판매량을 확인해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형마트의 온라인 판매량이 176.7%로 급증했다. 

또한, 농업관측본부 소비자 패널 512명을 대상으로 쌀 소비 및 구매 행태를 살펴보니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보다 쌀 구입량이 ‘늘었다’는 응답이 50.9%를 차지했다. ‘줄었다’고 응답한 비중은 12.3%에 불과했다. 쌀 구입량이 전년보다 늘어난 이유로는 대다수가 ‘가정 내 식사 횟수가 증가했기 때문(95.1%)’이라고 답했다.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여러 차례 대유행했던 지난해에는 쌀을 구입할 때 맛, 품질, 가격 순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난해는 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등 요인으로 인해 가격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년보다 4%p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쌀뿐 아니라 채소류, 과일류, 육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쌀 구입 시 맛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 비중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안전 등은 그 중요도가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상효 박사는 “쌀의 경우 안전성이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해 있기 때문에 안전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포장단위에도 다양한 소비 행태가 포착됐다. 백미 구입 단위를 살펴본 결과, 20㎏대 포장단위를 구입한다는 응답이 52.4%로 가장 많았으나, 10㎏대 포장단위를 구입한다는 응답 비중도 지난해는 40%까지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10㎏ 미만 소포장 구입 비중이 전년에 비해 감소한 것도 특징이다.

쌀 구입 가격은 6만원이 넘는 쌀을 구입한다는 비중이 36.6%로 전년 18.6%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14.8%보다 21.8%p 높다.

코로나가 각인한 식량안보의 중요성

코로나19는 국내 식량안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곡물 등 필수물자에 대한 긴급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하는 국가들이 나왔고, 연이은 국제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는 식량안보의 인식과 관련이 깊은 수입 농식품 소비 행태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 결과, 설문 대상 전체 가구 중 86.2%는 수입쌀을 섭취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0.9%는 먹어본 적이 있으나 1년 동안 먹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수입쌀을 섭취하는 가구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했다. 

향후 수입쌀을 취식할 의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2019년까지 2.48점(5점)으로 높지는 않았으나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수입쌀 취식 의향이 감소한 채 올해까지 유지되고 있다. 농경연 측은 이를 식량안보의 관심 증가와 연결되는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가공식품 강세, 대세 입증한 ‘즉석밥’

코로나19가 가져온 다양한 식품 소비 행태 변화에서 간편식의 성장은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신선식품인 백미를 직접 구입해 먹지 않아도 편리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즉석밥’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계기가 됐다.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 살펴본 바로는 간편식을 구입하는 가구 비중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간편식을 구입하는 이유에는 ‘맛있어서’가 2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양한 간편식 제품 가운데 즉석밥은 2019년 기준 시장규모 4938억원으로, 2020년 상반기 팬데믹을 기점으로 증가세가 더해졌다.

건강을 트렌드로 하는 즉석밥도 유행해 현미밥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기도 했으며, 주먹밥, 볶음밥 등도 인기를 끌었다. 

2020년 기준 쌀을 구입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쌀의 유형별 구입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즉석밥’의 경우 47.3%가 구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쌀가공식품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비중이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즉석밥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간편식 수요가 늘면서 즉석밥 시장이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종류도 흰쌀밥에서 잡곡밥, 식단조절이 가능한 제품 등 다채로워지고 있어 즉석밥의 강세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맛 좋은 고품질 쌀 찾는 소비자들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2020 농식품 소비트렌드’에 따르면, 곡물시장이 점차 프리미엄화되고 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20년 기준 57.7㎏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구매금액은 점차 증가해 고급 쌀에 대한 구매가 늘고 있다는 것.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외식이 줄고 가정 내 식사가 늘면서 맛 좋은 쌀을 찾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쌀을 구매할 때 맛을 따지는 비중이 2019년과 2020년 30.5%에서 2021년 31.1%로 증가했다. 특히 맛은 여러 가지 고려 기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건강·면역 등이 주요 관심사가 되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왕이면 맛 좋은 품종, 고품질 쌀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