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농민에게 쌀 생산 줄이라고 할 건가
언제까지 농민에게 쌀 생산 줄이라고 할 건가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6.3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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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쌀값하락→농가와 RPC 고통 '악순환'
생산.유통.가공.소비자...쌀산업 주체별 해결책 제시
농협 ‘쌀 산업 발전 TF’ 출범 1차 회의 개최

농협(회장 이성희) 경제지주는 우성태 농업경제 대표이사를 단장으로 하고 산학연관 전문가 13명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쌀 산업 발전 TF’를 출범하고 지난 15일 농협중앙회 본관 중회의실에서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우성태 '쌀 산업 발전 TF' 단장(농협경제지주 대표)이 지난 15일 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성태 '쌀 산업 발전 TF' 단장(농협경제지주 대표)이 지난 15일 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TF에는 이은만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이 생산자단체를 대표로 참여하며 산지에서 농협RPC전국협의회(성환농협 차상락 조합장, 보성농협 문병완 조합장), 한정호 (사)한국RPC협회장, 비RPC농협(익산 오산농협 채병덕 조합장)이 참여한다. 연구기관·학계에서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임정빈 서울대 교수, 이재호 농협경제연구소 부장이, 언론사로 농민신문사 한형수 국장이, 쌀 가공산업에서 한국쌀가공협회 이종규 상무가, 소비지에서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 홈플러스 임정균 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날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왼쪽부터 이은만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한정호 (사)한국RPC협회장, 이종규 (사)한국쌀가공협회 상무
왼쪽부터 이은만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한정호 (사)한국RPC협회장, 이종규 (사)한국쌀가공협회 상무

“쌀품질 균일화 이뤘는데 고품질 얘기 여전…대가인 가격기준 정해야”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이미 27만톤을 시장격리하고 10만톤 격리 검토라는 내용이 나왔는데 시장이 꿈쩍 않고 있다. 1,2차 역공매 하면서 과연 생산농가나 농협RPC가 갖고 있는 여건을 정부가 보살폈는지 냉정히 판단을 해야 한다. 해당 지역 평균가가 아닌 최저입찰 역공매로 쌀값 하락을 부추겨 지금 상황에 다다르지 않았나 하는 말씀을 생산자로써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쌀에 대한 의지가 많으신 새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거듭되는 쌀값 불안정성을 해결하고 농가의 여건을 보듬어줄 수 있는 세부 정책을 기대한다.

대한민국 모든 쌀 품종들이 정부 장려에 의해 품질은 일단 균일화를 이뤘다. 단지 누룽지향이 난다든가 당뇨에 좋은 쌀이라든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전보다 지금 훨씬 좋은 쌀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는 고품질만 이야기한다. 그에 대한 대가는 가격으로 줘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쌀 문제는 생산량과 가격이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쌀 가격과 고품질은 무엇인지 생산자가 거기에 맞춰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민간RPC 손실보전 제도 만들어야”

한정호 (사)한국RPC협회장

농협은 마트도 있고 은행도 있지만 민간RPC는 먹고 살 수 있는 방편이 쌀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농협이나 민간이나 죽는 길밖에 없다. TF 구성했으니 앞으로 생산량에 따른 시장 예측에 대해 공유했으면 한다.

시장격리 했으면 쌀값이 지지되거나 안정돼야 하는데 자꾸 곤두박질친다. 유통업체에서도 가격만 보지 말고 어느 정도 적정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갈수록 소비가 줄어드는데 그 손실은 결국 RPC가 감당한다. 가을에 비싸게 주고 벼를 사 놨는데 역계절 진폭이 오면 그대로 맞아야 한다. 민간RPC에게 손실보전 제도가 필요하다. 150% 의무매입 강요할 게 아니라 RPC가 최대한 손실을 덜 보게끔 제도를 만들어 달라.

“식량안보 예산을 사회적 비용 인식 체계 만들어야”

이종규 한국쌀가공협회 상무

협회 내 회원사들이 연간 36만톤을 소비하고 있다. 그 중 24만톤이 수입쌀이고 12만톤이 국산이다. 어떨 때는 정부 공급량이 부족해 민간에서 조달하기 위한 기금도 조성하고 있다.

4~5년 주기마다 항시 파동을 이어왔다. 아젠다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 국가안보라는 큰 틀 안에 식량안보에 들어가는 예산을 국가적 아젠다로 사회적 비용으로 인식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도 국정과제를 보니 농업은 식량자급률만 언급됐을 뿐 하나의 의제로 올라가 있진 않다. 식량안보가 의제가 되면 농업기반 유지라는 과제가 선택되고 생산과잉 부분을 정부가 사회적 비용으로 격리하거나 보관하는 과정이 생기고 그에 따라 가공과 타 수요를 창출하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관련 예산을 사회적 비용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생산뿐 아니라 유통문제까지 다 해소해 나갈 수 있다.

국가 주도로 커다란 담론의 논의 자리를 만드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농협, 단체가 협력해 국회를 움직여 식량안보라는 큰 틀을 이 기회에 국가 아젠다로 만들어야 한다. WHO 보고에서 내년에 식량파동이 온다고 한다. 식량안보 의제를 설정하는 TF가 됐으면 좋겠다.

왼쪽부터 임정균 홈플러스 본부장, 한형수 농민신문 국장, 이재호 농협경제연구소 부장
왼쪽부터 임정균 홈플러스 본부장, 한형수 농민신문 국장, 이재호 농협경제연구소 부장

임정균 홈플러스 본부장

“쌀 남아도 좋은 건 없어서 못 팔아"

쌀이 남아돌아도 좋은 건 없어서 못 판다. 소비자들이 수향미나 고시히까리 위주로 사 가니 유통3사 대부분 일반쌀보다 이들 쌀 산지 확보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쌀 생산비도 중요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고품질쌀 확보를 적극 도와 주시기 바란다. 내년에 신품종쌀을 재배하신다고 하면 저희는 적극적으로 지원해 드릴 계획이다.

예를 들어 고시히까리는 10년 동안 이천쌀 가격을 드렸다. 재배지역이 지극히 국한적인 특성이 있어서다. 송탄은 고시히까리 재배 비중이 70%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물량이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다. 다른 곳은 쌀이 남아도는데 그곳은 쌀이 없다. 이런 좋은 사례를 많이 내놔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가급적 고품질쌀의 생산과 판매를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생산량에 맞춘 소비방안 찾아야”

한형수 농민신문 국장

격리는 타이밍이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 진행상황을 보면서 (대책에) 들어가느냐 그 차이다. 언론에선 정부 정책이 선제적으로 갈 수 있도록 역할 해야 한다. 쌀은 농가소득의 ‘기본급’이다. 이게 흔들리면 농가 삶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언제까지 쌀 생산을 줄여라 마라 할 건가. 생산 이후 단계부터는 정부와 RPC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데 그게 사실상 안돼 있다. ‘쌀을 언제까지 밥으로만 소비할 건지’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밥을 넘어서는 단계의 쌀 소비 방안이 나와줘야만 한다. 유럽의 쌀 생산 대표국가인 이태리는 쌀을 소비하기 위해 리조또 메뉴를 개발했다.

농민들에게 ‘생산하지 마라’, 이건 이제 정말로 과한 주장이다. 농민 기본급인 쌀을 어떻게든 소비를 늘려 생산에 맞춘 균형을 이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RPC도 소비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언론에서도 이런 부분을 앞으로 심가하게 고민하겠다.

“최고가보다 중요한 건 적정가격”

이재호 농협경제연구소 부장

과거 3년간 일본 주재하며 만난 일본 농가들에게 우리나라 쌀이 한때 최고가를 받았다고 얘기했더니 웃으며 ‘최고가를 받는 게 아니라 적정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 쌀 수급안정을 위해 중요한 게 적정가격이다. 또 한 가지 적정가격 못지않게 적정생산이 매우 중요하다. 적정생산만 되면 이런 파동이 있을 수 없다. 왜 안 될까. 정책의 실패이거나 한계일 수 있다. 연구소에선 양곡제도의 변천사를 보면서 각각의 파동시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고 새 정책 제시 노력을 하겠다. 8월 2차 회의때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드리겠다.

왼쪽부터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 이천일 농협 품목지원본부장,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왼쪽부터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 이천일 농협 품목지원본부장,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양정제도에 물가 아닌 식량안보 개념 담아야”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한다. 양정제도는 수십년동안 여러번 바뀌었다. 바뀐 제도에 식량안보의 개념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농업인을 위한 식량안보가 아닌 소비자 물가를 중심에 두고 접근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제는 쌀 예산을 투입할 때 물가측면에서 볼 것이냐, 농가소득 면에서 볼 것이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20년 공익직불제를 실시하면서 농가소득 보전장치로 자동시장격리제를 도입했는데 요즘처럼 쌀값이 하락하면 그 법을 작동시켜서 쌀값을 올리는 게 맞다. 단체장들께서도 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정책의 일관성이다. 생산조정제는 논타작물재배, 휴경제 등 용어만 바뀌었지 쌀이 남아돌 때면 예전부터 시행해 왔다. 그런데 쌀 부족하니 갑자기 정책자금 지원 않겠다? 시장 예측이 가능하게끔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해 달라.

쌀 통계도 지난해 11월 27만톤을 격리하면 안정된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남는 물량이 42만톤이라고 하면 이걸 누구 탓을 해야 하나. 이제는 농가도 쌀 한 가마니를 생산할 때 생산비가 얼마나 드는지, 또 얼마를 남겨야 하는지 통계를 내서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자동격리 발동 조건 지켜야"

이천일 농협경제지주 품목지원본부장

‘자동격리’는 지속가능성이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그게 안돼 시장이 늘어지고 개입 주체들이 시장을 유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쌀 이외 품목에 있는 가격안정제도 정부가 개입해 가격수준을 정해 놓은 거다. 얼마 이상이면 수입을 한다, 얼마 이하면 격리를 한다는 걸 정해 놓았다.

양곡관리법에 명시한 자동격리 발동 조건을 지켜야 한다. 또 한 가지 쌀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과 소비의 적정비율에 대해 TF에서 논의했으면 한다. 안(案)이 나오면 공론화 작업을 거쳐 양곡관리법 개정이나 예산에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TF 회의는 탄력적으로 운영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시장격리 발표가 난다면 양정상황 변화에 논의하는 등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의견을 나누고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 공감대 형성과 제도개선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품질 가정용 외 쌀 가격 높아선 안돼”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좋은 쌀은 이천쌀이라는 공식이 있지만 브랜드평가를 해 보면 좋은 평가를 받는 쌀 중에 전남쌀이 많다. 소비자는 밥맛만 보는 게 아니라 함량도 보고 빛깔도 본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가정용은 옛날처럼 저렴한 것을 찾지 않고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가격이 좋으면서 판매량이 많은 쌀이 결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쌀이다. 밥쌀용 외 가공용 등으로 활용되는 부분과 구분이 안 돼 있어 가격과 실질 수요 사이에 큰 괴리가 나는 것이다.

가정용 쌀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그 외 소비되는 쌀도 높은 가격을 유지할 생각을 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생각이다. 소비자는 10kg 한 포대를 5만원에 샀다고만 기억한다. 산지쌀값 20만원 미만은 잘 감이 안 온다. 생산비에 대한 부분을 소비자에게 잘 이해시키고 소비자의 쌀에 대한 이미지도 옛날과 바뀌었으니까 그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2차 회의 때 구체적 논의 이뤄질 것”

우성태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

TF 회의는 연말까지 4번 예정돼 있다. 이달 말 쌀 산업 현안과 문제점, 개선계획, 기대효과 순으로 정리해 각 위원들에게 보내드리겠다. 2차 토론회부터는 구체적으로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