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가루쌀' 불신보다는 확신을
[기자수첩 米적米적] '가루쌀' 불신보다는 확신을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10.12 2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흥중 기자 

내년 가루쌀(분질미) 생산을 전담하게 될 생산단지 39개소가 최근 선정됐다. 이번 생산단지 공모에는 꽤 많은 농가와 농업법인이 참여했다. 당초 정부가 목표했던 면적을 훌쩍 넘을 만큼 신청이 많아서다. 그만큼 현장에서 가루쌀이 일반 쌀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일 테다. 

이는 생산된 가루쌀은 정부가 전량 수매해주는 데다 전략작물직불제도가 생기면서 일정한 직불금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한몫했을 것이다.

농촌 현장만큼이나 식품업계에서도 정부가 지난 6월 내놓은 가루쌀을 활용한 쌀가공식품 산업 활성화 대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 수입 밀가루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영향을 줬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가루쌀을 이용한 제품 개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결과물에 대한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식품업계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가격’이다. 올해 수입 밀가루 가격이 아무리 올랐어도 국내산 쌀가루만큼은 아니었다. 이미 몇몇 대기업에서는 쌀가루 함량을 최대한 높인 제품 개발을 끝냈지만, 원료 가격 문제로 제품 출시에는 소극적이다. 기업에서 원하는 원료 가격대가 만들어지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가격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책의 지속성도 발목을 잡는다. 가공업체에서 가루쌀을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일정한 원료 가격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업체 사이에서는 여전히 사업이 지속될지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 이번 가루쌀 정책과 비슷하게 쌀가루 산업을 키우기 위해 10여년 전에 추진됐던 ‘R10 프로젝트’가 몇 년 뒤 사라졌던 것만 보더라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불신을 느끼는 것은 농가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는 장관이 바뀌면 사업이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다 보니 일단 지켜보겠다고 한걸음 물러서는 농가도 많다.

쌀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면서 쌀가공산업도 활성화하는 이번 정책에 현장의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정부 정책에 맞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다른 무엇보다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현장에 충분히 전달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