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15만톤 추가격리 안하면‥농민 1조원 손실
쌀 15만톤 추가격리 안하면‥농민 1조원 손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6.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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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 손해 안고 쌀 판매 나선 농협들
자금난 때문에 햅곡 수매가격 큰 폭 하락 유력
수매거부 또는 헐값 수매 전망…피해는 농가가 떠안아

지난해 전국 쌀 생산량의 절반 194만톤 사들여

산지쌀값은 수확기보다 20% 가까이 하락

5월말 기준 농협들 재고물량 전년보다 32만톤 많아

쌀값폭락에 소비부진 겹쳐 쌀 거래 안 돼 계속 가격 하락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이달 중순이면 전국적으로 모내기가 끝나는 가운데 올해 수확되는 햅곡의 수매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농가 출하 희망 물량은 무조건 사 주는 농협들이 지난해 사들인 쌀을 여태 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2021년 전국 쌀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194만톤을 사들였다. 수확기 사상 최대 물량을 매입한데다 산지쌀값이 매입 가격보다 약 20% 폭락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농협RPC가 5월말 현재 갖고 있는 재고는 전년보다 32만톤이나 많다.

한 지역농협 창고에 지난해 농가로부터 사들인 볏가마가 쌓여있다.
한 지역농협 창고에 지난해 농가로부터 사들인 볏가마가 쌓여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말 산지쌀값은 20kg 정곡 한 포대에 4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7.5%p나 폭락했다. 게다가 소비 부진까지 겹쳐 쌀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나 쌀 시장격리를 단행했지만 격리 물량이 한정적인 데다가 농가보유물량을 우선한 영향으로 농협 창고에 있는 쌀은 걷어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농협에선 과잉물량 15만톤 이상의 3차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고 있다. 농협RPC 조합장들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농협RPC전국협의회 임시총회에서 쌀 추가 시장격리와 함께 내년 쌀 적정생산대책 추진시 논에 타작물을 심는 참여농가에 일정 보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3차 격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수확기 벼값 폭락으로 농가소득이 1조원 정도 줄어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이제 막 출범했고 초대 내각 구성이 한창인 상황에서 쌀 시장격리를 논의하기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우세하다. 예산 당국을 설득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예산을 승인해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5월 중순에 취임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협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재고처리에 부지런히 나서는 모습이다. 충북의 지역농협 조합장은 “올해 햅곡 나올 때까지 작년 쌀 500톤이 남는다”며 “다행히 CJ에서 사 주기로 얘기가 돼 겨우 한시름 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농협은 창고를 비울 수는 있지만 한 포대에 1만원이 훌쩍 넘게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형편이다. 21년산 벼 한 포대(40kg)를 7만원에 샀으니 산지쌀값이 20%가량 떨어진 지금 본전을 찾기는 어렵다.

농협뿐 아니라 민간RPC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서용류 (사)한국RPC협회 전무는 “쌀 20kg 한 포대를 팔면 5000원씩 손실이 난다”고 말했다.

재고와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협은 전국에 400여곳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농협 수매가(벼 기준)는 평균 6만7000원. 아무런 조치 없이 햅곡이 나오면 자금이 부족한 농협들이 수매 거부에 나서거나 지난해 매입가격보다 훨씬 못한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어 농가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