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농산물 가격폭락, 의무자조금과 생산·유통 자율규제로 해결
[전문가 칼럼] 농산물 가격폭락, 의무자조금과 생산·유통 자율규제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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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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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폭락 문제를 보조금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가격폭락 농산물을 수매할 수 있는 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만약 예산을 확보해서 다 사드린다면, 너도나도 경작하겠다고 나설 것이고 기존 경작자의 경작면적도 늘릴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농산물을 무책임하게 폐기할 수는 없으니, 소비를 위한 추가 예산을 별도로 투입해야 할 것이다. 결국, 점점 더 많은 보조금이 소요될 것이고 뉴질랜드 등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는 곧 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폭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전년도 가격에 따라 특정 품목을 경작하려는 쏠림현상뿐만 아니라 기상, 병해충, 품종, 품질, 소비트렌드, 수입농식품 등에 따라 시시각각 상황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개별경영체 단위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 또는 농협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법에 따라 전체 경작자와 생산자단체가 참여하는 의무자조금단체만이 정부와 지자체, 농협의 도움을 받아가며, 법에 따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다. 

그럼 의무자조금단체는 어떻게 반복되는 가격폭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 조치는 1) 수단에 따라 사업비에 의한 사업과 제도에 의한 사업으로, 2) 시기에 따라 사전대책과 사후대책으로, 3)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여건 조성단계, 생산단계, 유통단계, 소비단계로 세분화할 수 있다. 

우선, 소비지 대형마트에서 판촉행사를 제대로 개최하면, 이전보다 25배 이상 판매량이 늘어나기도 한다는 측면에서 가격폭락 시기에 대규모 자조금을 투자하여 소비촉진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뉴질랜드 키위 매출액은 2조원이 넘고 농가 수취가는 2005년의 2배나 되지만 뉴질랜드 키위위원회의 1년 사업비는 7억원 규모에 불과하다는 측면에서 사업비에 의한 사업보다는 생산‧유통 자율규제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시기에 따라서는 산지폐기 등에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기 전에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휴식년 지정 등을 통해 경작면적이 급증하지 않도록 전체 재배면적을 관리하거나 시장출하규정을 설정하여 비상품이 정상품 시장에 출하되지 않도록 하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사전적으로 가격폭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폭락 방지대책은 다시 단계별로 세분화할 수 있다. 우선 여건 조성단계에서는 일정수준 이상으로 생산자 수취가격(목표가격)을 유지하고 일정수준 이하로 소비자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중장기 생산 및 유통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그 이행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수급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각종 협의체 운영과 산지 및 소비지 모니터링 등을 통해 주요 조직별, 출하시장별 물량 배분, 출하시기 조정 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생산단계에서는 농약 사용방법 등 경작자 준수사항 교육과 경작신고 및 사실확인, 전지‧전정, 수고조절, 수형조절, 간벌, 휴식년 지정, 과원 재조성, 품종 및 수확시기 다변화, 적뢰‧적화‧적과, 미숙과 수확, 수확시기 지정, 수확물량 조정, 비수확, 선별장 입고기준 설정, 비상품 및 잔류농약 검출물량 출하제한, 산지폐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유통단계에서는 유통조직 관계자 준수사항 교육, 산지유통시설 등록과 출하신고 의무화, 출하상황 모니터링 및 정보 제공, 품질‧포장‧용기‧표시 등 출하규정 설정, 품질검사, 비상품 출하용도 지정, 비상품 등 수매, 저장 및 비축, 계약재배 및 가격예고제, 물량 분산비용 지원, 기준가 이하 불낙 지원, 출하시기 및 시장 지정, 시장별 출하량 할당, 출하 정지‧유보, 출하휴일 지정, 품위별 생산자 책임 최저가격제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소비단계에서는 광고와 소비촉진으로 구분하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광고는 직접적인 물량 거래 없이 방송 등 광고매체를 통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감성을 자극하여 이미지나 선호도를 개선할 수 있고 소비촉진은 일부 표적화된 유통업자나 소비자 등에게 시식, 가격인하, 쿠폰, 덤 제공과 같이, 특별한 조건의 거래를 제공하여 일시에 대규모 물량을 구매 또는 소비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우선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조치부터 시행해야 한다.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시작한 품목만이 결국, 어느 순간 가격폭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많은 품목에서 의무자조금과 생산‧유통 자율규제제도를 도입하고 각종 조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시행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