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재배 '긍정' 분위기…문제는 '소비'
가루쌀 재배 '긍정' 분위기…문제는 '소비'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10.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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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벼와 다른 재배 특성 '주의'
"생산·소비 균형 이뤄야"…수요처 발굴 관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3일 전북 익산시 금강동 일대 가루쌀 재배 현장에서 직접 콤바인을 몰고 가루쌀 수확에 나섰다.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쌀 수급불균형 해소와 식량자급률 제고 등을 위한 카드로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가루쌀(분질미)’이 올해 수확을 앞두고 있다. 일반 벼와 다른 특성으로 재배가 어려울 거라는 우려와 달리 수확 현장은 긍정적인 분위기다. 다만, 수발아·못자리 피해 등 위험 요소는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3일 오후 전북 익산시 금강동 일대 가루쌀 재배 현장을 찾아 수확 상황을 살피고, 생산단지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이날 현장에는 내년부터 가루쌀 생산에 나설 전문 생산단지 대표들이 참석했다. 

정황근 장관은 “가루쌀은 쌀 수급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과거 벼 재배면적 조정을 위해 시행했었던 생산조정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가루쌀은 가공 특성상 일반 쌀가루에 비해 밀가루를 대체하는 데 유리한 쌀이다. 가루쌀로는 밥을 지을 수 없다 보니 밥쌀용 쌀 시장과도 분리될 수 있어 쌀 생산조정 수단으로 점쳐지고 있다.

가루쌀 재배, 수발아·못자리 등 주의

생산단지 대표들은 농가들이 가루쌀에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이승택 미미농산 대표는 “지역 내 주변 농가들이 무슨 쌀이냐고 물어보시고, 내년에 재배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동옥 태산영농조합법인 대표 또한 “이모작이 잘 되는 전남에서 특히 가루쌀 재배에 농가들의 호응이 좋다”고 전했다.

가루쌀은 일반 쌀과 달리 6월 말에서 7월 초 이앙(모내기)이 가능하다 보니 6월 중순 이후 수확하는 밀 등 겨울 작물과 이모작에 유리하다. 

다만, 가루쌀은 벼가 서 있는 채로 이삭에서 싹이 나는 수발아나 무더운 여름에 어린 모를 키워야 하는 못자리 문제 등 재배 과정에 위험 요소가 있다. 이는 농가들이 재배를 고심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승택 대표는 “주의는 필요하지만, 재배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동안 가루쌀을 생산한 이 대표는 “고온기 못자리라 신경 써야 할 게 있지만, 고온다습하게 키우지 않으면 문제 될 게 없다”면서 “수발아, 못자리 같은 단점이 있지만, 병에 강하다는 장점도 있다. 도열병이나 문고병에 특히 저항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 같은 현장 의견에 안정적인 재배를 위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정 장관은 “내년부터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현장기술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최근 선정된 전문 생산단지에서 확신하고 재배할 수 있도록 단지마다 전문가를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농진청에서는 올해 안으로 지역별 재배 매뉴얼을 완성하고, 농가에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3일 전북 익산에서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 관계자 등과 함께 가루쌀 재배 현장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생산만큼 ‘소비’ 중요

이날 생산단지 대표들은 가루쌀 생산뿐 아니라 소비도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특히 소비 확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신지호 전주우리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가 있어야 재배도 가능하다. 전주에서 200 농가가 재배하는 우리밀도 65만의 전주시민이라는 소비처가 있으니 재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가루쌀의 성공은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할 것이다. 소비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판로 확대, 수요 창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 장관은 “수요를 만들기 위해 주요 식품기업이 쌀가루 산업 발전협의체에 들어와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가루쌀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생산단지 확대와 더불어 가공업체의 시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71억원 규모의 가루쌀 산업화 지원 사업과 720억원 규모의 전략작물직불 사업을 신규로 반영하고 가루쌀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 장관은 “앞으로도 생산자, 식품업계 관계자, 소비자 등 현장 의견에 귀 기울여 관련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도록 하겠다”며 “가루쌀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농업인, 지자체, 식품업계에서도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 장관은 가루쌀 수확 현장을 살핀 후 전북 군산의 가루쌀 활용 제과전문점을 방문해 수입 밀가루 대신 우리 농산물을 적극 사용하는 업체에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소비자 관심과 가루쌀 시장 확대를 위한 의견을 경청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왼쪽에서 첫 번째)은 지난 13일 전북 군산에 있는 가루쌀 가공업체인 '홍윤베이커리'를 찾아 가루쌀로 만든 빵 제품을 살펴보고, 가공업체의 의견을 청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