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쌀값 대책, 양곡법 개정’ 강행…국민의힘 ‘문재인정부 뒤치닥 꺼리’
민주당, ‘쌀값 대책, 양곡법 개정’ 강행…국민의힘 ‘문재인정부 뒤치닥 꺼리’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2.10.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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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격리 의무화 양곡법 개정 찬성 76%
일시적 과잉은 시장격리 의무화로 대응해야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쌀값 대폭락으로 인해 2022년 농식품부 국정감사는 쌀값과 식량안보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특히,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의 논쟁이 붙었다. 김대기 비서실장이 지난 3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2011년 태국이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다 쌀이 과잉 생산되고 국가 재정이 거덜나는 등 농민과 농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미래 세대에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태국의 사례와 우리나라 현재 상황은 매우 다른데 여론을 호도한다고 비판했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강행하면 쌀 과잉생산이 지속될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쌀값 등 시장격리 의무화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했고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하락한 쌀값 등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쌀 시장격리 논란= 지난해 늦은 시장격리로 쌀값 하락세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질의를 받았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2번의 시장격리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시적인 과잉은 시장격리로 대응해야 하고 타작물재배 등으로 구조적으로 쌀 생산을 조정해야 한다”며 “일시적 과잉은 많아야 30만톤 내외이다. 30만톤을 줄이려면 6만ha 재배면적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 과잉에 대해서는 시장 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춘식 양곡시장에 개입을 제대로 못해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시장격리에 대해 쌀 과잉생산이 유지되고 있다며 반대했는데 이제는 다시 양곡관리법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상반기에 공매를 너무 많이 했다. 정부가 31만톤을 공매로 방출했고 2021년 풍작으로 이어지면서 쌀 공급과잉이 됐다”고 분석하면서 “올해 공공비축 물량도 전년보다 늘렸고 시장격리도 45만톤을 한다고 발표했다. 시장격리 조건에 맞으면 적극적으로 하겠지만,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부담이 된다”고 답변했다.

쌀값 폭락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실과 농식품부 책임이 높다는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서삼석 의원은 “쌀을 제외하면 사료를 포함하여 곡물자급률이 2022년 3.2%까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물가 대책만 앞세우고 쌀값 폭락에 뒤늦게 대처한 정부에 대한 실망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쌀 수급조절 실패에 대한 기관별 책임에 관한 질문에 농식품부가 4.49(5점 만점 기준)로 가장 책임이 크다고 응답했으며, 대통령실 역시 4.30으로 실패의 책임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농민들은 답했다. 또한, 쌀값 폭락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공공비축 정부 수매 확대’가 4.08로 가장 높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 답했고, 차선으로 ‘시장격리 의무화(3.91)’를 선택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해서도 농민들은 적극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요건 충족시 시장격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해 필요하다는 대답이 76%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전혀 필요 없거나, 필요가 적다는 대답은 각각 0.9%와 1.9%에 그쳤다.

서삼석 의원은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식량자급과 곡물자급을 떠받치고 있는 쌀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농민들의 절절한 여론에 정부는 응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농식품부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농식품부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논타작물재배 등 생산조정=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해 정부가 재정 부담 가중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통해 쌀 재배면적을 줄이면 정부의 재정 부담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원택 의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재정에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은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병행했을때의 효과는 배제한 분석”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전략작물직불제와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등을 통해 쌀의 과잉 생산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재정 부담 운운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9월 22일 기준 벼 재배면적 감축 협약을 통해 줄어든 벼 재배면적은 정부가 제시한 목표 3.2만ha의 14.1% 수준인 4,532ha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벼 재배면적 감축협약 이행 실적이 부진한 것은 예견된 실패였다”며 “농림축산식품부가 연간 2만ha 이상의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데 기여한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을 농업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타작물 지원금 지급을 중단한 선택이 결국 쌀 10만톤 이상이 과잉 공급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정황근 장관은 “타작물 재배 등 쌀생산 조정에 대해 동의한다”며 “다만 타작물재배 대신 내년부터는 전략작물직불금을 도입했다”고 답변했다.

▶식량위기 대책 등= 국내 밀 비축 능력 2.5%에 불과해 일수로 치면 9일 소비분밖에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밀 수입량은 2021년 기준으로 433만3천톤에 달하나, 국내 밀 비축 능력은 11만2천여 톤으로 2.5%에 불과하다. 일수로 계산하면 9일 남짓의 소비량이다. 반면 전 세계식량기구 등이 제시하는 밀의 적정 비축률은 연간 소비량의 33% 수준(4개월분)이다.

밀은 우리나라 국민의 주식은 아니지만,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이 33kg로 쌀 53kg의 62% 수준에 이를 만큼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위기 등으로, 밀의 수급 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밀의 비축시설 확보 등을 통한 비축률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위성곤 의원은 “국내 밀 생산 농가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국산 밀 농가 지원 때문에 밀 농사 포기를 고민하고 있는데, 정부는 정작 밀 농가 지원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밀 자급률 상향만 밀어붙이고 있다. 실현 방안은 없고 목표만 있는 허무맹랑한 계획”이라고 질타하면서, “밀에 대한 목표치만 대책 없이 높여 잡는 게 지금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밀 농가의 의견과 요구가 반영된 밀 농가 지원 강화 등 국산 밀 생산 확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밀 수급 안정을 위한 현실적인 비축률 확대 방안과 밀 수입선 다변화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라고 강조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국감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국감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4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CJ제일제당 임형찬 부사장에게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햇반 컵반 일부 제품에 미국산 쌀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농민과 소비자를 배신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안호영 의원은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업계 1위 업체이고, 국민즉석밥이라고 불리는 햇반시장 67%를 점유하고 있다”며 “과반이상 시장점유율로 시장 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정책 결정에 신중해야 했음에도 생산자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은 냉동밥류(볶음밥, 주먹밥)에만 사용하던 미국산 칼로스 쌀을 지난해 97톤, 올해는 469톤을 햇반 컵반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영 의원은 수입쌀로 만들어도 전통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안호영 의원은 “농림부는 수입쌀을 사용하고 있는 제조업체의 경우 전통주 이름만 부여하고 세제 혜택은 제외할 것이라고 하지만, 동일한 전통주임에도 국산쌀 제조자와 수입쌀 제조자를 차별할 경우 WTO 규정 위반이 되어 전통주 세제 혜택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해 국산 농산물 사용을 확대해 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국산 농산물 사용 조항을 삭제하려고 한다”며 “정권에 따라 전통주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정훈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가공용’ 수입쌀을 부정 유통해 적발된 물량은 415.4톤으로 지난해 32.64톤에 비해 12.7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유통의 98.2%(407.8톤)는 ‘원산지 거짓표시’였다.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가공용’ 수입쌀 매출량은 떡면류(40.8%), 쌀가루(33.5%), 주류(12.9%), 가공밥(5.1%), 쌀과자(4.1%) 순으로 많았다.

신정훈 의원은 “올 상반기 가공용 수입쌀의 원산지 거짓표시 적발 사례가 급증했다”며, “수입쌀 부정 유통이나 용도외 사용 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