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완 조합장 “양정제도에 식량안보 안 담겨”
문병완 조합장 “양정제도에 식량안보 안 담겨”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6.3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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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보호 아닌 소비자물가 측면서 정책 수립 지적
대표 사례 ‘자동시장격리제’ 들며 “적기 작동 안 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1946년부터 양정제도가 열 번 넘게 바뀌었어도 쌀(산업)이 어려울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똑같다. 양곡정책에 식량안보 개념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이 지난 15일 농협에서 열린 '쌀 산업 발전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이 지난 15일 농협에서 열린 '쌀 산업 발전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전 농협RPC전국협의회장 3선)은 지난 15일 농협에서 열린 ‘쌀 산업 발전 TF’ 회의에서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되짚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농업인 보호가 아닌 국민들의 물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중심으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제는 쌀 문제에 예산을 투입할 때 물가로 볼 것이냐, 농가소득으로 볼 것이냐부터 먼저 따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 조합장은 정부가 물가 중심의 양곡정책을 짜고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부터 시행한 개정 양곡관리법을 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태풍으로 벼 수확량이 크게 줄자 이듬해 연거푸 정부양곡을 풀어 시장에 방출시켰다. 이를 두고 문 조합장은 “쌀값이 올라가니까 떨어뜨리기 위해, 즉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자동시장격리제를 발동시킨 것”이라며 “그럼 올해 쌀값이 계속 하락했으니 그 법(자동시장격리)을 작동시켜 쌀값 올려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정책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수확기부터 공급과잉이 예상되자 농업현장에선 쌀 시장격리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었다. 정부는 올해 1월 부랴부랴 시장격리에 들어갔으나 때를 놓친데다 거둬들인 물량도 부족해 쌀값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문 조합장의 지적은 개정 양곡관리법에 명시한 자동시장격리제가 농민을 위한 제도로 도입됐지만 정작 필요할 때 작동시키지 않은 것은 정책을 만든 당국이 식량안보의 개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양정제도를 바꿨을 때 농가와 유통·가공업자 등 쌀 업계 관계자들은 법이 취지에 맞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분석해 정부와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조합장은 식량안보 개념 부재 다음으로 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쌀 문제를 야기시키는 주범이라고 꼽았다. 2018~2020년 시행하다가 흐지부지된 생산조정제(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를 예로 들면서다. 그는 “시초는 1993년 쌀이 남아 논에 타작물 재배하면 정책자금을 지급한다고 시행했었다”며 “그런데 쌀이 부족하니 갑자기 정책자금 지원 않겠다, 이게 정부였다. 생산조정제, 타작물재배, 휴경제 등 용어만 바뀌었지 지금까지 쌀 남는 상황에서 그때그때 시행해 왔던 제도다”며 일관성 있는 정책 시행으로 농민이 안정적으로 농사짓는 환경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올해 2월 8일과 5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총 27만톤의 쌀을 최저가역공매 방식으로 시장 격리했다. 하지만 쌀값 하락세는 지속됐고 모내기가 끝난 즈음이 돼서야 과잉물량이 27만톤이 아닌 42만톤이라는 통계 오류마저 나타난 상황이다. 이에 농협은 나머지 15만톤의 격리를 요구하는 3차 쌀 시장격리를 조속히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농협통합RPC는 지난달 22일 정기총회를 열고 3차 쌀 시장격리 촉구를 위한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만일 3차 시장격리가 지연될 경우 금년 수확기에 2022년산 신곡 매입여력이 부족할 것을 우려했다.

한편 양정제도는 1946년부터 2020년까지 17번 바뀌었다. 1946년 군정 하에서 미곡수집령을 발표했다가 1950년도에 추곡수매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이 제정됐고, 1969년엔 시가보다 고가 매입해 저가로 방출하는 이중곡가제를 실시했다.

문병완 조합장은 “미 군정 하에서 자유시장경제에다 맡겨 놨더니 쌀값이 폭등했다. 그래서 한국식으로 해결한 게 이중곡가제다”고 설명했다. 문 조합장은 통계오류 논란과 관련 “통계가 잘못됐다면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쌀값이 비싸니 최저가입찰경쟁을 시켜 내려야 한다는 게 정부 기조였다. 그렇다면 농가소득 보전장치도 마련해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쌀 가공식품 관련해서도 “수입 쌀 41만톤이면 경기.충북 생산량과 맞먹을 것”이라며 “그 많은 쌀을 소비해 주고 있는 쌀 가공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일정한 가격으로 원료쌀을 공급해줘야 한다”며 밥쌀용 외에 가공용 쌀 쪽으로 공급과잉 해소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