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띤 밀 생산 현장… 아쉬운 정책 성적표
활기 띤 밀 생산 현장… 아쉬운 정책 성적표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6.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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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재배 면적 꾸준히 늘어
개별 생산 농가에도 지원 확대를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국산 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0년 2월 시행된 ‘밀산업 육성법’에 따라 같은 해 가을 밀 파종과 동시에 시작된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이 올해로 2년차를 맞이했다. 

정부의 2025년까지 국산 밀 자급률 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생산·유통·비축·소비·연구개발(R&D) 등 밀 산업 전반에 다양한 지원이 이뤄졌다. 이에 그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며 자급률 1%대를 맴돌던 국산 밀 재배 현장은 최근 2년간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생산단지 규모화, 비축수매량 및 보급종 공급 확대, 저장시설 확충 등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주장도 나온다. 

밀 생산 현장, ‘성장세’ 기록 중

2017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밀 산업 현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밀산업 육성법에 따른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이 추진되면서 탄력을 받았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국산 밀 재배 면적을 살펴보면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다. 2020년 재배 면적은 5224㏊로 최근 10년간 가장 적은 면적을 기록한 2019년 3736㏊보다 39.8% 증가했고, 2021년은 6190㏊로 전년보다 18.5%나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재배 면적은 전년보다 약 30% 늘어난 8000㏊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밀 전문 생산단지를 계속해서 늘려나가면서 생산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규모화된 생산단지는 51개소(7000㏊)가 운영되고 있으며, 연말까지 55개소(1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정부 보급종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그간 평균 500톤 수준에 머물렀던 보급종 공급량을 2021년 1334톤까지 늘렸고, 올해는 농가 수요에 따라 2000톤 이상을 공급할 예정이다. 생산 촉진과 동시에 순도 높은 품종을 보급함으로써 국산 밀의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농식품부는 농가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비축 매입량도 매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853톤에 불과했던 정부 매입량은 지난해 8401톤으로 크게 늘었으며, 다가오는 올해 수확에서는 1만7000톤을 매입한다. 올해 수매량은 당초 1만4000톤이었으나, 현장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해 35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확보, 3000톤 물량을 늘리게 됐다.

갈 길 먼 자급률 5% 달성

밀 생산 기반이 점차 마련되면서 산업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으나 목표치 달성에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정부는 1차 기본계획에 따라 올해의 경우 밀 재배 면적을 1만5000㏊까지 늘리고, 6만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올해 수확을 앞둔 밀 재배 면적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8000㏊ 정도이며, 생산량 또한 수확 직전 가뭄에 따른 피해로 6만톤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에 현장에서는 밀 산업 확대를 위한 지원과는 별개로 정부가 세운 정책 목표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농가 지원도 늘려야

일각에서는 정부 수매에 참여하는 밀 생산단지 위주의 지원만큼이나 개별농가에 대한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 재배 면적이나 생산량 등 정부의 정책 목표에서 집중 지원받는 생산단지의 담당 비중은 50%다. 이외 나머지는 개별농가에서 채워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자급률 향상을 위한 정부 정책의 절반을 책임지는 비생산단지 농가에는 생산 확대를 위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경남 사천에서 220㏊ 규모로 밀을 재배하고 있는 한 농업인은 “정부 보급종은 생산단지에 참여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50% 할인된 가격에 공급됐으나, 우리 지역처럼 생산단지가 아닌 개별농가들에는 지원이 사실상 없었다”며 “정부 보급종을 공급받지 못하면, 비축수매에도 참여하기가 어렵다. 특히 보급종이 없어 자가채종을 하면 종자 순도가 떨어져 품질이 낮은 밀이 생산되고, 어쩔 수 없이 종자를 직접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 정책 목표의 반은 민간 시장에 달려 있다. 민간 시장으로 유통되는 물량을 책임지는 개별농가에 대한 지원도 마련돼야 전체적인 밀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