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할당, 무관세 확대…물가안정에 농민소득 감소②] 할당관세 0%, 수입축산물 오르고 국내산 내려
[농축산물 할당, 무관세 확대…물가안정에 농민소득 감소②] 할당관세 0%, 수입축산물 오르고 국내산 내려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2.08.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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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물가안정 예측 빗나가…농가만 가슴앓이
11일 ‘무관세 철회…축산 생존권사수 총궐기대회’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물가안정을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적용된 수입축산물 할당관세 0%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수입축산물의 소비자가격은 상승하고 국내 축산물가격은 하락하면서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8일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으로 주요 축산물에 대해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물량을 늘리기로 하고 지난달 20일부터 가동 중이다. 기존의 관세의 경우 수입쇠고기가 미국산 10%, 호주산은 16%이었는데 이번 할당관세 0%를 적용해 10만톤의 쇠고기를 무관세로 수입한다.

돼지고기는 미국·유럽의 경우 이미 관세가 0%이지만, 이번에 수입단가가 저렴하지만 22.5~25%의 높은 관세 때문에 수입이 많지 않았던 캐나다·브라질·멕시코에 무관세 정책을 적용했다. 돼지고기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이미 5만톤이 할당관세 적용 중이며 수량이 조기 소진되면서 이번에 할당 물량이 2만톤으로 늘어났다.

닭고기의 경우 20~30%의 관세가 붙어 있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닭고기는 이미 올해 5월까지 6만톤이 수입돼 전년 동월 대비 34%가 증가했으며 이번에 8만2500톤을 무관세로 수입하게 된다.

기존 20%, 40%, 176%의 관세가 붙던 분유류의 경우도 1만톤의 무관세로 수입한다.

- 농식품부, 관세 인하분 반영 안간힘

정부는 이번 주요 축산물의 할당관세 0% 적용으로 최대 5~8%의 소매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관세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즉각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업계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0일 경기 용인시 소재 수입축산물 검역시행장에서 박범수 차관보 주재로 소고기 수입·가공·유통업체, 할당관세 추천기관,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 등과 수입통관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이번 현장 점검은 수입 축산물 통관 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축산물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달 25일 충북 청주시 소재 홈플러스를 방문해 할당관세 적용 수입 축산물 유통·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대형마트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차관은 이날 “대형마트는 국내산 소고기·돼지고기 등에 대해 도매가격 하락분이 소매가격에 즉각 반영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형 유통업체와 추석 물가안정 간담회를 가졌다. 권 실장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수입축산물 할당관세가 적용된 만큼 인하된 가격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주문했다. 

- 수입산 상승, 국내산 하락 이어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수입 축산물의 가격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8일 주요 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과 도축비 지원확대 등을 통해 시장공급 대폭 확대를 발표하면서 소비자가격이 5~8%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 예측과는 다르게 수입 축산물의 가격은 오르고 국내 축산물가격은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물가안정이라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축산관련단체의 주장이다. 

할당관세와 관련해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가 1차 언론 보도된 지난달 4일 직전일부터 당일까지 주요 육류 소비자가격을 모니터링한 결과 할당관세 0%가 적용된 20일 가격을 기준으로 26일 미국산 갈비는 2.58% 상승, 호주산 갈비는 4.45% 상승했다. 반면 한우의 경우 1등급 기준 1.37% 하락했다. 수입 삼겹살은 0.41% 상승했으나 국내산 삼겹살은 1.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지난달 27일 미국산 갈비는 2.58%, 호주산 갈비는 4.37% 상승했으나 한우는 1등급 기준 0.98% 하락했다. 수입 삼겹살은 0.34% 상승했으나 국내산 삼겹살은 1.54% 하락하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우협회는 정부는 할당관세 0% 적용 시 소비자가격이 최대 5~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수입산은 가격이 상승하고 국내산은 하락하는 현상을 보임으로써 정부의 예측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 할당관세 0%, 축산업 죽이는 정책

대한한돈협회는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료 가격이 많이 올라 돼지 농가들이 손해를 보면서 사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축산물 수입으로 축산업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는데 생산비 문제만이라도 해결해 준다면 가격안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육계협회에서는 현재 대부분 농장주가 유지비로 인해 농장을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가금 농가들은 AI를 대비하기 위해 농장 현대화를 진행해 80% 이상이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농가가 계열화가 돼 있어 농가에서 사료 구매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축산단체들은 이처럼 축산물 무관세 수입은 축산업을 죽이는 정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현재 물가상승의 축산농가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사료 가격은 물론 관련 자재와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생산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축산 비대위…위원장 김삼주 회장

축산관련단체들은 할당관세 0%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수입 축산물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것은 할당관세가 물가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국내 축산물가격은 대폭 하락(관세제로 발표 이후, 한우 기준 7.4% 하락)하고 있다. 

특히 할당관세 0% 정책을 제시했으면 그에 따른 피해 발생을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국내 농가를 위한 대책은 사료 매입지원과 할인쿠폰 등 생색내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소속 생산자단체장들은 지난달 20일 긴급회의를 개최해 ‘축산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비대위원장으로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을 추대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26일 제2축산회관에서 비대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에 4가지 현안에 대한 요구를 전달하고 오는 11일 ‘수입축산물 무관세 철회! 사료가격 대책 촉구! 축산 생존권사수 총궐기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 관세 차액, 축산물 소비 지원해야

비대위가 마련한 4가지 현안은 우선 수입 무관세 지원과 마찬가지로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산 관세 차액만큼 국내산 축산물 소비 촉진 및 할인 판매 지원을 촉구했다.
사료 가격 대책 마련도 제시했다. 사료 가격 폭등 및 무관세로 인한 국내 축산업 보완책 일환으로 사료 가격 인상분 차액 지원, 사료구매자금 무이자 지원, 의제매입세액 공제 확대, 사료안정기금 마련, 국내산 조사료 지원방안 마련 등 세부적 지원을 요구했다.

또한 수입 무관세가 이미 시행된 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수입 소고기 무관세 혜택이 수입·유통업자가 아닌 실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수입 부위, 톤수, 수입·판매가격 등 공개를 요청해 관세 혜택이 소비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군납 경쟁 입찰 철회도 요청했다. 국방부에서 군납 경쟁 입찰을 도입하면서 군납 농가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이유다.

김삼주 비대위원장은 이날 “물가안정을 빌미로 수입 축산물 무관세 조치는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축산농가의 생존권을 지키고 국내 축산물의 자급률을 사수하기 위해 축산인 총궐기대회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 축산농가 피해 자명…대책 시급해

수입 축산물 할당관세 0%를 적용하면 축산농가에게 피해가 발생될 일은 자명한 만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국내산 축산물의 소비가 줄면 사육도 점차 줄게 돼 자급률이 떨어질 가능성에 대한 자급률 유지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축산농가는 경영비 상승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생산되는 사료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사료 가격 안정화도 시급한 실정이다. 지금처럼 국내 축산업의 생존은 도외시 한 채 수입축산물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방향으로 간다면 언젠가 축산업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럴 경우 식량자급률이 떨어지게 되고 외부 수입이 막힐 때 식량안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