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농산물 유통환경…도매시장 경쟁력 높여야
급변하는 농산물 유통환경…도매시장 경쟁력 높여야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3.30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오프라인 ‘트윈화’ 전략 필요 
중도매인 등 유통주체 역량강화 절실
온라인도매시장 대응 방안 마련해야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비대면·온라인 확산으로 농산물 유통구조에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유럽의 세계 최대 화훼도매시장이 인터넷 경매 참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가 하면, 기존 유통 주체는 그대로인 반면 그들이 유통경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 1월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농산물 유통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구조

오프라인과 도매시장 중심으로 흘러갔던 농산물 유통구조는 대형유통업체, 대량수요처 등 다양한 주체의 등장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한국식품유통학회 정책세미나에서는 발제를 맡은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 유통 주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들의 유통경로 비중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예컨대 발표에 따르면, 생산 농가가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비율은 2003년 82.7%에 달했으나, 2020년 56.5%로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량수요처로 출하하는 비중은 4.1%에서 15.2%로 증가했다. 대형유통업체의 도매시장 구매 비중은 2003년 68.4%에서 2020년 25.3%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김병률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 유통의 변화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농산물 유통인프라의 급속한 확충·첨단화,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회문화적 변화, 가치 소비 증가 등 소비자 구매행동과 선택 변화, 소비시장의 경쟁환경 심화 등 요인으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산지직거래가 늘고, 생산자조직 간 납품경쟁이 일어나면서 탈도매시장화 경향이 일어나고 있다”며 “비대면 거래시스템이 확산되고 온라인 산지 직배송 시장이 대폭 확대되면서 농산물 중간유통인(도매상, 중도매인 등)의 기능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도매시장 경쟁력 강화해야

김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중도매인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문화·특화·기능차별화 등으로 스스로 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중도매인의 세대교체, 규모화, 디지털화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매시장의 기존 거래시스템을 재검토하고, 변화에 맞서 차별화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온라인·오프라인 사업의 트윈화는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며, 도매시장만의 경매제도를 고도화하는 등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매시장 간 전송거래는 불가피한 현상이므로, 중앙 및 지방도매시장 법인들 사이 연계물류체계와 연계도매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도매인의 산지 직접집하 판매, 도매법인 제3자 판매 등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직접집하, 제3자 판매는 도매시장 유통주체 간 상생일 수도, 경쟁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중도매인과 도매법인 간 대금정산기구가 필요하고, 중도매인의 외상거래 위험을 관리할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외 국내 경매제도가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이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고, 시장도매인제를 발전시켜 거래제도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도매시장 개설에는 긍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온라인 도매시장은 오프라인 도매시장과 별도의 새로운 가상 도매시장 개설을 의미한다”며 “오프라인과 차별화된 시장으로서 다양한 거래방식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의견 수렴해 온라인도매시장 출범

이번 토론회에서는 유통주체와 정부, 학계에서 도매시장 기능 강화를 위한 갖가지 의견이 나왔다.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본부장은 “11월 출범하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참여하는 유통주체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면 한다”며 “일본의 사례처럼 도매시장 관리·운영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하고, 수탁판매 원칙과 판매수수료 제한 등 도매시장의 대원칙은 여전히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매인 기능 강화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만열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은 “중도매인의 영업 안정화를 위해서 구매전용카드 도입, 구매자등록제 등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며 “온라인도매시장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중도매인들이 허가받은 도매시장 외에서는 농산물을 거래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 냉동식품 등을 취급할 수 있도록 도매시장 시설 개량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박사는 “일본 도매시장에서 기존 신선농산물의 시장경유율은 냉동채소, 가공식품 등이 등장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며 “도매시장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유통주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온라인도매시장을 성공적으로 열겠다는 방침이다. 홍인기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온라인도매시장과 관련해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최근 홍문표 의원을 통해 관련 법안도 마련됐다. 11월 30일 개설을 목표로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시장도매인 등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