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스마트한 물관리로 탄소 중립 벼농사 짓자① - ‘자동물꼬’ 스마트‧저탄소 농업 실천, 노동력 절감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신년기획] 스마트한 물관리로 탄소 중립 벼농사 짓자① - ‘자동물꼬’ 스마트‧저탄소 농업 실천, 노동력 절감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3.01.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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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저탄소 논물 관리 시범사업‧교육 강화
모바일로 집에서 물꼬 관리
단가 낮춘 자동물꼬 보급 계획
해남군에 설치된 자동물꼬 모습. (사진출처=해남군)
해남군에 설치된 자동물꼬 모습. (출처=해남군)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농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220만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21년 10월 ‘2050 국가 탄소 중립 시나리오’ 발표를 통해 농식품 분야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2400만7000톤 대비 38%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50 농식품 탄소 중립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이 전략에 따르면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 기반 마련을 위해 기존 고투입 관행농업을 저투입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또 온실가스 배출원 감축을 위해 벼 재배 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을 체계적인 논물 관리를 통해 2018년 630만톤에서 2050년 431만톤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핵심 추진과제로 식량안보 기반 구축, 방역체계 제도화, 농업 디지털화, 농업 인력 증가, 탄소 중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벼 논물 관리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 감축에 일조하고 있다. 논물 관리 기술은 고품질 벼 생산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기도 하다. 특히 논물관리시스템인(자동물꼬)는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한 AI 스마트농업과 물관리로 탄소저감이 가능한 저탄소 농업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

자동물꼬 시스템은 디지털 농업을 강화하는 데도 일조했다. 그러던 중 국가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벼논 물관리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자동물꼬 보급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탄소 감축 벼농사의 중요한 시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논물 걸러대기’ 온실가스 감축 기여
물꼬는 논에 물을 대거나 빼기 위해 논두렁에 만들어 놓은 좁은 통로로 수도작 벼농사에서 벼의 생육을 위해 논물의 양을 조절하는 데 이용된다.

모내기하기 위해 단순히 물꼬를 터서 논에 적당량의 물을 가두는 상시 담수라면 물꼬를 통해 물양을 조절하는 것은 보통 장마나 가뭄에 이뤄진다. 그러나 논 물관리 방법인 중간 물 떼기(간단관개)와 논물 걸러대기의 경우 농부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진다.

논 물관리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다양한 효과가 있는데 우선 농업용수의 경우 논물 걸러대기를 하게 되면 상시 담수에 비해 28.8%, 중간 물떼기는 16.8% 논물 사용 절약이 가능하다.

또 벼 수량은 논물 걸러대기는 상시 담수에 비해 10.4% 증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울러 쌀의 품질을 결정하는 단백질 함량도 논물 걸러대기는 6.1%, 중간 물떼기 6.0%로 탑라이스 조건(6.5% 이내)에 충족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등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지속적 산소 공급…메탄 배출 억제
벼를 재배하면서 발생하는 메탄은 메탄 생산균과 같은 미생물에 의해 발생한다. 모내기 후 벼가 호흡을 통해 산소를 흡수하기 시작하면 논의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와 토양의 산소가 소모된다. 그러면 이산화탄소가 많고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주로 생장하는 메탄 생산균이 활발하게 메탄을 배출하기 시작한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논에 지속해서 산소를 공급해 줄 필요가 있다.

중간 물떼기는 이앙 후 약 한 달간은 논물을 깊이 대고 이후에는 물을 떼서 2~3주 바닥에 실금이 보일 때까지 말린 후 다시 관개하는 방법이다. 이삭패기 30~40일 전에 논바닥에 실금이 갈 정도로 4~5일간 물을 말려야 하지만 장마철과 맞물려 대부분의 농가가 물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논물 걸러대기는 벼 이앙 후 한 달간 논물을 깊이 댄 후 이후에는 논물을 얕게(3~5cm)대고 자연적으로 말리며 다시 얕게 대어주는 방식으로 벼 이삭이 익을 때까지 반복한다. 

두 방법 모두 중간에 물을 다시 갈아 토양에 산소를 공급하고 산소가 있는 물로 교체하면서 메탄 생산을 하는 미생물들의 생장을 억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논물 걸러대기는 상시 담수에 비해 63.0%, 중간 물떼기는 25.2%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손쉬운 물관리시스템 ‘자동물꼬’
논물 관리 기술에 사용되는 ‘자동물꼬’는 벼 재배 시 중간물떼기 및 얕게 걸러대기 등을 자동으로 실행하며 논물을 관리해 주는 기계이다. 입력한 프로그램에 따라 장착된 밸브가 자동으로 열고 닫히며 물을 대줘 농업인이 일일이 논에 나가 확인하지 않아도 손쉽게 물관리를 할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장착된 밸브가 자동으로 열고 닫히며 물을 대줘 농업인이 일일이 논에 나가 확인하지 않아도 손쉽게 물관리를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농업인이 모바일 웹에서 자동 물꼬 카메라를 통해 논물 조절, 벼 생육상황, 물길(수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기상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편리하게 물관리를 할 수 있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자동물꼬를 앞서 보급했던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물관리 시간을 76.1% 줄이고 물 사용량을 50% 절감하는 효과가 있으며 벼 수량과 품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4월 보급형 자동물꼬 시연회를 열었다. (사진 출처=농진청)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4월 보급형 자동물꼬 시연회를 열었다. (출처=농진청)

가격 낮춘 ‘보급형 자동물꼬’ 개발
농진청은 농업 분야 탄소 중립 실현을 앞당긴다는 목표 아래 지난 2022년 4월 ‘보급형 자동물꼬’를 개발해 시연했다. 보급형 자동물꼬는 기존 자동물꼬에 비해 경량화, 내구성, 편의성, 정확성 등 기능을 대폭 개량하고 대량생산 체계를 갖춰 500만원 대를 이루던 단가를 80% 이상 낮췄다. 

또 수위 기록과 물꼬 개폐 이력 등 개별 필지의 물 빠짐 특성을 독립적으로 최적화하고 저장할 수 있어 정밀 물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수기에 의존하고 있는 물관리 기술 적용 여부를 증빙할 수 있는 대체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물관리 기술(중간물떼기, 걸러대기 등)을 구현하면 감축한 온실가스 감축량에 해당하는 지원금(1톤당 1만원)이 지급된다. 또 자동물꼬가 자동으로 논물 관리를 해줌에 따라 지역 농업용수의 안정적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남군 계곡면 저탄소 벼 논물관리 기술 시범단지. (출처=해남군)
해남군 계곡면 저탄소 벼 논물관리 기술 시범단지. (출처=해남군)

식량원, 자동물꼬 시범‧교육 강화
보급형 자동물꼬는 농식품부의 ‘저탄소 벼 논물관리기술 보급 시범사업(2022∼2024)’과 농진청의 ‘저탄소 식량작물 재배기술 현장 확산 모델 시범(2022)’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저탄소 벼 논물관리기술 보급 시범사업은 벼 재배 시 발생하는 메탄 발생량을 감축하기 위해 논물관리기술 보급하는 사업이다. 벼 재배 시 발생하는 메탄 감축을 위해 8개도 단지를 선정해 논물관리기술 교육·컨설팅 제공, 저탄소 인증 비용 지원, 지역별 탄소 감축 우수모델 개발 추진하고 있다. 수동물꼬‧농기자재 등을 보급하며 시험조사용 자동물꼬를 설치하게 된다.

현재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시범 농사 중이며, 시군농업기술센터 담당자와 농업인을 대상으로 보급형 자동물꼬 설치 요령과 사용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남 해남군은 지난해 7월 벼 논물관리 시기에 ‘저탄소 벼 논물관리 기술보급 시범사업’을 보급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해남군은 시범사업에 스마트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해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논물을 관리해 주는 영상 자동물꼬장치를 도입해 주목받았다. 통신을 통해 논 물관리 상태를 데이터화해서 보관할 수 있는 논물 관리 이행점검 장비도 설치해 측정의 정확도 높였다.

지속적인 자동물꼬 데이터 수집 
여기다 농업인이 모바일 앱을 통해서 언제 어느 곳에서나 휴대폰으로 편리하게 논물 수위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물꼬를 여닫을 수 있어 논물 관리에 드는 시간과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량원과 해남군은 시범사업과 함께 교육도 강화했다. 저탄소 논물 관리에 관한 교육을 탄소 감축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농진청은 2024년까지 진행되는 저탄소 벼 논물관리기술보급 시범사업에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보다 실용적인 자동물꼬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저탄소 농업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지속적인 저탄소 농업 교육과 자동물꼬 데이터 수집에 나서고 있다. 

장재기 식량원 작물재배생리과장은 “이번 보급형 자동물꼬 개발을 시작으로 향후 자동물꼬에 필요한 출수기 예측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고 통신 기능, 스마트폰 앱도 개발해 종합적인 물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