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한국농업신문 공동기획②] 밀처럼 쓰는 쌀가루 ‘분질미’…쌀가공산업 성장 견인 기대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한국농업신문 공동기획②] 밀처럼 쓰는 쌀가루 ‘분질미’…쌀가공산업 성장 견인 기대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2.09.05 2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공비용 줄여 업체 부담 절감
재배 안전성·생산성 향상 과제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식생활 변화에 따라 가정 내 밥쌀 수요는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구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11년 71.2㎏에서 2015년 62.9㎏, 지난해에 56.9㎏을 기록한 것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반면, 가공식품 원료가 되는 쌀 소비는 늘고 있다. 전체 쌀 수요량 대비 식품 가공용 쌀 수요량은 2011년 7.7%에서 2015년 10%, 지난해 12.4%로 성장했다. 가공식품의 원료로서 쌀 소비가 확대되는 추세인 셈이다. 

이 같은 경향에서 알 수 있듯 쌀가공식품 산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리며 성장하고 있다. 2010년 4.2조원이었던 국내 쌀가공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7.3조원까지 확대됐다. 수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케이푸드 확산과 가정 간편식 수요 확대 등에 따라 다양한 쌀가공식품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일본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난해 수출액은 1억6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분질미 왜 주목받게 됐나
쌀가공식품 산업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한계점도 명확했다. 그간 쌀가공산업 원료는 대부분 정부양곡인 구곡으로, 정부 재고 여건에 따라 원료가 되는 가공용 쌀의 공급량이 정해지다 보니 안정적인 원료 공급에 애로사항을 겪는 기업들이 많았다. 

특히 밀가루 수요 대체를 위한 쌀의 신수요 창출 측면에서도 쌀의 가공적성과 제분 비용 등의 요인으로 시장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 

일반적인 쌀은 가공적성 상 다양한 용도의 제품 가공에 한계가 있다. 물에 불려서 가루로 만들어 내는 습식제분 과정을 꼭 거치기 때문이다. 이는 제분 비용을 크게 올려 기업에 부담을 주는 방식이다. 제분 비용이 밀가루의 경우는 ㎏당 150원에 불과한 데 반해 쌀 습식방식은 600~950원에 달해 최대 6배나 더 높은 탓이다. 
이는 습식제분 비용을 대폭 줄이고, 밀가루 수요를 쌀로 대체하기 충분한 ‘분질미’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됐다.

밀가루 대체 유리한 가공적성 
분질미는 쌀가공산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쌀 수급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분질미는 가공용으로 개발된 쌀 종류로, 일반 쌀과 달리 전분 구조가 밀처럼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다. 일반 쌀과 달리 껍질을 벗겨 내는 도정 작업을 거치면 밀처럼 바로 가루가 도는 게 특징이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제분과 가공정성 상 기존 쌀가루보다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제분 비용이 크게 부담이었던 습식제분을 하지 않고 건식제분이 가능해 습식 대비 50% 수준의 가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균일한 품질의 쌀가루 생산을 위해 대량 제분기술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일반 쌀과 가공적성에서 차이가 있어 상대적으로 다양한 밀가루 제품에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도정 즉시 가루가 되는 특성으로 밥으로는 이용할 수 없어 밥쌀 시장으로 혼입될 우려도 없다. 6월 말에서 7월 초 늦게 이앙할 수 있어 남부지역에서 밀 등 동계작물과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재배적 장점도 있다. 분질미의 품종에는 바로미2, 아로마티 등이 있다.

3년간 분질미를 이용해 쌀빵을 만들어온 한 가공업체 관계자는 “제품 품질에 있어서 기존 습식 쌀가루와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습식제분을 하지 않으니 가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가공업체에는 다른 쌀 원료에 비해 유리하다”면서 “분질미로 만든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좋아지고 있어 대량 제분기술이나 가공 방법이 더 개발된다면 분질미를 활용한 쌀가공식품 생산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분질미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도전
농림축산식품부는 분질미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2027년까지 분질미 20만톤을 생산해 연간 밀가루 수요 200만톤 가운데 10%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쌀가공산업 시장 규모도 7.3조원에서 10조까지 확대하고, 이모작이 가능한 분질미의 재배적 특성을 활용해 밀 자급률도 7.9%까지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분질미 생산 재배면적 확보를 위한 농가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고, 늦은 이앙에 따른 수발아, 병충해 등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재배 안전성과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설해 분질미 재배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계부처와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또 수량성과 재배 안정성 등이 개선된 분질미 계통을 육성하고, 표준 재배법 매뉴얼을 마련하는 동시에서 현장기술지원단을 운영해 지역·생산단지별 전담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