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자조금제도 활용, 기회주의자 등 퇴치 가능
[전문가 칼럼] 자조금제도 활용, 기회주의자 등 퇴치 가능
  • 한국농업신문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22.11.03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 중에 실망과 분노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맛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값을 받기 위해 덜 익은 농산물을 출하한다던가 겉에는 보기 좋은 농산물을 두고 보이지 않는 곳에는 미흡한 농산물을 숨기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고 결국, 소비가 줄어들면서 해당 품목 농업인 전체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정상품 시장에 등외품을 대량으로 출하하여 정상품 가격이 떨어지게 하거나 다른 경작자들과 함께 공동판매하여 거래교섭력을 높이기 보다는 소속된 생산자조직과 해당 지역에 큰 피해를 안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출하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한정된 시장에서 제살 깎이 식 출혈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다른 생산자조직의 설 자리를 없애려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기회주의자와 가해자, 약탈자란 말이 생각난다. 기회주의자란 확고한 주관이나 원칙이 없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이로운 쪽을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가해자란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으로 남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 약탈자란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는 사람을 말한다. 대부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다 익은 농산물을 정상적으로 선별‧포장하여 출하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일부 농업인과 산지유통조직들이 있으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협동조합의 발전과 함께 90% 이상의 경작자 등이 참여하는 유통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했지만 사업에 끝까지 참여하지 않으면서 본인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일부 경작자들 때문에 이러한 조직이 와해되기도 했고 품질보다는 출하물량 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존폐의 위기에 직면했던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이러한 문제 때문에 결국, 전체 경작자 등이 관련 법에 따라 본인들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할 준수사항을 의결하고 정부 승인을 얻어 시행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정부는 벌금형이나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고 있다. 준수사항은 대개 경작 및 출하 신고, 신고에 따른 의무거출금 납부, 등외품 등의 출하용도 지정을 포함한 시장출하규정 설정에 그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단일 유통조직 지정제나 생산자 책임 최저가격제까지 시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미국에서는 6개월 이하 징역, 캐나다는 3개월 이하 징역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정된 농수산자조금법이 시행된 2018년부터 의무자조금을 설치한 품목에서는 경작 및 출하신고, 시장출하규격 설정, 수출 등 단일 유통조직 지정 등과 같은 생산‧유통 자율조절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적발될 때마다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체 농업인의 이익과 해당 품목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농업인과 생산자단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여 경작자의 경작 신고를 의무화한 품목(마늘, 양파)도 있으나 시장출하규격 설정이나 단일 유통조직을 지정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는 제도 도입 초기이고 이러한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아는 분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품목에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바로 도입하기에는 이를 직접 이행해야 하는 농업인과 생산자단체들 간에 정서적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신뢰 확보와 인식 개선은 물론이고 규모화와 전문화, 체계적인 품질관리와 브랜드마케팅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해외 농산물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역단위 교육과 홍보, 주요 이해관계자 간 협의와 합의 등을 통해 이러한 제도가 많은 품목에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유통업자와 소비자는 물론이고 전국의 농업인, 생산자단체들과도 상생하는 시대가 하루라도 빨리 도래하기를 고대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