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내건 일본 유통개혁…도매시장 변화 급물살
'규제완화' 내건 일본 유통개혁…도매시장 변화 급물살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3.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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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권한 축소 등 도매시장법 개정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은 1999년, 2004년, 2018년 세 차례의 도매시장법 개정 과정을 거치며 크게 변화하고 있다. 국가(공공)의 역할을 제한하는 대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시장 활력과 창의성을 높인다는 게 주요 골자다. 지난 23일 한국식품유통학회 정책세미나에서 있었던 후지시마 히로지 세이에이대학 교수의 발제를 통해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의 변화를 짚어봤다.

추락하는 도매시장 경유율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을 둘러싼 내부적인 요건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청과물 중심으로 도매시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매시장의 청과물 시장경유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채소의 경우 1980년 중반 도매시장 경유율이 90%에 육박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67% 수준이다. 과일의 감소폭은 더 크다. 1975년대 95%에 달했던 시장경유율은 최근 35% 수준까지 떨어졌다. 수산물, 화훼, 소고기, 돼지고기 모두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1980년대부터 가공품 수입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나타났다. 후지시마 히로지 교수는 “1980년대 중반 이후 냉동 채소의 수입이 급격하게 늘었다. 도매시장에서는 가공품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가공품 수입량이 늘어날수록 도매시장 경유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과일도 마찬가지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도매시장 경유율이 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의 취급량 감소는 도매시장 유통주체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청과물 시장경유율이 줄어드는 시기와 비슷하게 도매시장·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 수 또한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과물을 취급하는 중앙도매시장 수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2005년까지 큰 변화가 없다가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수는 1980년대 중반부터 줄어들었다. 

‘규제완화’ 칼 빼든 일본 정부

일본 도매시장의 내적 변화에 맞춰 일본 정부는 2018년 6월 ‘규제완화’를 주요 골자로 한 도매시장법 개정에 나섰고, 2년여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0년 6월 이를 본격 시행했다. 

개정된 도매시장법은 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시장 개설과 관련해 기존 ‘허가제’였던 제도가 ‘인가제’로 바뀐 것. 중앙도매시장은 농림수산대신이, 지방도매시장의 경우 도도부현지사가 개설을 인가하는 식이다. 

특히 국가에서 중앙도매시장 정비계획을 수립하지 않도록 하고, 중앙도매시장의 도매법인 허가는 개설자의 권한으로 이양됐다. 또 중앙도매시장 개설자는 민간 기업에서도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거래 방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위탁판매·경매 원칙이 폐지됐고, 위탁수수료율 상한 규제 역시 사라졌다. 

후지시마 히로지 교수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법 개정은 도매시장 거래에 대한 규제에서 가급적 발을 빼고 자율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통 규제를 완화해서 도매시장의 신규진입을 촉진하고 도매시장 안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며, 유통비용을 줄여가겠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