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가물관리위원회 1기를 평가한다] 농업계 거너번스 구축으로 물관리 일원화 대응해야
[기획-국가물관리위원회 1기를 평가한다] 농업계 거너번스 구축으로 물관리 일원화 대응해야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5.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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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물관리 속 농업용수 관리 중요성 부상
농업용수 체계적 관리 위한 재정 투자 필요
실행력 겸비한 물관리위원회로 거듭나야
이광야 충남대학교 교수 인터뷰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19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물 관련 최고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국민뿐 아니라 물산업에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아 통합물관리 정책 실천을 위해 협력해 나가는 한편 물 분쟁을 조정하는 등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국가 물 사용량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농업용수의 직접 사용자인 농업계와는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제1기 국가물관리위원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통합물관리를 위해 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광야 충남대학교 교수에게 들어봤다.

이광야 충남대학교 교수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간 성과를 살펴본다면.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19년 출범한 이후 ‘통합물관리’ 실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물관리 정책의 최상위 법정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확정했다는 점을 큰 업적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통합물관리를 위한 ‘협업모델’을 구축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수질, 수자원, 생태계, 농업 등 많은 분야가 얽혀 있는 물관리 영역은 이해관계자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 요소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물 자체도 용처별로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로 나뉘다 보니 이를 관리하는 물 관련 기관의 협업 체계가 필요했다. 이에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관련 기관들 사이 협업모델을 찾는 데 힘써 왔다고 볼 수 있다.

-위원회 내에서 농업 분야는 후순위였다는 비판이 있었다.

제1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도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거다. 농업용수와 농업 분야에 대한 고민과 상호 존중이 부족하지 않았나 판단된다. 

그러다 보니 위원회 정부·민간 위원을 구성할 때 농업계를 대변할 농업 분야 인사가 1명에 불과했던 것도 사실이다. 농업용수와 관련해 농업 분야의 인적 구성의 풀이 작았던 것도 한몫했으리라 짐작한다.

다만, 최근에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차원에서도 농업용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는 만큼 농업계에서도 이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통합물관리 차원에서 농업용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통합물관리 시대에 맞춰 농업용수의 이용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하는 내용은 물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민·관·학은 물론 사용자인 주민·농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를 실현해 나가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농업용수도 당연히 포함된다. 

예컨대 비농업계에서는 농업용수가 국가 물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 농업용수를 단일 목적이 아니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농업계에서는 농업용수는 그 목적에 맞게만 사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하니 물 관련 현안을 두고 복잡하고 다양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통합물관리 차원에서 농업용수에 대한 비농업계의 요구는 앞으로 계속될 여지가 크고, 농업계 역시 이와 관련된 갈등을 피해 갈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물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에서도 농업용수의 효율적인 이용에 대한 농업계 외부의 압박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피할 수 없다는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수용할 필요도 있다. 다만, 이때는 농업용수 사용자들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확실하게 내세워야 한다. 

농업용수를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 농업인이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기여하는 만큼 농업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히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제조건이 갖춰진다면, 통합물관리 속에서 농업용수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농업 현장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셈이다. 

농업용수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면서 공익직불제와 마찬가지로 공익성에 기여한 대가로 일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농가소득에 이점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농업용수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노후된 농업용수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상·하수도와 달리 농업용수는 여전히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관리가 힘든 게 사실이다. 일부 수로들이 전동화됐다고 하지만, 그 비율이 높지 않고, 노동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물꼬 관리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수로감시원은 농업용수 시설과 마찬가지로 점점 고령화되고 있어 향후 10년 후의 수로 관리를 장담할 수 없다. 농업용수 관리 시스템에 재정적 지원과 활발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시스템의 첨단화가 이뤄진다면 궁극적으로 농업 분야에도 큰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인들은 노동력을 덜 투입하고 이전보다 손쉽게 농업용수를 사용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용수 관리가 이뤄지니 물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통합물관리 시스템 운영에도 적합해 농업용수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농업용수의 최대 사용자인 농업계 변화도 필요할 텐데.

통합물관리와 농업용수에 대해 농업계 내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 농업 현장의 이해와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농업계 중심으로 구축된 거버넌스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농업용수 이용에 대한 외부의 압박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거버넌스를 주축으로 농업 현장의 의견이 종합될 때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농업 분야의 위상도 높일 수 있고, 적극적인 참여도 가능하다.

더불어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농업용수 관리를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조직의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 환경부에서 물 관련 부서는 4개 국이 담당하고 있으나, 농식품부는 2개 과에 불과하다. 당연히 관련 예산도 적을 수밖에 없다. 농업용수와 관련된 예산과 인력의 확충이 필요한 이유다.

종합하자면, 국가물관리위원회 차원에서 농업용수에 대한 시각이 변해야 하고, 농업계 내부적으로도 이를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다.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리는 문제다. 이런 일들이 해결된다면, 농업 분야와 환경 분야에서 물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여러 사안도 서로의 사정이 공유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위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그간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물 관련 기관들의 협업모델을 구축하고, 통합물관리 실현을 위해 각계각층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소통 활성화에 힘써왔다. 

이에 더해 논의한 내용들이 실제 정책적인 결과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실행력이 높은 위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위원회와 성격이 비슷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통합물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조직에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민·관 합동 거버넌스 특성상 이 부분이 특히 더 어렵겠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