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촉진, 소비자 중심 홍보 전략 필요
쌀 소비 촉진, 소비자 중심 홍보 전략 필요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6.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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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표시제 등 쌀 관련 제도 손 봐야
산지는 재고와 씨름 중…3차 격리 주장
자조금 등 쌀 산업 현안 대응할 주체 있어야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최근 쌀값 역계절진폭이 14% 이상이다. 1985년부터 쌀 가격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우다. 그만큼 쌀 산업이 현재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과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의 공동주최로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쌀 산업 진단과 양곡정책 재정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공급과잉, 가격하락 등으로 쌀 산업이 위기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에 쌀 소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홍보 강화 등 다양한 의견을 제안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양승룡 고려대학교 교수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쌀 수급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정책 당국은 고민해야 한다. 시장격리 이상의 더 과감하고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한 10가지 방안

발제를 맡은 김의웅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쌀 소비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고, 특히 가구 부분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26년 이후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소비 촉진을 위한 가구 중심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김의웅 책임연구원은 ▲쌀 소비량 목표 설정 ▲소비자 중심의 홍보 ▲특수가공미 공급확대 ▲고품질 쌀 생산시스템 정착 ▲단일품종화 정책의 전환 ▲미곡종합처리장(RPC) 시설 지원방향의 전환 ▲쌀 등급기준 개선 등 쌀 관련 제도 정비 ▲쌀 이력추적시스템 도입 ▲RPC의 디지털화 ▲추진 주체 강화 등 10가지 쌀 소비촉진 방안을 제안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식단구성안에 따라 가구 부분 1인당 쌀 소비량 목표치를 61.7㎏(1.7공기)으로 삼고, 감소하는 쌀 소비량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밥 중심 식사의 우수성과 쌀 소비량과 비만과의 관계 등을 소비자에 맞춰 체계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밥 중심 식사는 육류 중심의 서양 식사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혀 있어 비만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그런데도 현재 적정 밥 섭취량 등 구체적 수치나 밥 중심 식사의 우수성 등에 대한 정보 제공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 중심의 쌀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고품질 쌀 생산 체계가 정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으며, 이를 위해선 ‘수확 후 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연구 결과 고품질 쌀 생산에는 수확과 수확 후 관리가 약 80%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확 후 관리를 위한 시설과 운영 및 제도 등 제반 분야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 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RPC에 고성능 설비를 설치하는 등 시설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외 쌀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정부 건의, 대국민 홍보, 소비 촉진 연구 추진 등을 담당할 대표 주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그 예시로 쌀 자조금을 꼽았다.

홍보의 중요성,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쌀을 구매하는 소비자 반응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체감하는 유통 주체들은 쌀 소비 확대를 위해서 정부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상준 아워홈 구매본부장은 “다이어트 측면에서 쌀은 탄수화물로 대표되는 식품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정부가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전환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양곡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품질이나 맛 등 쌀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명 (사)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쌀 산업 역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발전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소비자들은 단백질함량의 ‘수·우·미’ 등급이나 품종 종류, 등급의 ‘특·상·보통’ 등 양곡표시제도에 나타난 정보들이 어떤 차이를 나타내는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관련된 설명도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사무총장은 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쌀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쌀을 고를 때 품질이나 맛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맛이나 품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쌀값 적정 수준 유지해야

쌀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쌀 가격이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쌀 가격변동이 소비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쌀 소비가 줄어드는 여러 요인 중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가격이 많이 올랐던 시기에는 소비 감소가 더 크다”면서 “쌀 소비 진작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서도 적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쌀이 주식이라는 특수성을 갖지만, 식품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식품으로서 쌀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생산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위원은 “쌀 소비가 줄어드는 데에는 육류 소비가 늘어나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쌀의 경쟁 상대가 쇠고기 등 육류가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쌀의 중요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지만, 쌀 역시 소비자 선택을 받아야 하는 식품이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어떻게 판매되고 어떻게 팔아야 할 것인지 쌀 산업의 주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쌀 재고 넘쳐 야적할 수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넘치는 재고와 가격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시장격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박승석 당진해나루쌀조공법인 대표는 수확기 신곡 수매를 위해 3차 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2021년산 쌀을 2만7000톤 수매했고, 이중 현재 재고가 1만1000톤이다. 남은 재고를 모두 처리하려면 5개월 이상 도정해야 하는데, 아무리 빨리 판매해도 11월 중순이나 돼야 창고를 비울 수 있다”면서 “당장 10월 1일부터 수매에 들어가야 할 텐데, 저장 능력에 한계가 있어 일부 물량은 당장 야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시장격리에 들어가야 수확기에 적어도 계약재배한 물량 정도는 쳐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확기 가격 폭락에 대비한 안정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도용 한농연전남도연합회장은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수확기 쌀값을 보전하던 변동직불금이 사라지고 자동시장격리제가 도입됐으나, 올해만 보더라도 격리 시기나 입찰 방법 등에 문제가 생겨 정책에 큰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시장격리제도에 대한 보완과 더불어 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양곡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시장격리는 아직 협의 중

정부는 쌀 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를 수급과 가격 관리, 품질 고급화, 소비 확대 세 가지로 꼽았다.

이 가운데 시장 공급 물량을 조절하기 위한 카드로 적정 재배면적 조절을 위한 직불금을 언급했다.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생산조정 사업에 포함됐던 주요 품목들에 대한 직불금을 선택형 직불제를 통해 지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현장의 가장 큰 관심사인 시장격리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정주 과장은 “추가적인 시장격리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품질고급화 차원에서는 RPC 등 산지유통업체에 이뤄지는 각종 지원과 더불어 수확 후 관리 부분의 연구를 한국식품연구원, 농촌진흥청 등과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쌀 소비 확대를 위한 홍보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애를 먹고 있는 모양새다. 김 과장은 “소비 확대를 위한 예산이 과거 100억원 이상에서 홍보의 한계로 인해 현재는 40억원 정도로 줄었다”면서 “홍보를 통한 소비 감소의 최소화를 위해 정부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 자조금이나 생산자들이 모여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참여하는 방법들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