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업 현장 속으로] 새콤달콤 오미자 매력에 빠진 지 20년..."용인 오미자 맛보실래요?"
[임업 현장 속으로] 새콤달콤 오미자 매력에 빠진 지 20년..."용인 오미자 맛보실래요?"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12.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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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숙 새달농원 대표
오미자청, 오미젤리 등
다양한 가공식품 선보여
오미자 이용 체험 활동
임업 6차 산업화 앞장
유기농 오미자 생산 고집
"건강 먹거리 생산 일념"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을 모두 한입에 맛볼 수 있는 특이한 열매. 바로 다섯 가지 맛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오미자’다. 색다른 맛은 물론 짙고 선명한 붉은 색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과일이다. 

오미자는 특유의 맛 덕분에 생으로 먹기 힘들다. 우려낸 차를 마시거나 설탕과 함께 재워 진액으로 먹는 게 보통이다. 갈증을 해소해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시원한 오미자차만 한 음료가 없다.

이런 오미자를 청과 차로 만드는 것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젤리, 누룽지, 어린이들에게 인기 좋은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승화시키는 이가 있다. 새달농원의 이화숙 대표 이야기다. 

새달농원 이화숙 대표(사진 오른쪽)와 장정근 대표
새달농원 이화숙 대표(사진 오른쪽)와 장정근 대표

평생을 보낸 고향에 오미자나무를 심다

“오미자 하면 경북 문경이 가장 먼저 떠오르실 거예요. 그런데 경기도 용인에 웬 오미자냐고요? 오미자와 함께 보낸 세월이 20년인데, 아직도 가끔 듣는 말이에요(웃음). 그래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맛도 좋고, 인기도 제법 많답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에 있는 새달농원에서 만난 이화숙 대표가 기자에게 처음 건넨 말이다. 이 대표는 든든한 사업 파트너이자 인생 동반장인 남편 장정근 대표와 함께 용인에서 오미자를 재배하고, 오미자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부부의 보금자리이자 일터인 새달농원의 ‘새달’은 ‘새콤달콤’의 줄인 말이다. 오미자의 맛을 그대로 표현한 이름이다.

용인에서 나고 자란 이 대표는 1999년 우연히 얻은 오미자 묘목을 100여평 남짓한 밭에 심으면서, 오미자와 20년 넘는 인연을 맺게 됐다.

“우연히 오미자나무에 붉게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를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고서 심었던 게 지금까지 왔어요. 1년 내내 애지중지 키운 오미자 열매를 말려서 서울에 있는 시장에 내다 판 게 시작이었어요.”

오미자는 이론적으로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지만, 내한성이 강하고 고온에 취약해 여름철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중부이북의 중산고랭지가 재배적지다. 해발고도가 약 300~500m로 여름이 서늘한 지대인 곳에서 오미자가 잘 자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있는 포곡읍 일대는 용인에서도 기온 차가 큰 고지대로, 오미자 재배에 적합하다. 이 대표가 오미자를 접하게 된 것은 이 같은 환경적인 조건도 한몫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오미자 농사에 뛰어들었던 이 대표는 오미자를 통한 임업경영이 한창 최전성기인 시절에는 약 6,000평까지 재배면적을 늘리는 등 사업 규모를 키웠으나, 현재는 약 3,000평 규모에서 오미자를 생산하고 있다. 오미자의 다양한 매력에 매료돼 재배에 집중했던 이 대표가 처음부터 오미자를 통해 수익을 쉽게 냈던 것은 아니었다.

바구니 한가득 수확한 오미자

“처음에는 오미자를 말려서 팔기 시작했어요. 마땅히 팔 수 있는 데를 찾기 어렵다 보니 서울에 있는 시장을 오고 가며 건오미자를 팔았는데, 상인들에게 제값을 못 받고 넘기기 일쑤였어요.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오미자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이 대표가 주목했던 가공제품은 ‘오미자청’이었다. 2008년경 때마침 용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 중이던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자부담을 추가해 오미자 가공공장을 세웠다. 이것이 지금의 새달농원이다. 

“오미자청, 오미자차 등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득도 나오고, 생산 규모도 늘릴 수 있었죠.”

이 대표는 이렇게 생산한 오미자 제품을 산림조합 인터넷 쇼핑몰 ‘푸른장터’, 로컬푸드 직매장,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납품하고 있다. 또 용인시산림조합에서 올해 4월 처인구 마평동에 문을 연 ‘SJ산림문화복합센터’ 내 카페에도 오미자 음료 원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미자가 들어간 오미젤리 등을 위탁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제품에 유기농을 더하다

이 대표는 오미자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에 특히 매진했다. 여러 가지 제품으로 용인 오미자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판로를 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새콤달콤한 오미자 청을 넣어 오미자 아이스크림을 만들었어요. 또 오미자 청을 넣은 콜라겐 젤리를 먹기 편한 스틱 형태로 만들어 제품을 출시했어요. 오미자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거라면, 오미자를 지금보다 더 판매할 수 있는 방법 있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이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미자에 ‘체험’까지 접목했다. 농장에서 오미자를 직접 따고, 이를 청이나 젤리로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열어 오미자밭을 6차 산업화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새달농원은 정부의 6차산업인증 경영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 하나로마트에서 오미자 젤리 만들기 체험 행사를 열기도 하고, 오미자 농장을 수확부터 가공까지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 만들었어요. 특히 어린이들이 체험활동을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생산도 중요하지만, 오미자를 알리기 위해 나갈 수 있는 행사는 다 참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했죠.”

새달농원의 오미자 가공식품. 왼쪽부터 오미자청 '오미만족, 오미자젤리 '오미젤리'

오미자 제품과 체험프로그램 개발에 특히 열정을 보였던 이 대표는 생산에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인 장 대표와 재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북 무주·장수, 경북 문경 등 오미자 주산지를 수시로 찾아갔고, 재배 노하우를 배워오는 데 힘썼다.

특히 이 대표가 생산하는 오미자는 저농약·무농약인증 등 약 7년간의 노력을 거쳐 지난 2016년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은 100% 유기농 생산물이다.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일념으로 유기농산물 인증을 취득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응애류, 선녀벌레, 깍지벌레 등 해충 피해가 말도 못해요. 농약을 치면 쉽게 없앨 수 있는데, 조금 힘들어도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어요. 과정이 고되고 번거롭더라도 내 자식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서 유기농을 고집해 왔죠. 유기농 한다고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산량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건강하고 안전한 오미자를 생산할 수 있으니까. 로컬푸드 매장에 제품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유기농산물 인증 마크를 보고 한 번 더 찾아주시더라고요. 그 덕에 유기농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어요.”

오미자 수확 체험활동 현장

멈추지 않는 ‘오미자 열정’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던 오미자 체험프로그램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오미자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더 활발하게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여성임업인으로서 오미자 농사를 시작하려는 여성농업인이나 임업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사에도 용인시산림조합에서 세세한 지원을 받아 조금씩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고 있어요. 이처럼 저도 받은 만큼 오미자 생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요.”

현재 용인시산림조합 여성 대의원으로 있는 이 대표는 조합 발전을 위해 힘쓰는 것은 물론 오미자 재배를 희망하는 신규 임업인들을 위한 교육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그간 농사 과정에서 겪었던 힘든 과정을 최소화하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데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 대표는 올해 산림경영과 임업 선진화, 지역사회 경제기반 조성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림조합중앙회로부터 올해의 자랑스러운 임업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