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다가오는데‥‘4차 쌀 격리’ 시급하다
수확기 다가오는데‥‘4차 쌀 격리’ 시급하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8.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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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찔끔 3차례 격리에도 쌀값 내리하락
농협 전체 재고량 전년보다 20만톤 많아
10만톤 ‘수확기 격리’ 안하면 수매가 4만원대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올해 햅곡 수매가격이 5만원 밑으로 전망되면서 농가를 중심으로 수확기 쌀 시장격리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시내 마트에 진열된 쌀포대.
서울시내 마트에 진열된 쌀포대.

지난 9일 농협 및 RPC(미곡종합처리장) 등 산지 쌀 도매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수확기(10~12월) 2022년산 벼 평균 매입가격이 4만원대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평균 매입가격 6만5~6000원보다 최소 2만원 빠진 것이다.

실제 이달 3~5일 충남 일대에서 첫 수확한 극조생종 ‘빠르미’를 도정해 도매로 유통한 최고가격이 2만7000원(10kg)으로 알려지면서 신곡 수매가 폭락이 확실시되고 있다. 일반 품종보다 수확이 이른 조생종은 보통 1~2만원 더 비싼데, 지난해 빠르미 수매가(40kg 조곡)는 7~8만원선이었다. 쌀값이 비교적 낮게 형성되는 남부 지역도 조생종은 6만 후반대에서 7만 초반대까지 가격을 쳐 주었다.

그러나 올해 계속되는 쌀값 하락과 구곡 재고의 영향으로 신곡 수매가는 5만원대도 지지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쌀 시장격리가 깔끔하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생산된 388만톤 중 과잉물량인 27만톤을 한꺼번에 들어내지 않고 2월과 5월 두 차례로 나눠 진행했다. 게다가 최저가입찰제의 역공매 방식이 시장쌀값 하락을 부추겼다. 기존 시장격리는 공공비축미 특등 또는 1등급 가격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격리 방식에 대한 농가들의 항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쌀값 하락세를 멈추고자 지난달 3차 격리를 실시했지만 상황은 진전이 없는 모습이다. 농협 등 산지 쌀 유통업체에 남아있는 물량과 계속된 쌀값하락으로 입은 손실이 수확기 농가 피해로 연결되기에 이른 것이다.

애초 3차 격리 물량으로 농협에서 요구한 물량은 15만톤. 그러나 정부는 10만톤만 시장격리를 단행하고 5만톤에 대해선 농협중앙회가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민간이 5만톤을 매입해 창고에 가두는 것은 위법성도 제기됐지만 창고 부재 등 현실성도 없다. 결국 5만톤이 시장에서 계속 떠도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농협 안팎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지역농협에 포대당 얼마씩 지원해주는 ‘손실보전’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할당 물량 5만톤에 대해 DSC농협의 재고를 사주는 RPC농협에게 포대당 2500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전체 재고량과 상관없이 손실 물량으로 산출된 8~9만톤에 대해 포대당 7500원 정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안은 없다.

농협은 예년보다 40% 이상 농가 벼를 매입한 지역농협들이 올해 햅곡 매입여력을 북돋우기 위해 손실보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손실보전이 쌀값 하락을 더 부추겨 신곡 수매가 하락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실을 메운 농협들이 쌀값을 지금보다 더 느슨하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한국RPC협회 서용류 전무는 “지난해 농협이 소화가능한 물량 외에 40~50만톤을 더 매입했다”며 “과한 부담감에 개별적으로 물량을 시장에 던지면서 저가미 시장이 형성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7월말 기준 농협 전체 쌀 재고량은 43만톤으로 전년 동기에 견줘 19만톤 많다. 태풍 영향 등도 예상되지 않아 햅곡 생산량은 전년과 비슷할 전망이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이은만 회장은 “본격적인 수확철이 한달 남짓한 시점에 구곡이 20만톤 남았다”며 “정부는 농민의 목숨값인 쌀값을 추락시킨 책임을 10만톤에 대한 4차 시장격리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