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자조금단체가 법에 따른 권한과 책임 확보, 반복되는 가격 하락문제를 해결해야!
[전문가 칼럼] 자조금단체가 법에 따른 권한과 책임 확보, 반복되는 가격 하락문제를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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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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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확정된 절차에서 확정된 결과가 도출된다. 농산물 가격 하락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것을 보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반복되는 가격하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정부와 지자체, 농협의 가격 지지정책에 익숙하다. 가격이 떨어지면, 가격 지지정책을 통해 개별 경영체를 지원하고 이러한 가격지지 예산이 매년 집행되다보니 당연히 매년 그 정도는 예산을 세우고 집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농민을 위한 가격 지지정책이 추가적인 생산을 유인하고 늘어난 생산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면, 시장격리 보조금 증액을 요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전체 생산량의 10%와 같이 일정 규모는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책임질 수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이상으로 생산규모가 늘어나는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반복되는 가격 하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관리와 소비 확대를 위해 경작자들도 참여해야 한다. 영세소농의 입장에서는 애타는 마음에 정부 등에 대책을 내어놓아야 한다고 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영국과 뉴질랜드, 호주, 미국, 캐나다, EU, 인도 등 WTO 회원국들도 일찍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무자조금단체에 법에 따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정부의 승인을 얻어 자율적으로 해당 농산업자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도록 하고 있다. 

자조금단체는 관련 법에 따라 전체 경작자 등이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의결하고 중앙정부나 주정부의 승인을 받은 후 시행한다. 준수사항은 주로 경작 및 출하 신고, 그에 따른 의무거출금 납부, 품종별 등급, 크기, 품질, 숙도, 표시, 용기, 용량 또는 중량 등 시장출하규정 설정이며, 단일 유통조직을 지정하거나 라이센스나 쿼터 부여, 생산자 책임 최저가격제 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와 벌금 등이 부과되며, 징역형이 내려지는 사례도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경작자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얼마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에 따른 자조금단체가 해당 품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가치사슬 단계별로 해당 품목의 당면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해당 품목 경작자들은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국가나 품목에 따라서는 경작자 준수사항만 정하는 경우도 있고 물류업자, 가공업자, 유통업자, 수입업자의 준수사항까지 정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미국에서 수입업자도 경작자와 같이, 출하 신고와 의무거출금 납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보면, 해당 품목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진화했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자조금단체를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다가 한국농업무역관장으로 부임한 관리를 만난적이 있다. 저품질 수입꿀 때문에 미국의 꿀 소비가 위축되고 전체 꿀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관련 법에 따라 당연히 수입업자도 의무거출금을 납부하고 출하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해외에서는 자조금단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떠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한 법률이 먼저 만들어지고 이후에 그 법률에 따라 의무자조금단체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경작자 등의 생산과 유통을 자율적으로 규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라 그러한 자율규제가 가능하나 다른 나라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있다. 그래도 단기적으로는 법에 따라 의무자조금단체를 구성하고 그러한 생산‧유통 자율규제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러한 자조금단체가 있는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은 단기적으로도 크게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농업선진국들의 입법 사례를 토대로 가격하락 문제를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법률을 제‧개정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현재와 같은 법률구조에서는 정부도 그 역할의 한계에 바로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정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농업의 미래는 현재와 같을 것이고 우리 농민들은 반복되는 계속 가격 하락문제로 인해 시름하게 될 것이다.

지하수 고갈, 초원의 사막화 등 공유지의 비극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자율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노벨경제학 수상자의 연구결과이다. 국회나 정부, 지자체, 농협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돌아보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의무자조금단체를 만들고 주저 앉아버리면, 성과를 창출할 수 없다. 생산‧유통 자율규제를 통해 해당 품목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농사짓고 자랑스러운 유산을 후계자들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